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어제(오늘 새벽) 백3는 정말 이도저도 아니었고, 경기력이나 전술 역량에 대한 비판에 대응하여 '나도 요즘 유행하는 백3 쓸 줄 안다'라는 식의 보여주기에 불과하지 않았나 싶음. 전술 실험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고 백3 한 번 해봤다 이상의 의미가 있..을까요.
1. 아시안컵 이후, 슈감독은 4-1-4-1을 선호했고 이 포메이션으로 (주로 약팀들을 대상으로 이기는 했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었음. 그런데 4-1-4-1을 운용함에 있어 두 가지 문제가 드러났는데 하나는 공수 간격 유지가 제대로 안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3선 미드필더 자리에서 뛸 적절한 주전 선수를 발굴하지 못했다는 것이었음. (1) 미드필더 라인과 수비 라인 간의 적절한 간격 유지가 이루어지지 않고 이 간격이 너무 벌어짐에 따라 수비와 빌드업에 문제가 발생. 이 넓은 공간을 3선 미드필더 1인이 커버하느라 이 자리에서 뛰는 선수에게 과부하가 걸림. (2) 3선 미드필더에 정우영을 기용했으나 약팀과의 경기 외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한국영은 괜찮은 선수이기는 하나 장단점이 분명한 선수이고 이 위치에서 뛰기엔 부족한 점이 많음. 기성용을 내려서 3선에서 플레이하게 하자니 기성용의 공격적인 재능이 아깝고 공격 작업에서 기성용의 부재를 대체하지도 못함.
2. 어차피 슈감독 체제로 월드컵 본선에서의 좋은 결과는 기대하기 어렵고 지역 예선 통과하냐마냐가 관건인데 남은 경기 백3나 4-1-4-1 대신 4-2-3-1 쓰는 게 나을 듯. (1) 4-2-3-1이 슈감독 이전에도 국대 주전술이었고 슈감독 체제에서도 아시안컵 등에서 쓰던 포메이션이라 선수들에게도 가장 익숙해 보임. 슈감독에게 부분 전술이나 미세 전술 조정 같은 건 없고, 결국 약속된 플레이 같은 거 없이 선수들 개인 기량이나 오래 발맞춰 온 선수들간의 호흡으로 공격을 풀어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선수들에게 가장 익숙하고 그나마 성과를 냈었던 포메이션을 쓰는 게 나아보임. (2) 3선 미드필더 한 명으론 힘이 부치고 불안함을 계속 노출했기에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위해 3선에 숫자를 늘리는 게 필요함. (3) 한국영은 기동력과 태클은 좋지만 패스가 부정확하고, 기성용은 모든 면에서 뛰어나지만 대인 마크나 기동력은 다소 부족. 이 둘을 같이 쓰면서 경우에 따라 번갈아 위아래로 오르락 내리락하는 게 그나마 나아보임. (4) 현재 공미 자리에 구자철이 없긴 하지만 남태희, 이재성, 이명주 같이 그 자리에서 뛸 수 있는 자원은 많음. 남태희는 카타르가 홈이나 다름 없는데다가 공미 자리가 본인 본래 포지션이고 수미 둘이 밑에서 받쳐준다면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을 듯(그럼에도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더이상 남태희를 국대에 뽑을 이유가 없겠지..). 슈감독은 이재성을 이청용 백업 정도로 생각하는 거 같은데 이재성은 현 국대에서 후보로 쓰기엔 아쉬운 자원이고 중앙에서 측면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선수라고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