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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글)친동생이 결혼하는데 제 친구들을 하객으로 부르고 싶지 않아요.
게시물ID : gomin_17308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2hta
추천 : 1
조회수 : 728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7/11/07 00: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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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목과는 달리 본질적으로는 저 자신에 대한 글이 될 것 같네요...

내년 5월에 동생이 결혼을 합니다. 
이제 막 드레스 준비 하고 신혼집 알아보고 웨딩촬영하고 그러네요. 

저는 지금 외국에서 워홀 비자로 체류 중입니다. 취업을 해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요. 1년 2개월 되었구요.
월급은 200만원 정도 되는데 방세, 공과금을 모두 제가 부담하고 있어서 돈을 거의 모으지 못했네요. 방세+세금+공과금으로
매달 거의 130~140만원이 빠지고 통장에 남는 돈은 고작 50만원... 여기에 식비 포함 생활비로 다 나가면 
거의 남는 돈이 없습니다. 누구  탓을 할 수도 없어요. 제가 선택한 일이니까...
방세는 현지 화폐로 인출을 하는데 수수료 포함해서 정확히 120만원이 빠져 나가요. 

문제는 동생 결혼 시기에 맞춰서 귀국을 할 생각을 하고 있는데
고민이 돼요. 사실 낼 모레 서른인데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제가 한심해 미칠 것 같아요. 
그리고 고민게에 글을 쓸까 말까 몇 번을 망설였는지 몰라요. 글쓰기 창 띄워 놓았다가 끄기를 몇 번...
마음이 몇 달 째 풀리질 않아 망설이다가 글을 쓰네요.

해외 나올 때 저는 이민을 목표로 나왔어요. 제가 취업한 지역에서 근무를 하고 돈을 모은 다음 
제가 원하는 국가로 점프를 할 생각이었어요. 회사에서도 지원이 좋..은 것 같았고요. 근데 막상 와보니 현실이 많이 달라서
하루 하루 말 그대로 '버티기'를 하고 있습니다.

몸도 안좋아 졌고, 매달 방세 낼 때마다 통장 바닥을 긁어내다 시피 해서 내는데 너무 비참하고 그래요.
방세를 못내서 월급을 미리 가불 받은 적도 몇 번 있어요. 
한국에서 최저시급 알바를 할 때도 가불 이라는걸 받아 본 적이 없는데 취업을 해서 직장 생활을 하는데 월급을 미리 땡겨받고 있습니다.
제가 너무 병신같아요...

먹는 것도 대충 먹게 되고, 출근해서 계속 일 하고 집에 와서도 남은 잔업을 하는 둥 마는둥 근무를 하구요.
대략 밤 10시 전후로 업무를 마무리 하고 눕습니다. 이 생활을 1년째 하고 있어요. 

1년 정도 되니까 정신상태도 많이 안좋아져서 
너무 우울하고 의기소침하고 업무에서 실수를 하거나 클라이언트와 마찰이 빚어지면 자기비관을 합니다.
회사 상사에게 깨진 적도 엄청 많은데 요 근래에는 제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오히려 저를 많이 배려해줄 정도에요.
제 실수를 뒷감당 해주고, 수습도 해줍니다. 저는 그냥 죄송합니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 앵무새가 되구요. 
무엇보다 자존감 자체가 거의 바닥으로 내려갔구요. (자존감이라는 단어 자체가 번역의 오류라는 얘기가 있던데, 그냥 대충 넘어가주세요..ㅠ)

몇 달 전만 해도 퇴사 하고 한국 들어가서 다시 예전처럼 일상을 보낼 생각에 하루 하루를 보냈습니다.
심지어 약간 들뜨기도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내가 꿈꾸는 미래는 오지 않을 것 같고, 지금까지 30년 살아오면서 
제가 원했던 결과, 예상했던 미래는 거의 오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생각이 미친 이후로는 하루하루 너무 우울한 기분으로 생활합니다.

그 와중에 동생이 결혼을 한다는 얘기가 나왔구요. 
그런데 곧바로 드는 생각이, 제가 해외 나와 있으면서 1년의 시간 동안 자연스레 주변 사람들과 많이 멀어 졌어요.

실제로는 연락처 번호를 지운 사람도 꽤 되구요. 
인스타, 페북에서 저를 친삭 한 사람도 있고, 반대로 제가 삭제를 해버린 사람들도 있고 그렇습니다.
어차피 앞으로 볼 일 없는 사람들, 친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소원하지도 않은 애매한 사이는 아예 정리를 해버렸어요. 

진짜 문제는 지금 연락 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저의 현재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데 있어요. 

여기 와서 외모에도 아예 신경을 못써서 피부도 안좋아졌고, 저 스스로가 너무 못나 보여요.

이 모습을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몇 년 만에 사촌에 팔촌까지.. 친척들까지 올 텐데 사촌동생들 만나는 것도 싫어요. 이모들, 고모들, 외가 친가 어르신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일텐데, 진짜 할 수만 있다면 동생 결혼하는 날 혼자 아무도 없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다 오고 싶습니다.

정말 솔직한 심정으로는 동생 결혼식 자체를 가고 싶지 않아요. 사람들에게 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요.

그런데 오빠인데, 어떻게 안가요. 정장을 입을 텐데, 체중이 5키로나 빠져서 정장 입어도 옷태도 안날거고,
낯빛도 어두워져서 인상도 안좋아 보일 게 뻔하구요.

이 모든게 제가 생각이 없고, 욕심이 많아서 그런거니까 어디 하소연 할데도 없어요.
누가 강요해서 억지로 끌려온 노예도 아니고, 내 욕심으로 내 꿈이라는 망상 하나에 여기까지 왔는데
막상 와보니까 외국 생활은 헬조선 저리갈 수준으로 힘들고. 외롭고.

어제 오랜만에 여사친한테 연락이 왔는데 너무 반갑고 고마워서 눈물이 날 정도였어요.. 
친한 친구들하고도 가끔 연락을 하면 별로 할말도 없고..
동생 결혼한다는 얘기도 아직 안꺼냈어요.

친동생 결혼이니까 그래도 친한 친구들 몇 명은 부르고 싶은데 이런 고민을 하는 제가 너무 싫습니다. 
형제가 결혼을 하면 친한 사람 몇 명은 부르더라구요... 아예 한명도 안 부르지는 않더라구요.. 
 저도 제 친구들의 형/누나/동생 결혼식에 몇 번 갔었구요.
저도 그런 그림(?)을 생각했었는데... 

한국 가면 당분간 아무도 만나지 않을 생각이에요. 제 모습이 너무 초라하네요. 
그냥 편의점 알바 하면서 월급 50만원만 받으면서 당분간 살고 싶어요. 사람들도 만나고 싶지 않아요.
애초에 욕심을 부리지 말걸...  주제파악을 할 걸 그랬어요.. 현실에 만족하면서 살걸.... 시발..ㅠㅠ

뭐 해결될 고민도 아니고,
그냥 상황 봐서 친구들 바빠서 못온다고 하고 그냥 부르지 말까요..
부모님이나 친척들이 보시기에 그래도 나이가 서른인데 동창이나 대학 동기가 단 한 명도 안오는걸 아시면
창피하긴 하겠네요... 


넋두리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이 글 하나 쓰느라 며칠을 썼다 지웠다 반복을 했는지.. 정작 써놓고 보니 뭐가 고민인지도 뭐가 문제인지도 헷갈리는 글이네요.

다들 좋은 밤 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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