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였다면 진작에 자고있을 시간인데 깨어있어서인지, 그냥 혼자만의 시간이 생기니 묻어뒀던 생각들이 올라오는건지. 6월. 두려움과 기대가 섞인 마음으로 입대를 했다. 

전반기 훈련소. 분대장도 하고 체력측정도 특급에 가깝게 나오면서 그래도 운동으로 욕먹지는 않겠구나 싶었다. 허리가 가끔 욱신거렸지만 긴장때문이라 생각했다. 

뜻하지 않게 가게된 종행교. 헌병이라는 병과를 가게되며 남들과는 조금은 다른 길을 가는듯 해서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나는 잘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기대해오던 자대에 가게되며 나는 그래도 A급 헌병이 될거란 생각이 들었다. 

자대에 도착하고 일주일 후 허리를 다쳤다. 긴장해서 그런거라 생각했다. 다리가 저려왔다. 오랜만에 달리기를 오래해 그런거라 생각했다. 부대에 적응하고 긴장이 좀 완화되면 나을거라 생각했다. 

2주대기가 풀리고 내 몸은 나아지지 않았다. 나는 당황했고 무서웠다. 나는 들어가던 근무들에서 빠지게 되었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부대에서 신경을 써줘 몸을 무리하지는 않게 해주었지만 나 자신은 점점 작아졌다. 병원에서는 디스크가 조금 튀어나와 통증이 심하지는 않을거라고 했다. 나는 아팠다. 

내 신병휴가는 병원으로 끝났다. 아파온지 3달이 되가는데도 가는 병원마다 하는 말들이 다르다. 아직도 나는 확실히 뭘하면 나아지는지를 모른다. 부대에서는 잉여병력이 되었고, 내 자신감을 땅보다 더 깊게 내려갔다. 자존감 또한 있는대로 내려갔고 성걱이 점점 이상해져갔다. 아무것도 아닌일에 짜증이 올라오고 무기력해졌다. 일병 2호봉에 벌써 세번째 휴가고 맞후임보다 부대생활을 적게 한 선임이 되었다. 운동을 못해 살이 점점 쪄가고 근육이 살이되는게 느껴졌다. 

정말 잘할 거라 생각했는데. 나는 안그럴거라 생각했는데. 힘들다. 너무 힘들다. 진짜 너무 힘든데 얘기를 할 수가 없다. 다들 바빠보이고 자기 일로 힘들어 보인다. 누군가 붙잡고 펑펑 울고싶다. 울 수가 없다.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