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여우와 오징어
게시물ID : humordata_17504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댓글캐리어
추천 : 11
조회수 : 1912회
댓글수 : 26개
등록시간 : 2018/05/05 20:30:33
옵션
  • 창작글
  • 외부펌금지
여우 한 마리가 바닷가를 힘없이 걷고 있었다.  잔잔한 파도 소리를 들으며 모래 위를 걷던 여우는 작은 바위에 올라 멍히 바다를 바라보았다.
 잠시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  여우가 서 있는 바위 곁에서 오징어 한 마리가 떠올라 고개를 내밀고 물었다.

"여우야,무슨 일이야?"
여우는 오징어를 바라보다 울먹이며 대답했다.
"무리에서 쫒겨났어.."
"저런, 속상하겠구나. 너무 걱정하지마. 다 잘 될거야. 용기를 내."
여우는 오징어에게 고민을 털어 놓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울다가 화도 냈다가 소리도 지르며 이야기를 하고 나니 기분이 한결 가벼워진 걸 느꼈다.

"고마워. 다시 힘 내볼게."

여우는 오징어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수평선엔 저녁노을이 짙게 깔리고 있었다. 여우는 작별인사를 하고 숲이 있는 쪽으로 사라졌다.

다음날 여우는 다시 바닷가에 나타났고 오징어와 이야기를 나누던 곳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어제는 없었던 순록 한마리가 근처 바위 위에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이었다. 무시하고 지나칠려는데 갑자기 풍덩하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순록이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 여우는 호기심에 순록이 빠진 곳을 내려다 보자 순록이 빠진 곳 주변으로 무언가 하얀 것들이 스르륵 떠올라 순록이 물에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순록은 겨우 물에서 빠져나와 숨을 헥헥 거렸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물가에서 천천히  멀어지며 숲속으로 사라졌다. 

 지켜보던 여우는 이해가 안 가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 뒤에서 누군가 여우를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았다. 소리가 난 곳엔 어제 자신을 위로하며 말동무가 되어 준 바로 그 오징어가 있었다.

"안녕 오징어야, 오늘은 또 무슨 일이야?" 오징어가 물었다.
문득 자기 처지를 깨달은 여우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기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나 결국..무리에 들어가지 못했어. 가족들도 날 안 봐. 다들 날 미워해."

"그랬구나. 괜찮다면 내가 친구가 되어줄게. 힘들면 나한테 와. 재밌는 바다속 이야기 이만~큼 들려줄게. "

오징어는 여우를 상냥하고 따스하게 달래 주었고 그의 친구가 되어 주었다. 그 이후 여우는 종종 바닷가로 놀러왔고 오징어가 들려주는 바다속 이야기에 흠뻑 빠져 즐거워 했다.

 어느날 성질이 사나운 여우 3마리가 나타나 오징어의 친구가 된 여우를 둘러쌌다.

"너 요즘 우리랑 멀어지더니 오징어랑 논다는 소문이 있더라? 니가 물고기야? 넌 여우들의 수치야!!"

성질이 사나운 여우들은 으르렁 거리며 오징어와 친구가 된 여우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한참을 물고 할퀴며 괴롭히다 여우가 버티지 못하고 픽 쓰러지자 그들은 김이 샌 듯 쓰러진 여우를 방치한 채 숲으로 돌아갔다.

 꼬박 하루가 지나서야 정신을 차린 여우는 기어가듯 몸을 이끌어 근처 개울에서 목을 축였고 기운을 조금 회복했다.

여우는 몸 성한 곳이 거의 없었다. 다리와 목덜미에선 피가 흐른 자국이 선명했다. 수염도 몇개나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상처받은 마음이 더 아팠고 괴로웠다. 물 표면에 비친 여우의 모습은 한없이 나약하고 불쌍해 보였다. 

'이렇게 살아야 할 의미가 있을까? 괴로워..죽고싶어..'

자신의 처지가 너무 비참하다고 생각한 여우는 고개를 하늘로 들어올려 서글프게 울부짖었다. 한참동안 울음 소리를 토해내던 여우는 문득 바다친구 오징어가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우는 다리를 절며 친구 오징어가 있는 바닷가에 간신히 도착했다. 

 늘 오징어를 만나던 작은 바위 위에 올라 넓은 바다를 바라보니 햇살이 푸른 물결에 반사되어 마치 블루 토파즈처럼 빛나고 있었다. 자신의 처지와 대조되는 바다의 풍경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일렁이는 보석빛들 가운데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오징어였다. 눈부신 후광때문인지 오징어의 모습이 더욱 미끈하고 관능적으로 느껴졌다. 
 
다가오던 오징어는 여우의 용모를 확인하고는 놀람과 걱정되는 표정으로 물었다. 

"어머,여우야! 얼굴이 왜 그래? 다리는 왜? 아.."
".........."

여우는 아무 말이 없었지만,  오징어는 무슨 일이 있었는 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한동안 슬픈 표정으로 여우와 눈빛 교환을 하며 조용히 바라봐 주었다.

"보고 싶었어"

오징어는 여우의 첫 말에 걱정된 마음이 조금 풀리면서도 도움이 되지 못 해 안타깝고 속상했다.

"난 좀 쉴게.그냥 얼굴보러 온 거야. 신경 안 써줘도 돼" 

여우는 머리를 오징어가 있는 곳 반대쪽으로 돌린 채 몸을 둥글게 말아서 바닥에 붙였다.

 여우가 눈을 감고 잠드는 걸 바라본 오징어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여우를 잠시 바라보다 물 속으로 스스르 사라졌다.

오징어가 사라진 뒤 잠시 후, 잠든 줄 알았던 여우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여우의 두 눈은 초점이 없었고 표정은 우울함이 가득했다.

'바다 속은 행복할까?'

여우는 뭔가 결심한 듯 이를 꽉 물었다.그리고 고개를 낮춰 바위 앞 바닷물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바다는 날 받아주겠지?'

여우는 오징어가 들려 준 바다속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러자 모든 걱정과 고통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내가 갈 곳은 이 바다밖에 없어'

여우는 바위에서 있는 힘껏 높이 뛰었다. 바다내음이 가득 담긴 공기가 몸을 휘감더니 짙은 바다가 여우의 몸을 빠르게 끌어당겼다. 
여우가 바다에 삼켜지기 직전 여우의 얼굴은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풍덩

차가운 물살이 파열하듯 소리를 내며 여우를 덮쳤다. 여우의 작은 몸은 천천히 바다속으로 가라앉았다. 바다의 압력이 몸을 누르는 게 느껴졌다. 숨쉬지 못해 너무나 갑갑했지만 마음은 어느때보다 편안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바닥에 금방 닿았다. 바닥의 느낌은 이상하게 너무 부드러웠다.  눈을 떠보니 바닥은 저 멀리 아래에 있었고 여우는 바다표면과 불과 몇미터쯤 아래에 붕 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수표면쪽으로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여우는 발 밑을 확인하고 깜짝놀라 일어섰다. 

 "쿨럭쿨럭"

여우는 수면위로 머리가 나오자마자 물을 거칠게 토해내고 본능적으로 깊이 숨을 내쉬었다.

"너희들 대체 왜..나를.."

여우를 다시 살게 해 준 건 처음보는 오징어들이었다. 어떻게 여우가 빠진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는 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여우는 영문도 모른채 다시 모든 감정과 감각을 유지하게 되었다. 바닷가로 밀려난 여우는 다시 물속으로 사라지는 오징어들에게 다급히 소리쳤다.

"자..잠깐만 너희들!"

여우가 오징어들을 불러 세우려 했지만 이미 오징어들은 사라진 후 였다.

여우의 두 눈에선 눈물이 봇물 터지듯 흘러내렸다. 더이상 이 괴로운 삶을 살지 않아도 되는데 모든 게 다시 시작될까봐 두려웠다.

"여우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우는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난 쪽을 바라봤다. 여우를 부른 건 다름아닌 고민을 들어주던 바로 그 오징어였다. 오징어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오징어를 잠시 쳐다보다 고개를 숙이고 한 숨을 내 쉬었다. 그리고 곧이어 여우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자살바위 하나 만들어 달라 하까?
니들 모여서 동반자살할까봐 못하겠다.
힘든거 아는데 누가누가 더 힘든가 뭐 내기라도 하는거여 뭐여?

전에 여기 빠져서 자살한다던 순록 못죽었지요?
오징어의 따뜻함으로 살려냈지요?
우리 번번히 살려내지요??
벼랑끝이고 죽을 결심이면
여기 오지마 씨발 다 살려낼거니까!!"








출처 패러디 원글 출처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537791&pcok=1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