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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는 어떤 프로인가?-먹물들에게
게시물ID : sisa_1748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yulove
추천 : 20
조회수 : 693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2/02/29 12:01:44

EBS e채널을 만들었던 김진혁PD의 트윗입니다.

가장 정확한 분석이 아닌가 싶어요.

나꼼수를 음모론, 찌라시로 폄하하는 보수꼴통진영이야 그렇다치고
팩트까지 무시하면서 나꼼수를 폄하하는 일명 진보논객들은 참.
이게 웃으며 이야기하니 진짜 우습게 보이나?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들인데.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일들인데.
엄청난 의지를 가지고 하는 싸움인데.


물론 완벽한 무엇이라는 것은 없어요.
나꼼수도 사소한 문제는 있겠죠. 
모든 탐사취재가 그렇듯.
하지만 이런 시대에서 용기를 가지고 큰 변혁을 이끌어내고 있는 대상 자체를
부정하고 폄하하는 먹물들이 참 보기 싫더군요. 사실까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시사개그프로"라고 폄하하는 일부 먹물들과 겉만 선비들인 사람들을 보니 
이 시가 떠오르네요.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오십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이십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십사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을 지고
머리도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원 때문에 십원 때문에 일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일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시집 《거대한 뿌리》,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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