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 맘 때였어요.
엄마랑 별거하고 매일 술만 드시던 아빠가
탈이 나서 결국 뇌경색으로 입원하신 후에
몸을 거의 못 가누시던 게요.
뇌경색 진단 받기 전이랑
비슷하게 지내시긴 하는데
늘 아빠가 걱정돼요 저는...
저희 아빠는...세상을 살면서 행복한 게
없는 분이세요.
그러니까 호불호도 없고,
감사하고 기쁜 것도 거의 없이 정말
재미없게만 사세요.
이삿짐만 30년동안 매일 하루도 못 쉬고
일 하면서 몸도 많이 상했구요.
뇌경색 진단 이후로 거동이 불편해지셔서
이삿짐은 더 할 수 없어서 엄마가 동네 마트
하나 차려줬는데, 마트가 생각보다 정말
힘든 곳이더라구요 ㅠㅠ
세상에 안 힘든 일은 없는 것 같아요.
정말 거의 감옥이랑 비슷하게 늘 갇혀 있어야 해서
아빠가 많이 힘들어하시더라구요.
이렇게 있다가는 또 병 재발할 것 같아서
지난 여름부터 아빠한테 시 필사를 시켰어요.
그럼 제가 참 잘했어요라고 하트 넣어서
적어줘요.
아침에 가게 와서 시 필사로 하루를 시작하는
아빠가 너무 고맙고 또 고맙더라구요.
벌써 3권째입니다. ㅎㅎ 필사하면서
좋은 시 많이 읽고 감성에 빠져 보라고
좋은 시집으로 골라줬어요.
엄청 구두쇠라 종이 아깝다고 날짜 지난
달력 잘라서 그 뒷면에다 쓰세요.
그래도 써주는 것만으로도 저는 참 고맙더라구요.
요즘 바빠서 아빠 마트에 거의 못 왔는데
오랜만에 와서 보니 여전히 잘 쓰고 계신 게
기뻐서 공유하고 싶어서 올려봐요.
치매예방으로 시작한 거에요.
아무래도 뇌경색 진단을 받으니까 치매가
제일 걱정이 되긴 하더라구요.
오유님들도 혹시 괜찮으시다면
시 필사 한 번 해보셔요. 이미 하고 계신 분들도
꽤 많으시겠지만, 부모님께도 치매예방 취미로
한 번 권해보셔요. ㅎㅎ
미세먼지로 가득찬 세상이지만,
마음만은 상쾌한 한주이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