어제 겪은 일인데요 다른 분들은 실수하지 마시라고 글 올려 봅니다. (반말 죄송요...)
---------------------------------------------------------------------------------
어제 아침 7시경 출근 준비를 마치고 문을 나왔는데
손목 보호대를 안에 두고 와서 다시 들어가려고 도어락 비밀번호를 눌렀는데 '삐빅'.... 문이 열리지 않았다.
5번인가 틀리니까 이 놈이 막 소리 지르면서 (왜애애애애앵~왜애애애애앵~왜애애애애앵~) 불도 안 들어오고
먹통이 되 버렸다. 잠시 반성의 시간을 가지라는 의미인 듯 하다.
분명
어젯밤 비밀번호를 바꾼 뒤 바로 스마트폰 메모장에 저장해 놨었는데 그게 틀렸나 보다. 분명히 이렇게 저장했는데 말이다.
비번 바꾸자마자 스마트폰 네이* 메모장에 저렇게 적어 놓았는데...아...난 벌써 끝이난 겐가.
'에라 모르겠다. 일단 출근부터 하고 보자'
오전 쉬는 시간에 집 주인 아줌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디 아주머니가 비상키나 보조키를 가지고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비밀번호 도어락이지만 오른쪽 아래에 작은 홈이
있어서 혹시나 비상용으로 보조키가 있는 제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이고...그런거 없어유. 걍 이것 저것 눌러보고 안되면 열쇠 불러야 되유~"
음...아주머니의 충청도 사투리는 언제나 구수하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열쇠집에 전화를 해 보았다. 비밀번호를 잊어먹었는데 도어락 열수 있겠냐고.
"그건 못열어유. 그거 열면 도둑들이 다 훔쳐가게유? 뜯어내고 새거 달아야되유. 8만원짜리 5천원 깎아서..."
음...
하긴 맞는 말이다. 비밀번호 몰라도 다 열 수 있다면 그건 좀 아니지 않는가.....싶으면서도 비밀번호 까먹었다고
도어락을 통째로 갈아야 한다는 것이 좀 억울하기도 했다. 최소 10만원....
일단 방법을 찾아 보자. 일단... 생각을 해 보자.
'비번을 통째로 잊은 것이 아니라 적어 놨는데 틀린 것이니....희망이 있을 것이다.'
일단 처음과 끝 2자리는 틀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동시에 2자리가 틀렸을 가능성도 그리.....그리...높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건망증이 심하기로소니 맨 처음과 끝을 틀리진 않았을 거야...그럴꺼야... .그리고 동시에 두개씩이나 틀렸을 리는
없을 거야...그럴꺼야...그렇게 믿고 싶었다. 특히....숫자 2개가 동시에 틀렸다면....경우의 수가 아...너무 많다...
그렇다면...
오후에 일을 하면서 난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안되는 산수를 했다...
'전체 6자리중 가운데 4자리를 0부터 9까지 넣어서 눌러보면....총 40번. 5번 누르면 1분간 먹통이 되니까...
넉넉잡아 1분 30초면 번호 5개를 눌러 볼 수 있다. 그렇다면 3분이면 10번....6분이면 20번....12분이면 40번...
그렇다.. 12분이면 40번을 눌러 볼 수 있겠구나. 햐..이거 할만 하구나야!
그..런데 만약 숫자 2개가 동시에 틀린 것이라면 응?
이 모든 것이 말짱 도루묵이다. 어디 어디 숫자 2개가 틀린 것인지도 모를 뿐더러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져서...그땐 그야말로... 출장비 설치비...도어락까지 해서 최소 10만원은 깨지는 각이다.
오후에 일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해봤다.
'만약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도어락을 새로 바꾸는 것보다...차라리 화장실 작은 유리창을 깨고 유리를 갈아끼우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가로 세로 20cm*40cm....정도 이중창이니까 앞 뒤 창문 유리를 두장 깨서 샤시 문을 열고 창문을 들어낸 뒤 기어들어가면...2~3만원이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일단 마음이 좀 편안해 졌다...그래 유리를 깨자...
이 생각에 대해 옆에 의견을 구했더니
"문을 열 생각을 해야지요."
그렇다. 벌써 파국을 생각하다니. 마음을 독하게 먹자. 열 수 있다.
일을 한참하다 보니 또 이런 생각이 스멀스멀..
'방 안에 있는 고양이 '나루'가 버튼 한 개만 눌러주면 되는데....'
아...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어느덧 퇴근시간이 되어서 추운 바람을 신나게 가르면서 집으로 돌아와 문 앞에 섰다.
출퇴근 용으로 바이크를 이용하는데 따뜻하게 다니려고
'열선조끼'를 주문했었는데 때마침 택배 보관용 창고에 와 있다. 오늘같은 일이 벌어질 것을 하늘이 미리 안 것인가?
'비밀번호 확인 작업(?)을 하면서 이걸 입고 있으면 되겠구나야...'
마침 외장배터리가 있었기에 연결해서 입고 있으면 작업에 힘이 날 것 같았다.
자...이제 마음을 다잡고 번호를 누를 시간이 왔다.
일단 끝에서 2번째 자리부터 간다!
아 젠장....
그렇다면 끝에서 3번째 자리 들어간다!
ㅠㅠ...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거겠지?
시작이 반이다...이왕 시작한 거 여기서 포기 할 수 없다.
괜히 내 자신이 처량해진다....
그래도 냉장고안에 막걸리가 나를 부르고 있다. 힘내자...
참...야무지게도 틀렸구나.
이미 지나온 비밀번호중에 내가 잘못 누를 것이 있는 건 아닐까?
아...방안에서 나루의 목소리가 들린다.
'냐~옹..(너 뭐하냐? 안 들어오고?...)'
부끄러워진다....
아...이제 정말 번호가 몇 개 남지 않았다...ㅠㅠ
269842가 처음 내가 잘못 적은 비밀번호니까...이제 네다섯 개밖에 남지 않았구나.
아..정말 나는 숫자를 2개 이상 틀렸었단 말인가? 비번 바꾸고 문 닫고 들어와서 바로 적은 것인데....아...병원에 가봐야 하나
하는..그 순간!
그!!!!!!!!!!!!!! 순!!!!!!!!!!!!!!! 간!!!!!!!!!!!
왜애애애애앵~ 들리는 소음대신
'삐비비비빅!'하고 들리는 경쾌한 소리!!
아...서서히 절망이 밀려와...근처 찜질방으로 가야하나...밤이지만 열쇠집을 불러야 하나...아니면 화장실 창문을 부셔야 하나
고민하던 순간 밀려오는 짜릿한 쾌감. 아...
비밀번호는
259842 였던 것이다!
259842를 269842로 적었던 것. 바보멍충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즉시 비밀번호를 또 바꿨다. 몇 번이나 다시 보고 다시 확인한 후...
햐....
보일러를 올리고...
열선조끼를 입은 채...
난 지금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열심히 일한 후 마시는 막걸리는 참 맛있는 것이다.
여러분!
도어락 비밀번호 잊지 마세요~ 저처럼 고생합니다.
- 아카스 드림
* 덧붙임 : 아직까지 근처 열쇠점에는 파괴하지 않고 비밀번호 도어락 열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