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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대한 짧은 이야기
게시물ID : humordata_17387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냥노동자
추천 : 6
조회수 : 137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2/10 10: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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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나는 어떤 외국에 나가 살아본 적도 없고
해외체류 경험이라고는 기억도 안나는 시절에 갔던 캐나다 14박 15일이 전부지만
 
이거만큼은 꼭 좀 말하고 싶다.
 
우리나라만큼 명절 피곤하게 지내는 나라가 지구촌 어디에 또 있을까 싶다.
명절, 긴 연휴에 가족들을 보러가는 경우는 자주 있다. 음식을 나눠먹고 덕담을 주고받는 것이야
어느나라든... 있... 다지만...
 
 
아니, 엄마들은 왜 그렇게 명절때만 되면 전을 뒤집고 음식을 만드는건지.
 
2주 3주 전부터 명절음식을 준비하고 홍어코를 꿰어 오고 돼지고기를 한트럭 가져오고 술을 짝으로 사오고
 
밀가루며 잡채 나물 블라블라 아무튼 이런저런 음식들 아침상 내가면 점심상 만들어야 하고 점심상 내가려고 하니
 
술상 봐오라 해서 술상 내오고 그러다보면 열두시 한시 두시 세시 네시...
 
밤 새도록 술을 먹고도 모자라 뭐 또 마시네 마네 죽어나는건 엄마들 뿐. 그래 죽어라고 일을 하고 눈치를 봐야 겨우
 
갈 수 있었던 엄마네... 그러니까 외할머니네 집.
 
식구가 많아서 그런가 엄마는 거기 가면 손가락 까딱 안하고 뒹굴거리는데 내가 지금도 그 모습 생각하면 눈물이 다 나.
 
집에서는 귀한 딸인데 우리 친할머니는 엄마를 왜그렇게 부려먹었담.
 
그뿐이냐.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작은아버지 작은어머니 막내작은아버지 막내작은어머니...
 
밑으로 사촌동생 넷.
 
 
여기까지가 내가 용인할 수 있는 촌수인데 문제는 삼십년 대가리속에 생각이란걸 달고 살기 시작한 때 부터
귀에 딱지가 앉게 들었던
 
"저분은 너희 작은 아버지의 장인 되시는 분인데 그러니까 너하고도 어느정도 관계가 있는 분이라고 볼 수 있지
어서 인사드리거라"
 
라고 한다던지,
 
그러니까... 아오 씨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돼.
 
우리 할아버지는 첫째 할머니와 둘째 할머니를 부인으로 맞으셨는데 그러니까... 그게...
 
아무튼 첫째 할머니의 형제분들과 둘째 할머니의 형제분들, 즉 둘째 할머니의 배에서 나온 우리 아버지와- 그 밑의 작은아버지들...
 
어쨌든 몽땅 다 해 열 몇명의 어른들이 계시는데... 당신들도 지금 내가 무슨 이야기 하는지 잘 모르죠?! 예 이해합니다.
 
 
아무튼 그 어른들에게까지 인사를 다~~~~~~~ 드리고 나면 하루가 다 가곤 한다.
 
 
게다가 아버지가 예전에 만두장사를 하실 때 주방장을 하던 사람도 옛부터 가족처럼 지냈으니 작은아버지로 모시거라 하는데
 
아니 나는 작은아버지가 몇명인지도 모르겠고 큰아버지가 몇명인지도 모르겠고
 
생각해보면 아버지면 아버지지 크고 작은 아버지가 어디있어. 뭐 큰아버지가 우리아버지보다 키는 좀 컸지.
 
그냥 외국처럼 엉클로 퉁치고 예아 와쌉맨 하면 안되나?
 
명절때마다 "그간 별고 없으셨습니까 인사드립니다" 하는것도 존나 그만할때 안됐냐 이거지.
 
내가 용인하는 촌수에서는 그런 인사 해도 되지 당연히. 그런데 만두빚던 피한방울 안섞인 아저씨를 작은아버지로 모시기는 그렇잖아요?
 
그리고 그 딸 나한테 자꾸 하대한다고! 언제 보면 아주 멱살을 잡아벌라!
 
좋은점은 친척동생들이 많아서 때만되면 모여서 술도먹고 밤새도록 진상짓거리도 하는게 즐거움이라면 즐거움인데
 
그거빼고는 영 장점이 없다. 그리고 그새끼들 저번에 내 지갑 털어 술마셨다. 삼십오만원이 공중분해되는 기적을 경험했다.
 
내 연봉이 사천 조금 안되는데 그새끼들 (술)먹여살리느라 등골이 휠 지경이였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어이구 이 핵폐기물 새끼들 그래 쳐 마셔라 나도 같이좀 먹자"
 
뿐이였고 그저 자리에 앉아 같은 미1친놈이 되는 것 뿐이였다.
 
그래 강아지같은 놈들이 어느새 거뭇한 삼십대가 되어서는 으허허허허 형님 하는거 보는 재미도 재미라면 재민데
 
명절은 제발 좀-
 
이제 엄마도 뭐 음식하느라 바쁠 짬도 아니고 예전보다는 명절분위기가 많이 축소되긴 했는데 내가 하고싶은 말은
 
내가 용인할 수 있는 촌수에서만 놀았으면 좋겠다. 이름모르는 아저씨들한테 무슨어른 누구 어르신 하는것도 피곤하고
 
내 인생이 피곤한데 명절때도 피곤하긴 싫다.
 
 
뭐 쓰다보니 이거 뭐 기승전결이 없어. 아무말로 퉁칩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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