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20-30대가 많으니 내가 엄마쯤 되겠다 26살 3월에 결혼 출산예정일보다 한달 일찍 10월에 큰아들 낳음 밤새 진통하다 아침 9시 40분에 자연분만 2층 분만실에서 5층 회복실 엘리베이트 늦어서 계단으로 올라감
임신전 45kg에서 출산 직전 70kg 얼마나 건강한 돼지가 됐는지 미역국 세 그릇 먹고 한밤 잤는데 의사가 너무 건강하니 퇴원하라고 함 애기 어떻게 할 줄 모르겠다고 우겨서 다음날 퇴원 퇴원후 어땠는지 기억이 안남 출산 두달만에 곰같은 행색으로 출판사 출근.. 또 어땠는지 기억이 안남
나를 돌아본 기억조차 없음.
새벽 6시에 일어나 아침밥을 하고 남편과 나 도시락을 싸고 7시에 자는 아기를 안고 두 정거장을 걸어 어린이집에 맡기고 마을버스를 타고 역에 도착
1호선 15역을 지나다 보면 내 팔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처음 보는 남자와 얼굴을 맞닿는 일이 있기도 함 종각역하차, YMCA 옆으로 난 뒷길을 뛰어 뛰어 그렇게 9시까지 출근
6시에 퇴근, 뒤도 안보고 뛰어 뛰어 퇴근하면 7시 30분 어린이집에는 나만 눈빠지게 기다리는 어린이집 샘과 우리 아들만 남아있어 샘에게 죄송하다, 아들에게는 미안하다 연신 외치며 귀가
아기를 업고 저녁준비 가끔 일찍 퇴근한 남편이 애기를 봐주기도 함 그렇게 몰아치며 저녁을 먹이고 꼭 1시간은 아기에게 책을 읽어줌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끌어안고 세상이 아무 일 없이 안전하다는 표정으로 정말 여유롭게,한가한 척 책을 읽어줌
아기를 재우고 본격적인 집안일 12시에 식탁에 앉아 그 당시 현모양처는 꼭 한다는 가계부와 일기를 씀 어쩌다 필 받으면 시를 한편 쓰기도 함
그래서 누군가 다시 20대로 돌아가라고 하면 죽어도 아니올시다
그 지옥같이 고단했던 그 시절을 남편은 늘 미안해하고 난 스스로를 대견해하고..
그래도 그 틈에 두 아들에게 가끔 못난 틈, 부족한 틈을 들키면 미안하다
잠시 신문을 보는 일도 빨래를 개다 뉴스를 보는 일도 아이에게 한눈을 파는 일처럼 미안했다
그렇게 키운 자식들이 가끔 힘들다고 하면 어느 부분에서 위로와 격려를 해주어야할지 또 무딘 엄마같아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