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에 남부럽지 않은 연봉과 전공을 살려 회사에 들어갔지만,
하는 일이 생각과는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패기롭게 퇴사 통보를 했었습니다.
유일하게 한 사람만 저를 잡아 몇 번 얘기를 했던 것에 흔들려 퇴사를 번복하고나서부터 였을거에요
아무도 일을 주지도 말을 걸지도 않았던 게...
저도 내성적이고 살갑지 못했기 때문에 다가가지도 못했고 그렇게 부서분들과 멀어졌습니다.
그러기를 어언 9개월이 접어들었네요
물론 그 긴 기간동안 제가 열심히 한 건 없었습니다. 커피 마시러 나갈 때 저를 한 번도 부르지 않았지만
그럴 때 제가 먼저 다가가서 얘기하지도 않았고요.. 꿀먹은 벙어리마냥 하루죙일 앉아있다 퇴근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런 멍청하고 한심하고 성숙하지 못한 모습들을 보였으니 더욱 심해질 수 밖에 없었겠네요
그러다 문득 팀원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 자리를 일부러 오래 비워놓고 녹음해봤습니다.
물론 제가 하는 행동이지만 참 성숙치 못하고 여간 우습기만 하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팀장과 윗분이 팀원들 앞에서 제가 곧 나갈거란 얘기 등등을 하고 있었네요
만회라는 것조차 없어진 것 같네요...
이제와 돌아보니 제가 한 건 없었고, 회사도 그것을 의도한거였습니다....
언젠간 나도 일이 주어지겠지 라는 생각 하나로 버텼지만,, 이제는 아닌거 같습니다.
울음이 날 정도로 슬픈건 아닌데, 뭔가 되게 마음 한 쪽이 휑하고 두렵고 착잡하고 그러네요
어디에다 시원하게 털어놓을 사람도 없으니 소주만 들이켰습니다..
그래도 아직 20대 후반이고 올해초에 졸업한거니까 괜찮을거란 생각 하나로 다시 시작할까 합니다...
타지역에 자취방도 정리를 조금씩 해놔야겠네요..
부모님한테는 뭐라고 말할까.. 앞으로 면접볼 때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아니 그 전에 내 이력을 보고
날 뽑아주기는 할까... 1년 경력도 안 되는데 퇴사 번복하고 소심하게 있다 못견디고 퇴사했다고 말하고 다닐까....
답답한 일요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