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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봄' 이야기 좀 들어보실래요?(긴글주의)
게시물ID : animal_1741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도깨비신부
추천 : 14
조회수 : 481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7/01/09 13: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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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우리 봄이 이야기에 앞서, 저는 올해 5살이 되는 말티즈 '달구'를 키우고 있습니다
 
KakaoTalk_20160219_113857043.jpg
<말썽꾸러기 달구>
 
우리 달구 불면 날아갈까, 쥐면 짜질까 ㅋㅋ
정말 금이야 옥이야 키우며, 생후 6개월때 불어닥친 분리불안으로 인해 요새 인기있는 강형욱 훈련사에게 방문훈련도 받고 했지만(2012년 10월경)
나아지질 않아 제가 직접 훈련도 배우고 하여 그 지옥같았던 10개월 분리불안도 끝이 나고
더 잘 키우고 싶단 생각해 연고지도 없는 인천 부평으로 독립도 하여
 
알콩달콩 살던 어느날
 
그 어느날
 
2016년 9월 24일
 
#달구 단골 미용실
 
봄이의 사연인 즉,
7월쯤 어느 아파트단지에 있는 지하 계단 구덩이에서 발견된 봄이는 털이 엉켜있고, 피부염증도 심한상태였다고 합니다.
유기견보호동물병원에 보내졌고, 아이가 작고 성대수술도 되어있고, 나이도 많은것같지 않으니 분양이 잘 될 것 같아
바로 그 옆 미용샵
(=설명이 좀 필요한데, 그 미용실과 동물병원은 바로 2분거리에 있고 서로 돕고 사는관계정도;) 사장님이 보시고 일단 미용을 하고
약용샴푸를 해놓고 새주인을 기다렸지만 공격성이 있고, 만질라고 손을 뻗으면 두려움에 포퐁눈물)

그렇게 입양이 안되고 있던 어느날 2016년 9월24일
제가 훈련을 배운걸 아시고 미용원장쌤이 저한테 여쭤보셨어요. 이런 아이가 있는데 어찌하면 좋겠냐고.
 
봄1.jpg
<봄이 처음 만난날>
 
딱 보는데...
하............
 
제가 지금껏 많은 안타까운 아이들을 보면서 입양을 하고싶다, 생각했지만 우리 봄이는, 그냥 막 보는데...마음이 막 꿀렁꿀렁.
"선생님, 제가 며칠 데리고 있어도 될까요?" .......해서 데려옴.

사실 처음엔 나쁜마음이었어요.
둘째를 들이고 싶다는 생각은 간절했으나, 사회성이 전혀 없는 달구에게 섣부르게 둘째를 입양한다는게 자신이 없었어요.
이렇게 테스트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 좋으다.
달구랑 정말 안맞으면 다시 돌려보내도 되니까......
이런 나쁜마음이었어요...
 
집에 데려와서 찬찬히 봄이를 보니...
봄4.jpg
<집에 데려온 첫날_봄>
 
찬찬히 봄이를 보니...
양쪽 다리 제대로 걷지를 못함.
이불이며 방석 모두 씹는 습관.
손발 습진
왼쪽 어깨에 힘이 안들어가서 자꾸 고꾸라짐.
배만 엄청 빵빵한데 등뼈가 고스란히 만져질정도로 마름.
엄청난 식탐과 엄청난 입냄새.
 
 
뭔가 잘못됐다 싶었어요.
우리 달구가 봄이 눈치보느라 아무것도 못하고 스트레스 받는게 눈에 보였지만,
 
이렇게 아픈애를 다시 돌려보낼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일단 10월 1일날 그 동물병원에 갑니다. 이미 미용샵 원장선생님과는 이야기를 한터라,.....
 
진단을 받아보니,
양쪽 슬개골탈구 4기_ 오른쪽은 그대로 굳어진채라 더 심함.
추정나이 3~4세가 아닌 최소 6~7세 (_원장쌤이 그러셨거든요, 나이는 많아봐야 4살이다)
뭐 망설이고 어쩌고 할 이유가 없었어요.
10월 3일 봄이의 수술 예약을 잡았어요.
 
봄9.jpg
봄10.jpg
봄11.jpg
<수술 후 봄>
 
5일정도 입원을 시키고, 봄이를 데려왔죠. 10월8일(토) 오전에 수술 후 첫 응아를 싸준 덕분에, 퇴원시키고
그날 저녁엔가...
봄이가 답답할 것 같아서 안고선 옥상 올라가서 바람을 쐬고 있는데 손목에 뭔가 묻는거에요...
보니까...........
봄이 생식기에서 고름? 냉 같은게.........
 
어쩐지...봄이가 앉아있던 자리에 자꾸 얼룩이 묻더라구요...
 
그리하여....다시 병원에 방문 진단결과 자궁축농증...
초음파로 보니 왼쪽이 더 심하게 부풀어 있었고, 잘 모르는 제가 봐도 비정상적인 크기...
 
그리하여 10월 15일날 축농증 수술을 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위험할뻔 했다고 막상 열어보니 더 그랬다고...
마취도 예상시간보다 늦게 깨어서 병원 문 닫고나서 까지 더 기다렸어요.
 
의자에 앉아서...약봉투 뒤에 써져있던
이 글을 읽으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어요.
강아지기도.JPG
<약봉투 뒷면_강아지의 기도>
 
봄111.jpg
<자궁 축농증 수술 후>
 
짧은기간, 두번의 큰 수술을 이겨낸 우리 봄이...

원래는 '민희' 라는 이름으로 미용샵에서 3개월 가까이 지냈는데, 제가 동물등록 하면서
생일도 처음 만난 9월24일로 정해주고
이름도 '봄' 이라고 지어줬어요.
 
사실 이름은...처음 데려온날 지어놓긴 했는데
이름을 불러준다는건, 너무 큰 의미가 있는일이라 망설였지만...ㅎㅎ
 
봄222.jpg
<봄이 붕대 풀기전>
 
봄444.jpg
<최근사진_봄>
 
저번달엔가 미용 쫙 해줬네요.
우리 달구는 천연 제품만 쓰다보니 봄이한테 맞는 천연제품으로 씻기고 해주다보니 피부도 모질도 엄청 좋아졌구요
 
1.9kg 였던 봄이는 이제 2.7kg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산책도 꾸준히 시켜주고 있구요, 원래 간식도 방부제 들어간거 먹이지 않아 제가 죄다 만들어주다보니
그냥 지금은 잘먹고 잘 싸고 그래요~
외소했던 체형도 튼실해져가고 있구요.
달구는 워낙 시크하고 무뚝뚝한 멍멍인데, 봄이는 애교도 많고 잘 안기고,  말도 잘듣고 이뻐요~
 

급작스럽게, 만난 봄이 덕분에 경제적으로 출혈도 좀 있고
아직 달구랑 사이가 좋지 않다보니 제가 손이 가는일도 더 생겼고...
입하나 늘었을 뿐인데 ㅋㅋㅋㅋㅋ
싸는 똥만 늘었을 뿐인뎈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우리 봄이 보면서 생각해요.
어떠한 과거가 있었고, 또 어떠한 사연으로 인해서 버림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아니었으면 너무 비참하고 우울한 삶을 살았을거라고. 죽는날까지 고통받으며 '기쁨','행복'이 뭔지도 모르고 그렇게 살았을거라고.
세상에서 최고로 잘 해줄 순 없지만
적어도 먹을땐 '아 맛있다~'
잘때는 '아 편하다~'
내가 쓰담쓰담 해줄땐 '아 행복하다' 라고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봄333.jpg
<달구와 봄>
 
 
오래오래,
달구랑 봄이랑 제가
엄청행복까진 아니더라도 적당히 지지고 볶고, 오래오래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눈물없이 들을 순 없는 이야기는
우리 '달구' 이야기인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에 기회되면 달구 이야기도 써볼께요!!!
 
 
 
 
그리고 더불어_
고작 유기견 한마리 입양했다고 이런말씀 드리는게 주제넘지만.
 
아픈 유기견만 있는건 아니에요. 건강하고 어린 아이들도 많습니다. 사지말고 입양하세요.
 
그리고
생명을 입양한다는건,
그 생명이 다 할때까지 최소한의 의무와 나아가 사명감을 갖고 그 생명을 지켜주는 일입니다.
이사간다고, 결혼한다고, 임신했다고, 출산한다고.
아프다고, 말을 안듣는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고
버리거나 파양하지 마세요.
파양해서 더 나은 삶을 살거라고 자기합리화 시키지도 마세요.
 
 
봄777.jpg
 
 
 
읽었던 책의 한 부분인데요~
 
우리 달구와 봄이에게도 말해주고 싶어요.
 
내가 배아파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존재라고
너희들만이 나의 기쁨이고, 위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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