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대 중후반 여자 취준생입니다.
저는 인생을 평탄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가족간에 사랑이 많아 가정도 화목하고 집이 못사는것도 아니라 부족한 것 없이 자랐습니다.
대학도 중상위권으로 졸업했고 전공도, 학점도 남들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수준으로 졸업했습니다.
대학생활도 즐거웠습니다. 다른 사람들 놀지도 못하고 공부하는것에 비하면, 공부할땐 공부하고 놀땐 놀았어요.
배우고 싶은 악기도 하나 배워 공연도 해보고, 겨울엔 친구들과 스키도 타러 다니고.
연애도 원없이 해보고, 여행도 이곳저곳 다니며 여유롭고 추억이 가득한 대학생활을 보냈어요.
저와 비슷한 친구들이 취업도 잘 되는것 같아 취업에 대해 큰 걱정도 없었구요.
그런데 백수생활이 길어지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취업이 쉽지 않더라구요.
이번 하반기에 지금까지 30곳 정도의 원서를 넣었습니다. 그리고 17개가 발표가 났고, 서류 탈락이 17개가 되었습니다.
많은걸 바라지는 않았어요. 제가 대학생활을 즐길 때 열심히 공부한 사람들과 동일하리라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원서 낼 때, 연봉 가리지 않고 2000이든 2500이든 일단 냈습니다.
그래도 안되더라구요. 매일 문자메세지로, 이메일로 전해져오는 탈락 소식에 자존감이 깎여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이 2년째에요. 마인드컨트롤도 한두번이지 2년이 지나니 마음이 산산조각 나더라구요.
그나마 저번 시즌에는 인적성 시험도 보고, 면접도 보고 해서 어느정도 가능성이라도 보였는데, 이젠 정말 앞이 캄캄해요.
믿고 기다려주시는 부모님께 너무 죄송스럽기도 해요. 최대한 스트레스 안받도록 취업에 관해 언급을 안하시고
묵묵히 기다려주시는 부모님인데 좋은소식을 들려드릴수가 없네요.
오늘 어머니가 제 마음을 찌르는 소리를 하셨어요.
아들딸 스트레스 받을까 아무말 안하시던 어머니였는데, 본인이 스트레스가 너무 많이 받았는지 내뱉으시는 말들이 다 제 가슴을 아프게 찔렀습니다.
주변에 참 잘난 사람들이 많아요. 아들딸도 다들 너무 좋은곳에 취직하고, 결혼도 잘하고 잘 사는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그들보다 더 부족함 없이 지원하며 키웠는데 본인의 아들딸이 잘 안되는게 속상하신가봐요.
말하고나서 아차 싶으셨는지 제게 사과하셔서 제가 웃으며 괜찮다고 했지만, 사실은 뒤돌아서 잠깐 눈물을 훔쳤어요.
밤에 잠들 때 이유없이 눈물이 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마음이 너덜너덜해진것 같아요.
끊임없이 성취를 이루면서 살아왔던 인생이었어요. 학생때는 매일매일 공부하여 성적을 올리는것이 즐거웠고,
대학때는 새로운것을 배우고 새로운 사람은 만나는것이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2년동안 아무런 성취가 없는 시기를 보냈어요. 매일매일 시간을 투자해서 자소서를 쓰는데, 탈락문자가 오는 순간
제가 들인 노력은 아무런 성취가 없는 물거품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둥글게 둥글게 살아왔어요.
남들처럼 불타는 열정도, 피어오르는 자신감도 없지만, 제겐 포근한 인성이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작은것에 행복해할줄 알고, 따뜻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있는 사람이었다고 자부해요.
그런데 지금의 제 모습은 무기력하고, 스트레스로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고, 세상을 염세적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되었습니다.
취업이 되면 이렇게 힘들어했던 경험은 그저 지나온 고난중에 하나가 되어서
술자리에서 웃으며 나눌 수 있는 하나의 이야기거리가 되겠죠.
그때 정말 힘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차피 이렇게 취업할거 그때 마음고생하지 말고 실컷 더 놀기나 하는건데... 하면서요.
그래도 지금만큼은 정말 힘드네요.
하지만 절 사랑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더 힘 내봐야겠죠.
얼른 취업해서 웃으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과, 친구들과 마음 편히 이야기하고 싶네요!
그냥 마음정리 할 겸, 감정표출의 장으로 고게에 글써봅니다. 다들 힘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