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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과 짜장면2.SSul
게시물ID : humordata_17515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냥노동자
추천 : 18
조회수 : 2030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8/05/12 21:41:54
 
 
 
우리회사는 워라벨이 정말로 좋다.
이것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으며 그 증명은 내 연봉이 하고 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일이 일찍 끝나는 대신에 남들이 여덟시간~아홉시간에 걸쳐서 해야 할 일을 두세시간만에 농축시켜서
해야 한다는 점이 굉장히 괴롭다. 누군가에게는 행복처럼 보일 일이, 누군가에게는 괴로움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지금 무릎의 연골이 남아있지 않기 직전이다.
 
어...? 안좋은건가...? 워크 앤드 라이프가 아니라 데스 오어 라이프가 되어야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찍 끝나는 그런 삶이 꽤 나쁘지는 않다.
누군가 점심먹고 또 언제 일끝나고 집에가냐 할 시간에 나는 오후 햇살을 받으며 운전대를 잡고 집으로 향하니까.
 
그런점이 좋다고 위안을 얻지 않으면 내 삶에 재미가 뭐가 있으리.
 
 
 
 
 
 
 
 
 
 
오늘의 이야기는 병신과 짜장면 그 두번째 이야기.
 
 
일찍 끝났다. 열한시 반 쯤에 끝나 팀장은 '나먼저가염 ㅂㅂ' 하고 차타고 도망가버렸다.
일할때도 그렇지만 빤쓰런에서도 역시 에이스라 칭할만 하다. 그런데 원피스 에이스는 깝치다 죽었다더라.
뭐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다. 아무튼 남은 시간을... 바로 회사에 들어가 짐내리고 본인도 ㅂㅂ 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날따라 또 짜장면이 왜이렇게 땡기는지!
 
 
비가 온다고 짜장면이 땡기고 뭐 그런게 아니라는 것을 아주 절감했던 순간이였다.
나는 비가온다고, 오늘이 금요일이라고, 혹은 월요일이라고 술이 땡기고 무슨 음식이 땡기고 그런 인간이 아니라
그냥 속성이 그런 것 뿐이였다. 다만 의미를 갖다붙이기만 할 뿐인 인간이다.
 
 
가령 치킨이 땡기면 -여기서 표준어는 당기면, 당긴다 등으로 써야 하겠지만 국립국어원이 나에게 해준게 뭐가 있나. 왜?
짜장면도 자장면이라고 쓰라고 하는 판에 짬뽕은 잠봉이라고 쓰라고 해보지? ㅗㅗ - 내 통장에 대한 미안함과 칼로리를 걱정하는
일종의... 양심의 가책을 최소화 하기 위해
 
 
'음 오늘은 비가 오니 치킨에 소주를 먹을 수 밖에 없잖아'
 
'음 오늘은 바람이 차니 삼계탕을 하긴 늦었고 치킨을 먹을 수 밖에 없지'
 
 
이런식의 자기합리화를 하는 것이다.
 
 
짜장면도 마찬가지였다. 바로 회사로 들어가기는 좀 그렇고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기로 한 나는 맛있기로 소문나
줄을 서지 않고는 먹을 수 없다는 양산 중부동의 모처 짜장면집으로 향했다.
 
역시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은 북적였고, 다행히 줄까지는 아니였지만 테이블은 꽉 차 있었다. 시간이 촉박한 것은 아니지만
배가 고팠기 때문에 합석이라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차에 카운터에서 서성거리는 사장에게 다가가
 
 
"자리 지금 없나보지예?"
 
 
하고 물었는데 사장은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였다. 오냐. 자리 없을정도로 장사 잘된다고 배짱장사라 이거지?
내가 다시는 너네 짜장면 먹을 일 있나 봐라... 하기에 나는 너무 배가 고팠고 다시 한 번 물었다.
 
 
"사장님 자리 날라모 을매나 기다려야 되는교?"
 
 
사장은 귀찮은 듯이 대답했다.
 
 
"저 짝에 저양반 다 묵은거같은데 쪼매만 기다리소 여도 바쁜 것 같구마는"
 
 
나는 화를 낼까도 해봤지만, 헛기침을 한번 하고 "아 예" 하는데 주방아줌마가 나와 "아 죄송합니더 자리 치워드릴께예" 하고
자리를 치우는 사이 나는 잠깐 담배를 피우러 나왔고, 담배를 다 피우는 와중에 자리가 났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여 물좀 주세요!"
 
 
나는 남사장에게 외쳤고 남사장은 후... 하고 대충 물컵에 물을 담아 내왔다. 참으로 불친절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짜장면 곱빼기 하나 주세요!" 하고 외치기 무섭게 짜장면이 나왔고, 나는 그 불친절한 남사장과 그에 비해
아주 친절한 여사장에게 속으로 '쯔쯔 부부같은데 성향 참 다르다' 하고 짜장면을 비비기 시작한 그때 남사장이 여사장에게 말했다.
 
 
 
"저기요. 계산쫌 해주소. 돈을 못내가 몬나간다 아입니까"
 
 
 
 
...?
 
 
 
 
짜장면발을 입에 넣은 채 나는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며 귀를 의심했다.
 
 
 
 
 
 
어? 그럼 내가 이야기한 사람이 누구...?
 
 
 
 
"아이고마 죄송합니더. 팔천원입니더."
 
 
 
"아니, 보소. 다 좋은데 와 자꾸 사람들이 내보고 물갖다달라 주문받아라 카는데요"
 
 
 
 
 
...
 
 
 
 
 
 
 
 
아저씨 죄송합니다. 진짜 사장님인줄 알았어요...
 
 
나는 최대한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실제로 배가 한 네 배는 고픈 척 6.25전쟁고아처럼 짜장면을 흡입했고
그 뒤로 그 아저씨는 영원히 보지 않을 것처럼 짜장면 그릇에 코를 박고 영원히 그 고개를 들지 않았다.
 
 
 
아저씨 진짜로 미안합니다.
진짜 몰랐어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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