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말에 전 남자친구가 아기 앵무새를 데려왔는데 계획하던 일이 좀 틀어져서
어리고 예민한 앵무새를 돌보기엔 많이 바빴어요.
그래서 제가 그 사람 도와주려고
처음엔 그냥 온도 맞춰주고 이유식 먹이는 것만 의무감으로 하면서 있다가..
어느순간 내 아기처럼 느껴져서
너무 걱정되고 잘해주고싶어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기도 했어요.
저는 생명에게 온전히 시간과 관심을 주고 최적의 환경을 맞춰줄 수 있는게 아니면, 절대 키우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어서요. 내가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어서 많이 힘들었어요.
정말 일어나지도 못하고 물 마실 줄도 모르던 아기가,
일어나고 걷고 물도 혼자 마시고.. 새로운 소리를 내고, 나무에도 오르고, 날기도 하고. 가을쯤엔 제 목소리를 따라 말도 잘 했어요. 모든 순간이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소중했어요.
삶의 힘든 일들이, 아기랑 눈만 마주치면 사르르 녹고..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게 깊이 행복했어요.
심지어 원래 주인인 남자친구에게 맡기면 아기를 제대로 돌보지 못할 것 같아서 보내고나면 짜증나고.. 떨어지기 싫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사실 불안했는데, 고향집에 내려간 사이에
연락이 왔어요. 토토가 죽었다고.
제일 힘들고 죄책감 들 사람이니까, 오빠 탓이 아니라고 위로했지만. 그 사람 실수로 죽은게 맞아요.
토토를 돌보기엔 너무 일이 바쁘고 피곤한 사람이었거든요.
그 사람이 바쁘고 피곤해 주위의 소중한 것을 챙길 수 없다는건 내가 겪어서 제일 잘 알지만.. 그래도 토토에게는 잘할거라고 애써 믿고 맡기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집에 내려가기 싫어하는 나를 그렇게 등떠밀어 보내놓고는,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만들었어요.
아무튼 토토를 보내고
그 사람이랑도 헤어졌는데
저는 유튜브에 올려뒀던 토토 동영상이랑 그동안 찍은 사진을 매일매일매일 보면서 지내거든요.
그러다가 아 진짜 너무 예쁜 토토를 보면,
이 예쁜 토토를 다시 볼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도 아직 안되는데,
이 모습과 토토의 기억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없다는게 또 아파요.
평생 힘들 것 같아요.
그 사람이 너무 미운데
토토의 기억을 망치고싶지 않아서 억지로 감싸려고 애쓰고 있어요.
토토가 제일 좋아하던 사람이고, 우릴 만나게 해줬고, 함께 많이 행복했으니까. 토토를 떠올릴 때 이 사람 생각에 슬퍼지지 않도록 하고 싶은데ㅡ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