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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영구채라는 말을 한번은 들어보셨을겁니다.
한참 전에 영구채 발행에 관련한 두산인프라 예언글도 있었고 말이죠
두산인프라 예언글
http://www.ddanzi.com/free/61236625
두산인프라 예언글에서는
'영구채의 함정이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일개 기업이 발행해서는 안 되는 물건이란 말이다'
등등의 두리뭉술한 말들이 있었는데
다시 설명하자면
영구채는 만기가 없는 채권입니다.
영구채란 만기가 없이 끝없이 이자만 지불할 수 있는 채권으로 상환의무가 없는 특수한 형태의 채권입니다.
뭐 일단은 상환의무따위는 없지만 대신 이자를 지불하긴 하는거니까
공짜로 받은 돈이 아닌 이상 이건 자본이아닌 부채로 계산하는건 어찌 보면 상식적인 생각입니다.
하지만 만약 상환의무가 없다는 것 하나만으로 이걸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시킬 수 있다면
"부채비율이 높은 부실기업들에게는 돈을 빌리면서도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는 묘안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간단히말해서 실제야 다르겠지만
자본 2000억에 부채 8000억이면 부채/자본 비율이 400% 나오겠지만 여기서 2000억을 영구채로 끌어오면
분명 2000억을 빌렸는데 자본 4000억에 부채 8000억 -> 부채/자본 비율이 200%로 반으로 줄어든다는 겁니다.
즉 부채비율 조작을 통한 신용도 조작이 가능하다는 말이죠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JA21&newsid=01164406599690624&DCD=A00102&OutLnkChk=Y
당연 건설회사 밥켓 인수로 인해 자본위기에 빠진(유동성위기) 두산이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영구채에 최초로 손을 대게 됩니다.
물론 이 영구채를 쓸 때 두산은 "이거 안갚아도되니 부채아님 자본임 ㅇㅅㅇ"을 원했을 테고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2110207362005168
이렇게
"이거 상환의무 없다, 즉 부채아님 자본임" VS "십라 이자율보소 이자내는자본이 어딨나 5년만기 회사채임"
의 논쟁이 시작됩니다.
그해에 결론이 안나고 마침내 국제회계기준원까지 가서 5월 중순즈음에
http://www.etoday.co.kr/news/section/newsview.php?idxno=732820
이렇게 결론이 나 버리게 됩니다.
다른 기업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뭐? 돈을 빌렸는데 부채가 아니라 자본이라고?"
다른 기업들도(포스코, 대한항공, 현대중공업, 한진 등등...) 줄줄이 영구채에 손을 대게 되죠
하지만 아무리 헬조선 헬조선 해도 바보 머저리들만 있는 건 아니죠
개소리집어치워!
이러한 막장 행각들을 두고 보지만은 못했던 신용평가사 曰
http://www.thebell.co.kr/front/free/contents/news/article_view.asp?key=201512160100032380001925
http://www.thebell.co.kr/front/free/contents/news/article_view.asp?key=201512240100049550002951
네 정작 부채/자본 비율이 중요한 신용 평가사들은 보니까 이거 자본 아니랍니다.
그냥 쿨하게 영구채를 부채에 집어넣고 신용도 냅다 떨궈버렸죠
자 그럼 여기서 중요한게 보면 대한항공 영구채를 자본성을 인정하지 않은 근거 중에 '스텝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게 뭐냐...
한 마디로 "이거 몇년 줄 테니까 그 동안 못 갚으면 그 다음부턴 이자 더 쳐서 내놔라..." 이소립니다.
네, 그냥 안 갚아도된다고 안갚고 땡이 아니라 이거 몇년동안 계속 안갚고 버티면 그 다음부턴 이자 더 내야 합니다.
그럼 여기서 중요한건 그 이자율이 어떻게 책정되나 이건데....
http://stock.thinkpool.com/bbs/best/read/community_best_bbs.do?gb=bbs&sn=829345&wDbName=s_pub
여기에 보면 이런 자료가 있습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영구채 발행 기업, 그리고 그 영구채의 스텝업 조항들을 나타낸 표입니다.
여기서 200bp니 25bp니 뭐니 하는건 이자율 단위를 나타내는데 얼추 100bp이면 1%라 보시면 됩니다.
네 보면 첫스타트 두산이 끊었고 포스코는 아주 대국적으로 끌어다 썼고 대한항공은 영구채에 두 번이나 손을 댔네요?
이걸 엑셀로 정리하면 이런 결과가 나옵니다.
※ 일단 반올림같은건 사소한건 그닥 신경 쓰지 않았고 두산의 경우 MAX 7년인데 10년째에 계산하긴 했는데 일단 전체적인 계산은 맞아떨어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SK E&S는 스텝업 조항이 매우매우 혜자스러워서 귀찮아서 계산 안했고요
이걸 보시면 몇 가지 사실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1. 아 의외로 포스코가 존나게많이땡겼구나!
-> 네. 두개 합하면 무려 1.5조원을 끌어 썼습니다. 일단 매우 많이 끌어쓰긴 했는데 그래도 자세히 뜯어보면 초기이자가 좀 높은 편인 대신 5년, 10년 단위로 보통 붙는 스텝업이 꽤 낮은 편입니다.(5년째, 10년째 둘다 1% 초중반대) 이는 두산 인프라코어와는 격을 달리하는 신용등급, 신용공여 여부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2. 스타트를 범죄두가 끊었다(위에 기사도 있죠)
-> 이건 첫 스타트를 범죄두가 끊었다는 거 말고도 문제가 있는데 이 이자율을 좀 뜯어보면 초기이자율은 그럭저럭이다쳐도 보면 +5년, +7년 스텝업들이 미친듯이붙어있습니다. 즉 이거 2019년부터는(즉 +7년차) 연간 내야하는 이자율만 "10.2%"가 됩니다.. 두산이 신용도도 개판이면서 어지간히 급했나 봅니다.
3. 대한항공이 있다!! 그것도 두번 땡겨썼다!!
-> 첫번째땡긴건 2018년부터 연간 9.9%의 이자를 내야 합니다.(강조하지만 이자만!!)
-> 두번째땡긴건 2020년기준 현재 가장 높은 이자율. 13.5%!!!!
-> 최소 2020년부턴 이거 두개다 계산해야됩니다.
4. 이 창렬-혜자스런 차이는 아마도 재정 건전성, 즉 부채비율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 네. 이자율은 신용도와 반비례한다는거 아시죠? 기업에서의 신용도라 함은 곧 재정 건전성, 즉 자본/부채 비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여러 기업들이 영구채 발행에 목숨거는 이유가 다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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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구채의 이자율 구성에 대해 궁금해 하실텐데
일단 지금 나와있는 두산의 경우는 미국 5년제 국채 금리 + 2.65%로 산정되었다고 합니다. 이 2.65% 프리미엄은 그렇다쳐도 이거 안그래도 지금 미국 금리 올라가는데 오르면 오를수록 이 영구채의 전체적인 금리 부담은 커지겠죠?
즉 이(최소 두산의) 영구채의 경우 대외 요인에도 상당히 민감한, 즉 일종의 외채의 성격도 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엑셀에 대한항공만 따로 밑에 정리해놨는데
이 이유는 최소한 지금와선 대한항공은 기름값인하로 그나마 영업이익이 조오금 나아졌다고 알려져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대한항공은 그 동안의 유구히 이어져 내려온 누적손실과 더불어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8&aid=0003527199 에서
자산-부채비율 966.1%를 자랑합니다..
그리고 기사에 보면 재무구조 개선해서 798.4%로 줄였다곤 하는데 이 또한 여전히 높은데다가 위에서 강조했다시피 영구채를 부채가 아닌 자산으로 계산한댔으니
2015년 3500억원 땡겨쓴걸로 부채비율을 줄였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그리고 영업이익도 2분기 1692억 단기순손실크리 여기서 저 부채(영구채 말고)들도 거의 대부분이 외화부채로 이거 또한 미국 금리 올라가면 또 올라감
근데 얘는 또 영구채를 두 번이나 땡겨 썼네요?
그리고 두번째껀 스텝업 적용시 현재 영구채중 이자율도 최고수준이죠.
그리고
한진해운이랑 대한항공이랑 연결되있는걸로압니다.
위에 표에서 보면 이거 한진해운의 경우에는 영구채 2000억 땡긴거만 나오고 이자랑 스텝업 추가이자가 안나와있습니다.
근데 한진해운도 지금 기사들 찾아보면 안그래도 없는형편인 대한항공한테 손벌릴정도로 돈없어서 으어어얽하는상황이니 금리가 그렇게 혜자스럽진 않을 거 같습니다.
최악의 경우 표에 나오지만 않았다뿐이지 +10년기준 대한항공 2번째땡겨쓴거 이상의 스텝업 금리가 나올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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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결론을 내볼까요?
저번에 두산인프라 예언글
http://www.ddanzi.com/free/61236625
에서는 이 영구채 문제를 무슨 세기말 공포의 대왕처럼 묘사해놨는데 일단 이런 관점에서 문제를 보는 건 옳지 않습니다.
영구채 자체가 일단은 스텝업 조항 때문에 신용도가 낮은 기업이 이걸 계속갖고있다 스텝업이 죄다 적용되면 10%가 훌쩍 넘는 금리에 곶통받기 시작하기 때문에 일반 서민으로따지면 사채 빌린거랑 비교해볼 수 있긴 한데,
이 자체가 멀쩡한 기업을 혼자 개발살내버릴 정도의 금액 까지는 되지 못합니다
(물론 수익 악화로 500억~700의 연 이율을 못 낸다면 얘기가 꽤나 달라지겠지만요)
문제는 이 기업들의 현재 상태입니다.
과거에 오너가 삽질을 했든, 대외 악재가 겹쳤든, 경기 상황이 시궁창이든 간에 이 기업들은 현재 매우 어려운 상황에 속합니다.
즉, 멀쩡한 기업이 아니죠.
각각 순서없이 대한항공, 현대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포스코, 한진해운입니다.
다들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에 영구채에 손댄 케이스입니다.
하지만 현재 2016년 2월 시점에서 이들 회사는 모두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구채를 상환하지 못해 스텝업까지 적용된 금리를 감당하기는 매우 어렵죠
두산인프라코어가 신입사원까지 툭툭짤라댄 이유가 다 있었습니다.(물론 그 원인은 오너 삽질로 밥켓인수 -> 돈모자라 영구채발행 -> 17년부터 이자부담무서워서 돈마련 -> 인건비 이였지만말이죠)
이 중 최소 두산인프라코어와 대한항공의 경우 신용평가회사에게 이 영구채조차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부채로 결론남에 따라 부채비율은 더더욱 늘어났으며 대외 신용도는 더더욱 시궁창이 되어버렸습니다.
즉 이 영구채를 제때(스텝업붙는 5년)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은 셈이죠
문제는 이 영구채들의 경우 풋 옵션이 걸려있습니다.
http://sharpsharpnews.tistory.com/231
채권자들에게서 "아 이시키들 역시 안갚네 #$%&"라는 결론이 나와 이 풋 옵션을 행사하게 되면
영구채의 채권자의 풋옵션 행사 → DIP홀딩스, 은행에 두산인프라코어의 주식교부청구권과 채권을 담보로 제공 → 은행, DIP홀딩스에 영구채 매입자금 제공 후 담보 인수 |
이런 과정을 밟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이 영구채를 그때 발행할때 보증서줬던 은행에 떠넘길 수 있게 되는 거죠.
이 풋옵션까지 행사할 정도면 사실상의 부실채권에 그걸 떠안은 은행의 부담은 돌고돌고돌고돌아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
즉 오너들의 삽질에 대한 대가를 국민 호주머니에서 치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무슨 세기말스러운 예언을 곧이곧대로 믿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영구채의 경우 영구채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영구채를 끌어썼을 정도로 기업 상황이 개판이며 영구채를 끌어쓴 현재도 기업상황은 개판이라는 겁니다.
이 대기업들을 휘청이게 하기엔 충분하며 이 부담은 돌고돌아 국민 호주머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
이렇게 영구채 발행 기준으로 한번 정리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