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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경기는 다르다.
게시물ID : sisa_172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파게티
추천 : 14
조회수 : 26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05/11/01 20:26:38
서프 펌

경제와 경기는 다르다. 

등록 : 갈림길 조회 : 1069 점수 : 340 날짜 : 2005년10월30일 22시48분 


경제와 경기를 구분할 수 있는가? 때로는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둘은 다르게 움직일 때가 더 많다. 쉬운 예를 들면, 90년대 전반기 노태우 김영삼 정부 시절 경기는 초호황이었다. 건설업 제조업 부동산업 자영업 농수산업하는 사람들은 돈이 넘쳐나서 비명을 질러야 했다. 


지금도 당시를 좋았던 시절로 회상하며 한숨 짓는 사람들을 주위에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당시 경제상황은 어땠을까? 좋았을까? 엄청난 무역적자에 점점 줄어드는 외환보유고, 자고 나면 치솟는 부동산, 부가가치 없는 농업같은 것에 퍼붓는 방만한 국가재정... 쉽게 말해 딸라빚내서 온 국민이 흥청망청 돈잔치를 하는 상황이었다. 최악의 경제였던 것이다. 


결국 그 후유증으로 아엠에프 터지고 그 댓가는 정말 쓰고 고통스러웠음은 모두가 다 아는 역사적 사실이다. 마치 백화점가서 호기롭게 카드 긁고 나서 몇년동안 그거 갚느라 허리띠를 졸라야하는 어느 신용불량자처럼.. 


이처럼 경제와 경기는 엄연히 다른 것인데도 아직도 그 둘을 구분 못하며 조금만 경기가 움츠러들면 아우성을 치는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하긴 방송토론에 나온 어느 국회의원조차 이 둘을 구분 못하고 섞어 쓰는 상황이니 우리같은 국민들이야 오죽하겠는가. (물론 그 의원나리는 서울대에서 경제학씩이나 전공했으니 그 정도는 알 것이다. 하지만 일부러 혼동해서 쓴다. 그래야 시청자들을 호도하면서 정부를 공격할 수 있으니까) 


김대중 정부 이후의 경제정책들은 김영삼시절의 이런 실수에 대한 뼈저린 반성에서 출발한다. 전통산업의 구조조정과 새로운 가치산업의 육성이 바로 그것이다. 잠시 경기가 어렵다고 단기부양책을 남발하지 않고 경제시스템이 건전하게 작동하도록 노력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정권의 인기는 경제상황에 무관하게 오로지 민생경기와 비례하는 것. 결국 바닥으로 떨어지는 정부지지도를 만회하기 위해 마약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경기부양책을 쓰고야 만다. 소비촉진을 위한 카드남발정책... 잠시 경기는 좋아졌지만 얼마 못가 약발이 다하고 수십조의 카드이용대금 고지서만 남긴채 실패로 끝나버렸다. 


그후 등장한 노무현 정부는 아예 작심하고서 일체의 경기부양책을 외면해버렸다. 아무리 죽겠다고 아우성쳐도 요지부동이다. 외환보유고가 늘고 주가지수는 사상최고치를 기록해도 국민들이 죽을 지경인 것은 당연한 것이다. 국민소득 일만달라의 나라에 살면서 3만달라 국민처럼 소비하는 것에 익숙해진 국민들에게 내핍을 견디도록 강요하는 노무현정부의 인기가 높다면 도리어 이상할 것이다. 


특히나 전통제조업과 자영업 건설업 부동산업 농수산업 등 과거 호황을 누리던 사람들은 그 고통의 정도가 더더욱 극심할 것이다. 당연히 정부와 여당을 저주한다. 나라도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나 경기부양책을 쓰면 해결되는가? 이것은 과거와 같은 방법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가치산업으로 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뒤바꾸지 않으면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이마트에서 장보고 인터넷쇼핑으로 의류와 가전제품을 구입하는 시대에 재래시장 상점에 앉아 경기가 좋아지기만을 학수고대하는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들에게 더 이상 희망은 없다. 


노무현 정부의 의도대로 경제구조는 변화하고 있고 그것에 적응 못하면 도태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의미에서 역대 정부 중 가장 자본주의의 적자생존논리에 충실한 정부는 바로 노무현정부이다. 희안하지 않는가? 가장 우파적인 정책을 쓰는 정부가 역대 가장 좌파적(?)이라고 공격당하는 이 상황이 정말 요지경이지 않는가? 


기름보일러가 보급되고 난후 전국의 연탄가게는 모두 망했다. 망하지 많으려면 방법은 간단하다. 기름보일러 가게를 차리면 될 일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끝까지 연탄가게 간판을 고수하는 분들에게 희망은 없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인기를 위해 세금 풀어서 그분들 호주머니를 지원해주었지만 앞으로는 국물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과거의 악순환만 반복될 뿐이므로. 


강정구 사건 때문에 시끄러웠다. 사실 이 문제가 시끄러웠던 것은 국민들이 인권을 가벼이 여겨서도 아니고 사상의 자유의 중요함을 몰라서도 아니다. 단지 국민들의 호주머니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돌이켜보면 국민들이 대북관계에 가장 너그러웠던 시기는 바로 경기호황 때였음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김영삼 호경기 때 이인모 북송이 있었고, 국민들은 너그럽게 그를 보내주었다. 김대중 시설 반짝 호황 때 햇볕정책과 남북정상회담이 있었고 한때 김정일이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별 것 아닌 어느 교수의 발언에 많은 국민들이 흥분하는 것은 그만큼 경기가 어렵다는 반증인 것이다. 


오늘 대통령이 "경제는 파란불, 민생은 빨간불"이라는 요지의 기자회견을 했다.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면서 전통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에 대한 고민의 일단도 내비쳤다. 하지만 그라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연탄가게에 대한 지원을 끊으면 알아서 기름보일러 가게로 바꾸게 되어 있다. 그 과정이 고통스럽겠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음을 어찌하겠는가. 

ⓒ갈림길 (써프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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