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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마시고 쓰는 그런저런 이야기들
게시물ID : humordata_17462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냥노동자
추천 : 14
조회수 : 2366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8/04/04 23:50:11
 
 
 
태평양 한 가운데 숨을 참고 다이빙을 하면, 호흡곤란에 괴로워하는 내가 있어.
물고기? 잘 모르겠다. 바다거북이 게슴츠레한 눈을 떠 너는 왜 왔냐고 물어.
상어도 고래도 돔이랑 뭐 그런 종류의 것들이 내 주위를 맴돌아.
심해로 빨려들어가.
아무것도 없는 무의 세계 그 한가운데 가만히 호흡이 안정되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된다.
 
잘 살고 싶어서 어떻게든 발버둥 쳤는데 요행히 나 하나쯤은 잘 살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외롭다.
손을 뻗으면 잡아주는 사람이 없어. 사람의 손을 잡아 본 지 얼마가 지났는지 몰라.
웃고 떠들 수 있는 사람은 많지만 손을 잡아줄 사람이 없다.
 
엣지 채널에서 방영하는 서울의 달을 보며 저 때 살던 내 모습을 생각해.
내가 조금만 더 생각있게 살았으면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학교가기 싫은사람 공부하기 싫은사람 모여라~'
 
불광동 사는 고모집에서 모든 친척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나는 그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나
내가 주목받고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기억은 거기까지야
그런데 누구도 그것을 비난하거나 안타까워 할 수는 없어.
 
내가 가졌던 유일한 아이덴티티였던  어린시절의 귀여움은 딱 그때까지였으니까.
성과로 모든것을 판단하는 시대에 나는 실패한 사람이 되었고 이제는 깔깔이를 입고 동네를 배회하는
노동자 모씨가 되었다.
 
다른 모든것 보다도 주목받지 못하는 삶 이면에 나 자신을 혹사시키는, 담배와 술 그리고 괴로운 생각들
그것을 짓누르는 것은 오이지를 만들때 썼던 돌같은 현실의 중압감. 오이지가 나와 같은 부담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하니 좀 미안해지네. 그래도 맛나게 먹었다.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서도 혼자라고 느껴진다. 떠들고 웃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이후에 찾아오는 공허함이
더욱 커져 나는 귀가 있어도 잘 들리지 않고 보고 있어도 잘 보이지 않는다.
 
 
 
잘 하고 싶었다.
잘 살고 싶었다.
'댁네 아들은 뭘 합니까?' '하하 우리 아들이 옛날엔 그렇게 돌아다니더니 이젠 잘 삽니다.' 그렇게 대화를 이어갈 건덕지를
가족들에게 주지 못하고 있어. 나는 그냥 조용히 삭아가고 있을 뿐이야.
 
 
얼마전에 롯데마트에 갔다가 장을 보고 오는 길에 밀면이 먹고 싶었어.
토요일 오전 열한시 반에 밀면집에서 만두와 밀면을 먹고 장거리를 들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봄은 좋은데 나는 여전히 겨울의 한가운데 살고있다고.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저렇게도 행복하고 좋은 삶을 살고 있는데 나는 여전히 깔깔이 입고 다니는 동네 노동자 아저씨야.
 
한 때에 아주 행복하다고 느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시절도 나의 꾸밈에 포장된 시절이였을 뿐 나는 한번도 행복했던 적이 없다.
그런데 그보다 더 괴로운 사실은, 그 당시에 나와 살던 사람 또한 내가 행복해 하는 '듯' 한 기분에 맞추어 주었을 뿐
한번도 행복했던 적이 없었을거라는 것.
 
소소한 기쁨이라는 말로 포장된 해주지 못했던 수많은 일들에 대한 미안함이 나에게 죽음이 쉽게 느껴지게 만들어.
만화같은 것 보면 나오잖아.
 
"도움이 안되니까 제발 죽어주세요."
 
온 세상 사람들이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것 같아.
나는 사실 아무것도 한 적이 없고 아무것도 노력한 적이 없어.
미안합니다. 지금 내 지갑에 이만큼의 돈이 있으니, 나는 이만큼의 정성을 당신에게 보여줄게요.
 
그런데 사실 그런 말은 공염불에 가깝다고.
내 지갑에 얼마가 있는지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세상이 원하는 기준가치의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그게 좋은거야.
그런데 나는 어땠을까. 내 지갑에 있는 돈을 꺼내 정성을 들여 무언가를 했어도, 세상 기준에 맞지 않으면 나는 그만큼의
인간밖에 되질 않는거야.
 
마음이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마음만으로 되지 않는 일들이 세상에는 훨씬 많다.
이것을 조금만 더 일찍 알았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까.
 
오늘 일을 하다 머리가 핑 돌아 잠깐 주저앉았는데, 그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내가 아픈것은 남에게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아픔을 겪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픔에도 의지를 보여서 여기까지 해 냈다 라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 저-엉말 중요한 것은 아프지만 평소처럼 일을 해 내야 한다는거다.
그래서 나는 내색하지 않았다.
그렇게 아픔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무렇지 않게 일을 마치고 돌아와 집에서 아무렇지 않게 씻고 술을 마셨다.
 
나는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그럴듯하게 포장해 글을 쓰곤 한다.
그러면 내가 사는 삶이 조금 더 즐거울 것 같아서.
실제로 일어난 일들 실제로 일어난 상황에 글을 더해 쓰고 사람들이 웃고 읽어주다보면
그러면 내 삶이 조금 더 즐거워지는 것 같아서.
 
하고싶은말이 많아
매일 천키로가 넘는 짐을 쌩 손이며 등으로 지고 다니면서도 욕을 먹어
싸우고 때로는 고성이 오고가. 나는 그게 아니란 말이야.
나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그러지 않으면 내가 왜 이렇게 필사적으로 하겠어.
 
그런데 세상은 그게 아니야.
내가 여기서 조금 더 노력하길 바래. 어떻게?
심리 상담사를 찾아갈까? 그러면 힘들었군요 당신은 잘 살았어요 힘내요 화이팅
이 말 한마디를 듣기 위해 이십만원을 내면 그러면 내 마음이 좀 더 편해져?
 
손을 잡아 줄 사람이 필요해.
그런데 이젠 없네.
 
이러다 답 없는 것 같으면 차라리 농담처럼 '다음생을 기약하자' 하면서 낙동강 가는건 순식간이지 뭐.
사실 이 부분도 별로 좋지는 않을 것 같다.
 
별 같잖은 새끼가 시체로 떠올라서 남들 피해준다고 하는 사람들 나올까봐.
 
난 대체 언제쯤이나 진심으로 웃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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