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워>에 대한 막말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중앙대 겸임교수 진중권씨가, 스크린쿼터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진씨는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이슈와 사람>(표준 FM 98.1 오후 2시 5분, 연출 : 손근필)에 출연한 진중권 교수는 "휴대전화를 살 때 제조사 사장이 고생했다고 해서 제품의 결함을 눈감아줘야 하냐"며 일부 네티즌들의 비난을 일축했다.
진 교수는 이 자리에서 "디워의 CG도 우리가 만들었다고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새로운 게 아니라 2급 정도 수준"이라며 "심 감독이 '헐리우드를 점령하겠다'(고 마케팅을) 했지만 미국 사람들은 디워를 용가리랑 비교하는 게 아니라 트랜스 포머랑 비교한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지금의 상황은) 국산품 애용운동이다. 70년대 까지 박정희 정권까지 그런 얘기를 했겠지만 이젠 상품끼리 경쟁을 해야 한다"며 "영화 자체가 안 좋으면 안봐야 감독들도 앞으로 잘 만들 생각을 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러한 진교수의 관점은 정확히 스크린쿼터 폐지 및 축소 논리와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네티즌들은 진교수의 모순점을 지적하고 있다. “진교수가 만약 그 논리로 스크린쿼터 폐지를 주장한다면 그의 주장의 일관성을 받아줄 수 있다”는 태도이다.
그러나, 진교수는 지금껏 한미FTA 반대와 스크린쿼터 사수 논리를 펴고 있는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활동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의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그는 2006년 2월 7일 오마이뉴스가 주최한 ‘스크린쿼터 영화인들에게 묻다’라는 동영상 토론회에서, 스크린쿼터 사수를 주장하는 영화인들을 패널로 사회를 보는 등, 이들과 보조를 함께 맞춰왔다. 오마이뉴스의 토론회는 스크린쿼터 축소여부를 놓고, 찬반 양론의 의견을 듣는 자리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영화인들의 스크린쿼터 사수 논리를 네티즌에 알리기 위해 기획된 자리였다. 이러한 토론회에 사회를 본다는 것은 사실 상 스크린쿼터 사수에 동참했다는 의미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 토론회에서 진중권 교수는 '영화는 상품이냐, 문화냐'는 질문을 던졌고 동국대 영화학과 교수 유지나는 "미국에서 영화는 상품이지만, 한국에서 영화는 상품성이 강하긴 하지만 공공적 문화가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때 진교수는 사회자로서 별다른 반박성 질문을 하지 않았다.
또한, 진교수는 각종 정치토론회에서도 한미FTA 등 신자유주의적 시장개방을 반대해왔다는 점에서, 영화계의 스크린쿼터 사수 논리에 정당성을 부여해주기도 했다.
진교수가 만약 <디워>에 대해 “사장이 한국인이니까 어설픈 제품을 사주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끝내 고수한다면, 그는 조만간 네티즌들을 상대로 최소한 스크린쿼터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야하는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진교수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디워>와 스크린쿼터 관련하여 이중적 모순에 빠져버린 영화계 전체의 문제라는 측면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만약 진교수가 스크린쿼터 폐지를 주장하게 되면, 지금껏 그가 옹호해왔던 기존 충무로 영화계와 진교수는 완전히 선을 그을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그의 활기반인 진보좌파적 지식계 내에서도 분명한 입장 정리를 해야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디워> 하나 때문에 자신의 영역을 정리해야하는 우스운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진교수는 할리우드 영화 <300>에 대해서는 서사와 관계없이 그래픽만 감상하면 된다고 주장한 바도 있어, <디워>를 죽이는데 몰입하다가 평소 자신이 펴온 주장을 180도 뒤집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