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어느날 문득
벽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세상의 모진 풍파에도
한 겨울 살을 에는 바람에도
언제나 나를 바라보며
나를 지켜주지 않던가
바깥에는 추적추적 슬픔의 비가 내려도
나에겐 항상
환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던가
세월이 흘러 받기만 했던 나는
주는 방법을 몰라
그저 조심스레 손을 대 볼 뿐이었다
차가웠다
따뜻할 줄 알았다
영원히 따뜻할 줄 알았다
슬펐지만
그 온기의 이별을 받아들였다
눈물이 났고
웃고있는 그녀의 영정사진 앞에서
더욱 처량하게 떨어졌다
어머니를 그리던 나의 눈물은
덧없이 자꾸 떨어져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