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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값 농구화 시위
게시물ID : sisa_1075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망후
추천 : 2/7
조회수 : 640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1/06/26 08:46:17
저희 동네에 제가 다니는 조그만 학교가 하나 있는데 지금 난리가 났어요 ㅋ
메이커 선수용 농구화 반 값 시위 중이에요 학생들이 ㅋㅋㅋㅋ

뭔 일이나면요
저희 학년이 삼 백명 정도인데
그 중에 두 명이 농구부에요
애들이 키도 크고 운동도 잘하고 좀 잘나가는(?) 암튼 그런 애들이에요
근데 애들이 농구부라서 운동한다고 나이키 전문 농구화였나 
암튼 존나 비싼 신발 막 신고 다니거든요(애들 집이 대대로 잘 산다고 하더라구요..)
운동도 잘하고 신발도 좀 좋은 거 신고 다니고 하니까 
여자애들한테 인기도 많고 그래요 

그러다보니까 다른 애들이 농구부를 따라하기 시작한거에요
첨엔 한 두명이었는데 이게 몇 달 지나다보니까
너나 할 것없이 다 나이키 전문 농구화를 신고 나온 거에요
선수용 농구화 신고 진짜 열심히 농구하는 애들도 있긴한데 
걔중엔 농구 아예 못하는 애들도 있고 농구에 전혀 관심 없는 애들도 있어요 

이런 거 보면 참 돈 낭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ㅋ
그래서 너 값 비싼 선수용 농구화만 신고 왜 농구는 안 하냐고 물으니까
남들 다 신으니까 자기도 어쩔 수 없이 신었데요
이거 안 신으면 사람 대접 안 해주니까 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구요
그 말 들으니까 조금 이해가 가긴 했어요
아무리 어려도 또 돈이 많이 들어도 누구나 인정은 받고 싶은 거니까요..
조금 한심해보이기도 했지만 이런게 사람이구나 어쩔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어요
왠지 좀 울적하기도 했구요

근데 문제는 
사람들이 워낙 개나 소나 메이커 선수용 운동화를 신으려고 하다보니까 
신발 값이 확 올라버린거에요
이게 수요와 공급? 암튼 뭐 그런 거라는데
신발 파는 사람들이 서로 짜서 가격 올리고 막 비리같은 것도 있고 그랬대요
거기다 선수용 농구화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이름만 선수용이지 완전 싸구려 농구화도 많이 나왔어요
근데 그렇다고 싸진 않더라구요(이건 정말 신기한 일이에요)
이런 나쁜 어른들은 당연히 혼도 나고 가격 거품 같은 것도 좀 빠졌으면 좋겠어요!

근데 여기서 일이 더 커졌어요
불만이 폭발한 학생들이 선수용 농구화를 반 값으로 해달라고 시위를 하기 시작한거에요
전에 교장이 여기 취임할 때 신발 값을 반으로 해준다고 했었다더라고요
근데 교장은 그건 자기 속한 뭐였더라.. 암튼 전교조처럼 뭐 단체 같은 거 있었는데
거기서 내세운 정책이고 자기가 직접 약속한 적은 없다고 하더라구요
이건 누구 말이 맞는 지 모르겠어요 근데 이게 지금 중요한 문제는 아닌 거 같아요 

중요한 문제는 바로 이거에요
학생들 중에 몇 명이 학교에서 전문 농구화 사는데 예산을 지원해달라는거에요
전 정말 황당했어요
선생님도 난감했는지
선수용 농구화를 학교 측에서 강제로 신게 한 적이 없는데 지원을 하기는 좀 어렵다고 대답했어요
그랬더니 학생 + 학부모 측에서 다들 입을 모아
선수용 농구화 안 신으면 아이들 사이에선 인정 못 받는다고 
그럼 결국 반 강제적으로 신발 신게 만든 거 아니냐고
학교에서 지원을 해줘야한다는 거에요

글고 어떤 만화 그리던 친구 말로는 
운동에 관심많고 좋은 메이커 선수용 농구화를 신은 학생이 많아지면 더 좋은 것 아니냐 
그게 선진교육이고 학교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이런 말 하더라구요
근데 저희 학교 삼면이 바다구.. 운동장도 엄청 좁아요 
농구 골대는 두 개 밖에 없거든요
이거 거의 농구부들이 독점 하다시피하고 아니면 고학력 아니 고학년 형들이 다 자리 맡아서 
실상 농구 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어요
안 그래도 좁은 운동장에 농구대를 더 세울 수도 없는건데 선수용 농구화 신은 사람 많아지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 지 모르겠어요
실제로 농구부에서 뛸 사람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도 않거니와 뛸 농구대도 없거든요
아무리 놀이기구 중에서 농구대 비율을 늘린다고 해도 운동장을 농구대로 덮을 순 없잖아요
적정 비율이란게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전부 농구만 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운동장엔 정글짐이나 그네, 시소 같은 놀이기구도 있어요
근데 거긴 사람이 거의 없어요
왠지 거기서 놀면 별로 인정을 못 받는 거 같아요
글구 거긴 선수용 농구화 못 산 애들이 주로 가서 놀거든요
그치만 어짜피 선수용 농구화 못 신은 애들은 많지 않아서
(거의 80%정도 진학.. 아니 신었다고 보시면 될 거에요) 그런 놀이기구는 항상 한산해요
사람들이 별로 관심도 안 둬요 ㅎㅎ..
전 학교 예산이 차라리 그 친구들한테 쓰여졌으면 좋겠어요
걔들 중엔 다 떨어진 신발 질질 끌면서 다니는 애들도 있거든요
여기서 노는 친구들 중엔 값 비싼 선수용 농구화는 꿈도 못 꾸고 사는 친구들까지 있는데
이런 친구들이 내는 육성회비로 
농구에 별 관심도 없고 할 줄도 모르는 아이들이 신을 선수용 농구화를 사는데 보태는 건 좀 아닌 거 같아요..
그럴 예산 있으면 이 친구들 도와주면 안되나요?
이 친구들 도와줘서 아이들 잘 안 놀려고 하는 놀이기구가 인기가 많아지면
정신병 같은 선수용 농구화 열풍도 좀 사그러들거 같은데 말이죠
굳이 농구화 안 신어도 나름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 되는 게 해결책 아닌가요?
학교예산 지원으로 농구화를 더 많이 신게 하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하세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의 생각은 어떠세요?
세금으로 등록금을 지원해줘서 이 또라이 같은 대학진학 열풍을 더 세차게 몰아붙여야 할까요?
그럼 나중엔 정말 대학 진학율이 100% 가까이 되겠네요
하지만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직장이 대학 졸업장을 필요로 하는 건 아니죠
그럼 대학 졸업이 굳이 필요 없는 직장에 들어간 대학 졸업자들의 졸업장은 뭐가되죠?
그리고 그 졸업장에 들어간 돈은? 시간은? 세금은?
또 대학 졸업장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졸업장이 인정 못 받는 그런 직장에 들어가려고 할까요?
아마 고학력 백수 더 늘어나지 않을까요?
한 쪽엔 사람이 없다고 난리고 다른 한 쪽엔 직업이 없다고 난리고.. 참으로 이상한 일이죠

다들 무리해서라도 대학 가려고 하는 이유가
뭐 같고 속물같은 세상이지만 그 안에서 인정받고 성공하고 싶어서 가는 거잖아요
대학 못가면 사람 대접 못 받는다면서요
그래서 가는 대학이라면서요  
그럼 대학 못간 사람도 열심히 하면 자기 길에서 인정받고 
경제적으로 만족할 만한 세상이 되고
그 사람들이 제대로 대접 받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문제가 해결 되는 거 아닌가요?

세금의 지원을 받아야 할 분들은
치킨 시켜 먹으면서 춤과 노래로 선진적인 시위를 하고 계신 대학생들이 아니라
열 시간씩 공장에서 일하는 육체노동자들 
시위 현장 뒷 정리하는 환경미화원 아저씨들이라고 봐요
이 분들 중엔 대학 안 나오신 분들 많을 거에요
대학생들이 지금 주장하는 것처럼 대학 못 나와서 사람취급도 못 받는 분들이 사람 취급을 받고
당당하게 사실 수 있어야 또 여러분이 주장하는 것처럼 어쩔 수 없이 대학 오는 일이 없어지겠죠?

그리고 오해하는 분이 계실 거 같아 미리 말씀드리는데
지금 저는 대학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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