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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돈까스...(고래잡이 아님)
게시물ID : humordata_17500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퀼라
추천 : 14
조회수 : 2145회
댓글수 : 42개
등록시간 : 2018/05/02 14:40:33
베오베의 피자 이야기를 보니, 어린시절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베오베의 피자이야기처럼 슬픈 이야기는 아닙니다.
글은 편하게 음슴체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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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어떤 블로그를 보게 되었다. 그 블로그를 본 순간 옛기억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때는 1985년. 나는 초등학생...아니 국민학교 1학년이었다.
당시 나는 전라남도 진도에 살고 있었다. 아버지의 직업때문에 초등학교를 평균 1년에 한번씩 전학을 다녔는데, 이때는 진도에 살고 있었다.
어린 나였지만, 우리집이 굉장히 못산다는 것은 체감으로 알 수 있었다. 시골 초등학교임에도 차림이 내가 제일 후졌으니깐... 그 시골에서도 단칸방에 아빠, 엄마, 나, 여동생 4명이 살았다. 그리고 주인집 아들이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이라 더욱더...
1년 동안 진도에서 살면서 기대가 되는 날이 있었다. 한달에 한번. 엄마는 나에게 천원을 주셨고, 나는 어린 여동생 손을 잡고 "그냥 식당"이라는 곳에 갔다.
바로 돈까스를 먹기 위해서다. 당시 진도에서는 짜장면이 500원이었으므로 꽤나 비싼 음식이었다. 그 식당은 이제는 얼굴도 기억 안나는 젊은 부부가 운영했는데, 우리가 가면 언제나 웃는 얼굴로 귀여워해주셨던것만큼은 기억난다.
자리에 앉으면 내것 하나 여동생것 하나 스프가 2개가 나왔다. 정말 맛있었다. 잠시 후, 돈까스 1인분이 나왔다. 내가 먹기 좋게 썰어서, 동생과 맛있게 먹으면, 주방장 아저씨가 나와서 맛있냐라고 물어보곤 하셨다. 당연히 맛있다고 소리지르곤 했다. 당시에는 태어나서 먹어본 음식중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다.
배부르게 다 먹고 나면, 카운터 아주머니께 천원을 드리고 나와 여동생은 배꼽인사를 하고 나왔다.
한 달에 한번 있는 그 행사는 진도에 살던 1년동안 나와 내 동생에게 가장 기대되는 날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엄마는 우리에게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맛있는걸 먹이고 싶어하셨고, 돈이 없기에 1인분 돈만 쥐어 주신거였던거 같다. "어머니는 돈까스가 싫다고 하셨어"는 아닌것 같다. 지금 우리 엄마는 돈까스 좋아하신다.
그리고 나와 여동생이 아무리 어리다지만 돈까스 1인분을 그렇게 배가 부르게 먹을리가 없다. 아마도 식당 부부는 우리를 위해 스프도 2개나 주시고, 돈까스도 평소보다 크게 튀겨나온게 아닌가싶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어떤 블로그를 우연히 보았는데, "그냥 경양식"라는 식당에 대한 이야기였다. 내 기억에는 분명히 "그냥 식당"이었는데, 이름이 살짝 바뀐것같다. 위치도 내기억과 같고, 돈까스집인것도 같다. "GQ선정 대한민국 100년 100대 맛집"이라는 것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내외가 운영하는데 너무 힘들어 일주일에 3일만 연단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1985년...
여동생에게 카톡으로 "그냥 식당"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동생도 또렷히 기억하고 있다. 아직도 있다니 놀랍다고 했다.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한다.
나도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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