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가족은 어머니 뿐이에요. 아버지가 고3 말에 돌아가셨어요. 아버지는 평범한 시골 가정에서 자라신 분이셨어요. 그에 반해 어머니는 흔히들 말하는 고아출신이세요. 아버지는 알콜 중독에 입도 험하신 분이셨어요. 가끔씩이나마 고아출신임을 욕하시기도 하셨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불교식 장례를 식구가 치르려했어요. 49제요. 그러나 어머니와 저는 돈이 없었어요. 그래서 49제가 부담스러웠죠. 근데 저는 몰랐는데 식구들이 그런 어머니께 '가족이 없어서 못 배워서 그렇다'고 어머니께 말했대요. 결국 49제는 치뤘어요. 저는 철이 없었고 방황을 많이 하면서 입대 전까지 일 한번 안하고 어머니 등골이나 쳐먹다가 지금 제대하고 지금은 편돌이나마 알바 중이에요. 제대 후 생각해보니 어머니가 받은 무시와 괄시에 너무 화가 나요. 아버지가 어머니께, 식구들이 어머니께 막 대할 수 있던 건 다 어머니께 가족이 없던 탓 같아요. 사람에겐 모름지기 지켜야할 인의가 있는데, 어떻게 그런 저열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을까 싶어요. 어머니의 보육원 생활 이야기도 들어보니 군대못지 않은 고생의 연속이었고 특히 뭐 없어지면 보육원 아이들이 먼저 지목받고 매맞았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어머니는 사회정착금 한푼 받지 못해 쫓겨났고 이보다 많은 구구절절하고 열악한 환경에 있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절 키워주셨어요. 저는 그래서 어머니를 참 존경해요. -
이런 배경 때문인지 요즘은 조금이나마 돈을 버니까 보육원 어린이들에게 봉사나, 비정기적이나마 기부에 관심이 갔어요. 그런데 기부를 하면 애들에게 잘 갈까도 걱정이고, 봉사는 제가 혹여나 인성이 형편없어서 애들에게 은연중의 우월감, 동정심 따위의 감정이 조금이나 비춰지면 어쩌지 고민이 돼요..
우선 기부를 조금씩 하다가 봉사를 할까요? 봉사나 기부 하고 뿌듯함 같은 거 그런 걸 느껴도 죄악은 아닐까요?(이전에도 중학생때 봉사하다가 그런 뿌듯함을 느꼈는데 그게 뭔가 우월감에 발로가 아닌가 싶었거든요) 여러가지로 형식과 방법 면에서 고민이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