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나무들은 밤에도 꽃을 견디고 있고
나는 꽃이 질때까지 계속 걸어갔다
얼핏 평범해 보이는 이 문장에도 함정은 있습니다. 저라면 이 구절을
나무들은 밤에 꽃을 견디고
나는 꽃이 질때까지 걸었다
로 수정해서 쓰겠습니다.
시에서 언어의 경제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텐데 문장은 최대한 간결하게 쓰는 것이 좋겠습니다. “밤에도”라고 강조하지 않아도 충분히 의미가 전달될 수 있겠고 (오히려 한 글자의 공백에 의해 그 여운이 더 넓어질 수 있겠지요.) “견디고 있고”라고 쓰지 않고 “견디고”라고 써도 훨씬 더 축약해서 ‘꽃’의 상태를 말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문장 자체가 지속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계속”이라는 말은 삭제해도 되겠고 “걸어갔다” 대신 “걸었다”로 단정하게 쓰는 것이 깔끔하겠습니다.
채우고 강조하는 방식이 아니라 비우고 남겨두는 방식으로 시의 문법은 진행되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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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쓸 궁리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