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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게시물ID : readers_175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뭍아래
추천 : 0
조회수 : 18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2/05 12:27:58
계속 돌고 도는 반복 속에서 미세한 변화들은 그저 내 발 밑 쪽에서 꿈틀거리기만 했다.
올해는 아프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 먹고 난 뒤로는 되는 것이 없었다.
자리를 잡지 못해 허덕이고, 내가 이것 저것 따지는 바람에
결국 내 시간은 방향성을 잃고 흐르기만 했다.
아니 그랬었다.
어느새 날이 추워졌다.
지나치게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느낀건 눈 때문이었다.
12월의 시작으로 눈이 내렸다.
눈은 세차게 내려 세상을 감싸 안았다.
하얗고 차가운 것들이 날렸다. 닿지만 잡을 수 없는 슬픈 존재들이 날렸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뜨거웠던 내 주위 공기가 얼어있었다.
습기를 머금었던 바람은 한기로 가득 차버렸고, 언젠가 내 머리 위를 두들기던 비들은 얼어버려
육각형의 결정으로 휘날렸다. 순식간에 설원으로 변해버린 곳에서 나는 또 걸음을 내딛기 힘들어졌다.
내가 보는 세상이 모두 하얗게 물들었다. 내가 걸어왔던 발자국들도 감춰버렸다.
나는 잠시 내리는 것들에 묻히며 서있었다.
그 자리에 영원히 묻히긴 싫어 얼어버린 발을 간신히 떼며 집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와 발이 녹으며 간질 거렸다.
빨갛게 얼었던 발을 보며 불그스런 얼굴과 귀로 눈밭을 뛰어놀던 나를 회상했다.
그렇게 그냥 잠들고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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