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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영화관 일하는데 오늘 엄청 힘들었거든요
게시물ID : freeboard_17513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논논
추천 : 8
조회수 : 230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8/05/30 01:09:31
오늘 낮에 일대 정전이 있었어요. 저는 2년차 사무실 막내였구요.
갑자기 불이 팟, 꺼지고 CCTV 모니터까지 암전인걸 확인하자마자
반사적으로 사무실 밖으로 튀어나갔어요.

바깥도 전부 불이 꺼져서 복도가 어두운 상태. 
바로 사무실의 형광봉과 유도램프를 들고 가장 큰 관으로 뛰어들어갔어요.
그 사이 같이 근무했던 매니저님은 영사실 확인하러 가셨고, 
저는 모든 관 고객들에게 건물 전체가 정전이다, 이쪽으로 천천히 나와주시면 복구되는대로 환불과 보상 처리해드리겠다, 시간내서 와주셨는데 정말 죄송하다, 하고 외치고 뛰어다녔어요.

곧 전기가 다시 들어왔고,
모든 전원이 차단됐던 상태라 서버며 기계며... 모두 제대로 남아있는게 없었어요. 사무실 근무인원은 고작 두명이고.

안그래도 아침부터 몸이 안좋았어요.
그래도 계속 뛰어다니고, 헉헉대면서 죄송하다고 말하고, 울수만 있으면 울고싶은 기분이었지만 고객님들께 최선을 다했어요.
정전사고를 한번도 겪어본적도 없고 관람객도 오십명 이상이어서
혼자하기엔 벅찼는데, 그래도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러고 퇴근시간 훌쩍넘어 퇴근했죠.

지친 몸으로 집에 가는데 전화가 왔어요.
보상차원의 어떤것을 드리는데, 그걸 제가 기간을 잘못 등록했었대요. 왜 월권행위를 했냐 해요.
이러이러해서 그랬다. 저는 당장 복구가 어렵고 어떻게 될 지 모르니  하루 여유를 두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이야기를 했더니 왜 시키지 않는 걸 하냐고 하시더라구요.

그때 누가 제가 하는걸 케어해줄수 있었는지 묻고싶었어요.
아무도 없는데 나혼자 뛰어다니고 보상품 등록하고 죄송하다 수십번을 하는데 물어볼 사람이 어디있어. 
생각없이 그렇게 했던건 아니라고, 물론 그 방식이 잘못이라 하시면 분명 그건 인정하지만, 저도 이렇게 생각한 후에 결정한거라고했어요.
그리고 그건 아직 수정가능한 상태로 남겨두기 위함도 있었다고, 기간 수정은 가능하다고.

근데 결국은 제가 울어버리고,
제가 우니 왜 우냐고 묻고,
저는 속상해서 그런다고 대답하고,
네가 오늘 다 고생했으니, 니가 망친걸 내가 잘했다해줘야해? 잘했어?
하는 소리나 들어버리고…

집에 돌아와서 울지 말아야지 수십번 다짐했는데
결국 엄마앞에서 울었어요.
엄마가 잘 다녀왔냐고 묻는게 오늘은 왜 그리 서러운지.

하고싶은 말은 많은데 할 데는 없고
그냥 그만 울고싶어서 주절거려 봐요.
잘자요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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