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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달걀 논쟁에서 - 경계선 문제
게시물ID : science_174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포스테크
추천 : 14
조회수 : 841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3/03/02 22:29:47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하는 물음은 사실 정확한 물음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진화는 점진적으로 조금씩 일어나는데, 우리가 닭이라고 부르는 동물은 과연 DNA가 어느 정도 지금의 닭과 일치해야 할까요? 그리고 닭의 종류만 해도 수백종이 넘는데, 과연 어느 닭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까요 등등...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진화론을 도입하여 간단하게 풀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큰 문제인 '경계선 문제(Boundary Problem)'이 지뢰처럼 자리잡고 있습니다.


 경계선 문제를 소개할 겸, 간단한 예시 두 가지만 소개해 볼까 합니다.




 1. 대머리는 언제부터? - A(0)과 A(무한대)의 차이


 유명한 문제입니다. 머리카락이 1 가닥만 있다면 대머리죠. 여기에 한 가닥이 더 있어도 대머리입니다. 따라서 n 가닥의 머리카락이 있는 사람이 대머리라면 n+1 가닥의 머리카락이 있는 사람 역시 대머리죠.


 그렇다면 우리가 고등학교 수학과정에서 배운 것처럼,  A(1)=대머리이고, A(n) = A(n+1) 이라면 이론적으로 A(100,000)=대머리입니다. 즉 머리카락이 10만개 있는 사람도 대머리가 되는 것이죠(동양인 평균이 10만개쯤 된다네요).


 하지만 대머리가 아닌 사람은 분명히 존재하죠. 다시 말해, 경계선이 애매하지만 양 끝에 있는 개념(혹은 개체)은 반드시 존재합니다. 이와 비슷한 문제가 경제와 정책에서 나타납니다.



대머리 논쟁 실전편


 우리는 가끔씩 이런 형식의 논리를 봅니다.  


나라에서 노인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해야 하는가?


월 5 만원 쯤은 괜찮은가?

그렇다면 10 만원은?

그렇다면 50 만원은?

100 만원은?

1000 만원은?


따라서 보조금을 지급하면 안 된다



 굳이 노인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문제가 아니더라도, "그 정도면 괜찮지 않은가"하는 주장의 반대 주장으로써 꼭 나오는 주장이 바로 위 형식의 논리입니다. "그 정도가 괜찮다면 거기에 쪼끔 더 붙인건? 그것도 괜찮다면 거기에 또 다시 쪼금 더 붙인건? 그렇다면 언제까지 쪼끔 더 붙일 수 있는가? 쪼끔 더 붙이다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 어떻하게? 따라서 아예 시작조차 하면 안 된다."는 식이죠. 


 아마 대머리 이야기를 접하신 직후이기 때문에 이런 식의 논리가 허술하다는 것을 쉽게 알아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노인들에게 월 5만원을 지급하는 문제와 노인들에게 월 100만원을 지급하는건 다른 문제입니다. 100만원을 주면 안 된다고 해서 5만원도 안 될 논리적인 근거는 없죠. 5만원도 주기 싫다면 '국가는 노인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다른 근거를 찾아야 합니다.









2. 언제까지 자전거? - 경계선 문제를 넘어서


 이번 문제는 대머리와는 약간 다른 방향성을 보입니다. 여기에 자전거가 있다고 하죠. 그런데 어떤 사람이 자전거에 전기 모터를 달았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이건 자전거인가요? 그렇다면 디젤 엔진을 달았다면 어떻습니까? 그래도 여전히 자전거입니까? 그렇다면 디젤 엔진을 달고 페달을 제거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자전거인가요?


 자전거에서 페달을 제거하고 디젤 엔진을 달았다면 그건 이미 자전거가 아닙니다. 오토바이죠. 그 시작이 자전거였을지라도 이미 자전거로서의 자격을 잃었습니다.


 이와 비슷한 문제가 사회와 철학에서 나타납니다.




자전거 논쟁 실전편


  철학과 관련된 논쟁에서, 특히 진리와 관련된 논쟁에서 자주 접하는 주장이 있습니다.



진리는 시대마다 변한다. 그게 진리다



 멋있어 보이지만 자전거 논쟁을 보신 분들이라면 이 주장의 헛점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진리의 속성은 '변하지 않음'에 있습니다. 그런데 진리가 변한다? 그렇다면 그건 이미 진리가 아닙니다. 페달 없는 자전거에요. 이런 식의 말장난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경계선 논쟁보다는 단어와 그 단어가 치칭하는 바의 괴리와 더 관련이 있습니다. "자전거"라는 단어와, "자전거"라는 단어가 지칭하는 개념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점인데, 경계선 논쟁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기에 묶어서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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