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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호는 논리적으로 까야합니다...
게시물ID : baseball_15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니가고자라니
추천 : 14
조회수 : 70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1/06/24 14:34:37
[야구타임스 | 이준목] 불과 4~5년전만 해도 롯데는 최악의 암흑기를 보내고 있었다. 가을잔치는 언감생심이고 매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성적에 구도 부산의 야구열기도 바닥까지 얼어붙었었다.

부진한 팀 성적의 여파는 선수들과 감독간의 분위기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롯데 사령탑을 맡았던 모 감독은 “선수들이 야구도 못하는 주제에 열정도 없다.”고 탄식했고, 선수들은 “감독이 선수를 믿지 못하고 남 탓만 한다.”고 불만이 많았다. 몇몇 선수들과 감독의 불화설은 실제로 심각한 상황까지 치닫기도 했다. 상하간의 신뢰관계가 없는 조직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만무하다.

2008년부터 롯데의 지휘봉을 잡았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부임 직후, 선수단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놨다. 그의 야구철학의 출발점은 선수들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의 회복에서 비롯됐다. ‘노 피어(No Fear)’로 대표되는 과감한 공격야구는 감독이 선수들의 능력을 믿고, 최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니저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지론에서부터 시작됐다.

한두 경기 난타를 당해도 어지간해서는 선발투수를 이른 시점에 교체하지 않았고, 무사에 찬스를 맞이해도 타자들에게 번트보다는 강공을 지시했다. 10점차로 점수차가 벌어져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도 “우리에겐 아직 아웃카운트가 남아있는 한은 끝난 게 아니다.”며 선수들을 독려했고, 벤치의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는 선수들에게는 “야구는 감독이 아니라 선수인 너희들이 하는 것”이라며 용기를 북돋아줬다. 그러한 감독의 무한신뢰와 긍정의 힘을 바탕으로, 패배의식에 주눅들어있던 롯데 선수들은 지난 3년간 자신감을 되찾고 화려하게 비상할 수 있었다.

로이스터 감독이 외국인 사령탑이어서 주변과의 소통에 문제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로이스터 감독을 잘 아는 이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롯데의 한 선수는 “겉보기와 달리 굉장히 다혈질이고 고집이 세서 타협을 잘하지 않는 면은 있었다. 하지만 선수들을 믿고 존중해주는 마음이나 선수들과의 소통은 어떤 국내 감독들보다도 못할게 없었다. 단지 선수단 운영이나 자신의 야구와 관련된 철학에 있어서는 절대 양보가 없는 분이었다. 그런 소신이 로이스터 야구를 곱지 않게 보는 이들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선수들이나 팬들은 로이스터 감독을 믿고 지지했다는 점이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롯데는 ‘로이스터 이전의 시대’로 빠르게 회귀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성적이 나빠도 감동이 있었다면, 혹은 감동이 조금 떨어져도 성적이라도 좋았다면 그래도 괜찮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올 시즌의 롯데야구는 감동과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채 표류하고 있는 듯하다. 무엇보다 단기간의 성과에만 연연하며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쌍팔년도식 야구’의 재림을 보고 있다는 실망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선수기용이나 전술에 대한 책임은 어차피 결과론이고 모두 감독이 짊어져야 할 몫이다. 로이스터 감독도 재임시절 용병술에 있어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그러나 로이스터 감독은 재임기간 내내 자신의 야구철학이나 선수기용에 대한 일관된 원칙을 지켰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 자신의 몫으로 감싸 안았다. 설사 결과적으로 좋지 않았다고 해도, 최대한 선수들의 능력을 믿고 존중하는 그의 야구철학은 성패 여부를 떠나 선수들과 팬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로이스터 전 감독과의 차별화를 선언하며 등장했던 양승호 감독이 보여주고 있는 가장 큰 차이점은 ‘원칙의 실종’이다. 양승호 감독은 시즌 전 표방했던 자신의 야구철학이나 팀 운영 방침을 반년도 안 되는 사이에 벌써 몇 번이나 바꾸고 있다. 선수들의 보직은 오락가락하고, 팀 색깔도 고유의 개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그리고 모든 것은 그때그때의 ‘팀 사정’이라는 상황 논리에 따라 정당화된다.

양승호 감독은 개막전 올 시즌 우승을 자신했다. 약점으로 거론되었던 투수력도 문제가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시즌에 접어들자 상황은 반전됐다. 시범경기에서 1위를 차지했던 기세가 무색하게 초반부터 부진에 빠지자 조급함에 쫓기면서 이런저런 일회성 처방이 속출했다.

야수들의 포지션이 요동쳤고, 투수들도 선발진에 구멍이 나면서 보직이 이래저래 바뀌었다. 취임 기자회견 당시 “투수력에 아무 문제가 없다. 우리 투수들을 얼마나 믿느냐가 중요하다.”던 양승호 감독은 최근 들어 “우리 팀 투수진이 너무 약해서 고민이다.”라며 말을 바꿨다.

로이스터 감독이 이끌던 시절과 양승호 감독이 이끄는 롯데는 선수구성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양적 자원으로 따지면 지난해보다 더 풍부해졌다. 그런데도 지금의 롯데는 선수가 없다고 난리다. 이대호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선수들이 지난해보다 하향평준화 된 모습이다.

리더가 결과에 대한 조급함으로 원칙을 자주 바꾸면서도, 용병술이나 조직 운영능력에 대하여 일관성을 심어주지 못하면 구성원들은 심리적으로 불안해진다. 특히 부진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자꾸 선수들 탓으로 떠넘기기 시작하면 상하간의 신뢰관계가 깨진다. 롯데가 지금 현재 그런 상황에 놓여있다.

양승호 감독이 지난 23일 사직 두산전에서 보여준 행태는 감독이 얼마나 심리적으로 쫓기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양승호 감독은 4-4로 팽팽하게 맞선 7회 1사 1,2루 위기에서 선발 장원준이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체력적으로 지친 모습을 보이자, 선발투수인 고원준을 마운드에 올렸다.



팀이 긴급한 상황에서 선발이 가끔씩 임시 계투로 전환하는 일은 다른 팀에서도 있었던 일이다. 그러나 고원준은 시즌 초 마무리 보직을 맡은 뒤 5월 들어 코리의 체력저하로 보직을 맞바꾸며 선발진에 합류한 상황이었다. 3개월도 안 되는 사이에 마무리-선발-중간계투로 몇 차례나 마구잡이 보직 변경을 거친 셈이다.

불과 4일전에는 넥센전에서는 선발로 등판하여 110개가 넘는 공을 던진 이후 아직 회복도 덜된 상태였다. 얼마 전 고원준이 선발투수로서 기대에 못 미친다고 2군행을 운운하며 공개 비판했던 양승호 감독이, 아이러니하게도 다급해지자 이번엔 고원준더러 살려달라고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진 격이었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양승호 감독이 얼마나 1승에 조급해있는 지와 함께, 다른 불펜 투수들을 믿지 못한다는 것을 드러낸 장면이었다. 불과 이틀 전 불펜투수들의 난조로 역전패를 당한 악몽이 남아있었지만, 이 역시 필승조와 패전처리조를 구분하지 않은 마구잡이식 불펜 운용의 대가였다.

성패 여부를 떠나 고원준의 기용은 어차피 후유증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날 고원준이 적시타와 홈런을 줄줄이 내주며 무너졌다. 결국 그 선택의 결말은 ‘소탐대실’이라는 최악의 새드엔딩으로 마감했다.

양승호 감독과 롯데 구단을 바라보는 팬들의 민심은 싸늘하다. 그것은 단지 성적이 예년에 비해 안 나온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양승호 감독도, 롯데 선수들도, 그리고 팬들도 점점 서로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롯데를 바라보는 팬들의 우려는 추락하는 성적보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던 구시대의 야구로 회귀하고 있는 롯데의 현 주소가 아닐까?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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