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부모님은 모두 국민학교(그때는 초등이 아니었다) 선생님 이셨다. 덕택에 나는 선생님들이 모두 엄마, 아빠의 친구분들이라 사랑받으며 편한 생활을 했었다. 그리고 그시절엔 일주일에 한 번 있던 특활활동(맞나??)시간이 있었는데, 전교생이 다 자기 부를 찾아 움직였었다. 엄마 친구였던 담임샘의 사랑을 듬뿍 받던 난 영어부 였는데, 엄마가 영어샘을 알고 계셨다.
"원 그런것도 선생이라고! 선생이란게 그래 학부형이랑 놀아나? 참, 나!" 국민학교 4학년 시절, 엄마의 그 소릴 전혀 이해 못했던 나.. 나는 그게 영어샘이 수업시간에 애들 자습시키고 학부형들이랑 오징어 놀이 같은거 했단 소린줄 알았다. 그리고 애들에게 얘기했던것 같다.(정확한 기억은 없음-.-)
그날도 특별활동이라 영어부에 갔는데 갑자기 영어샘이 "000 나왓!" 하더니 그냥 아무런 이유없이 부 애들이 다 보는 앞에서 따귀를 막 갈기고 두드려패고 머리를 끄들고 발로 걷어차고...정말 많이 맞았다. 그리곤 다시는 영어부 오지말라고 욕하면서 내쫒았는데, 난 내가 왜 맞은지도 몰랐다. 그냥 내가 뭘 많이 잘못해서 맞은줄만 알았다. 부모님이 선생님 이셨기에 학교에서 야단 맞은 얘길 하면 오히려 집에서 더 맞았었던 난, 그냥 아무말 안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두어달 후 여름 방학때.. 엄마 아빠랑 부곡 하와이 온천 관광을 1박 2일로 가는데... 그 관광버스에서 영어샘을 봤다. 그 샘은 처녀였는데 버스 뒤쪽에서 어떤 남자랑 막 팔짱끼고 뺨 부비고... 지금보면 별 것 아니겠지만, 그땐 시대상이 꽤 보수적이어서 뺨 부비부비는커녕 길 걸을때 팔짱 끼는것도 곱게 안보던 때였다. 얼결에 '선생님께는 90도 인사'가 생각나서 뒤로 가서 "선생님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했는데, 영어샘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내자리로 돌아와 엄마한테 말하곤 저기에 영어샘 있어-하면서 뒤를 가리키는데 영어샘이랑 그 남자가 팔로 얼굴 가리곤 뽀뽀 같은걸 하고 있었다. 엄마는 뒤는 절대 보지 말라고 하셨지만 난 틈틈이 돌아봤고, 국딩 4학년의 어린 생각에 영어샘은 참 다방여자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개학 후 애들에게 그 얘기를 했었다. 그리고 영어샘한테 교무실로 불려갔다가 다른데 가서 따귀 맞고 눈이 찢어졌다. 영어샘은 마지막으로 "엄마한텐 말하지 마."하시곤 사라졌고 난 그때도 내가 왜 맞은지 모른채 그냥 내가 또 뭘 잘못해서 맞은줄 알고 아무말도 안했었다.
1차도 그렇고 2차도 그렇고 때리기전에 이상한 소문 내지 말라고 말이라도 하고 때리던가 정말 왜 아무 말도 없이 욕만 하면서 두드려 패는지, 정말! 하여튼 난 그때'ㅆㅑㅇ 녀ㄴ''18 녀ㄴ'이란 욕을 처음으로 배웠다. 그 전까진 '미치ㄴ녀ㄴ''바보''벼ㅇ시ㄴ'이 최고의 욕이었는데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욕설의 세계로 나를 안내하신 2-X반의 영어선생님..정말 지금도 너무 억울합니다! 처녀 입장에서 그런 소문 나면 안좋으시겠지만 본인 처신을 똑바로 하던가, 본인이 몸 함부로 굴려 놓고는 왜 저한테 그러셨습니까!! 얼마전에 엄마한테 들으니까 결혼 한 뒤로도 다른 학부형이랑 바람 피다 걸려서 남편한테 죽기 직전까지 맞고 옆집 남고생 신고로 목숨 건지셨다면서요! 정말, 본인이 그런식으로 살면서 왜 아무것도 모르던 애를 전교생 다 보는 앞에서 그렇게 두드려 패셨나요! 지금도 선생 노릇 하신다던데 정말 몸 처신 똑바로 하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