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좋은 사람이라고 저에게 말하니 그런 사람이 맞는거 같기도 합니다.
정말 좋은 형, 정말 좋은 오빠 그런가 봅니다.
제 자신을 죽이고 사람들을 맞춰주기만 하다 보니 어느 것이 나인지, 어느 모습이 내 모습인지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고, 용기내어 고백했고, 사귀게 되었습니다.
외모로 봐도 저보다 훨씬 뛰어났고, 성격도 좋아 친구도 많았습니다.
아무튼 제가 외모나 키가 부족한들 자격지심이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도 아니죠.
정말 정말 좋아했고, 좋았지만 지금 곰곰히 생각해보니 딱히 좋은 연애는 아니였던 것은 확실합니다.
연애를 하면서 한없이 자존감이 낮아졌기 때문이죠.
새삼 드는 생각이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시작도 하지 말 것을..... 모태솔로 한번 탈출해보자고.... 이번엔 나도 연애 한번 해보자고...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 고백을 했습니다.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다시 돌아가 시작도 하지 않으렵니다. 연애해보고 싶다는 생각 다시는 하지 않으려고 해요.
둘만 있을 때는 정말 좋은 여자친구였습니다. 잘 챙겨주었고, 애교도 많았어요. 정말 내가 연애를 하고 있구나..... 그냥 너무 좋았습니다. 저에겐 그녀는 빛과도 같았고, 구원이었습니다. 회사 일이 힘들어도, 어떤 안 좋은 일이 생기더라도 그냥 같이 있기만 하면, 아니 그녀 생각만 해도 모두가 부질없는 것인냥 스르르 사라졌어요. 그냥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이런게 바로 사랑이구나. 좋아하는 것과 사랑은 이렇게 다르구나 그냥 그렇게 느꼈어요.
하지만 여자친구는 저와 연애한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한테 알리는 것을 꺼려했어요. 다른 연인들 처럼 카톡프사도 하고, 인스타그램에 자랑도 하고 싶었지만, 여자친구가 원하지 않았습니다. 2년 이상 연애를 했지만 주변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우리가 연애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어요.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그녀는 결국 제 여자친구였으니까요. 저도 남자인지라 성욕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지 않았어요. 제가 손대는 것을 너무 싫어했어요. 그래도 괜찮았어요. 여자친구와 무얼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컸으니까요. 나중엔 너무 좋아하는 마음이 커지다보니 오히려 그런 생각들이 들지 않았던거 같아요.
특별히 서로 싸우는 일은 없었어요. 무조건 제가 여자친구에게 맞춰줬기 때문이에요. 그렇다고 여자친구가 받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시계나 지갑 같은 비싼 선물도 많이 받았고.. 특히 옷도 많이 받았던거 같아요.
그런데요.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나는 괜찮다. 나는 좋아하니까 괜찮다. 이런것들이 전부... 허울 좋은 거짓말이었나봐요. 사람이 어쩜 이렇게 구차해지고 약아빠졌는지.....
2년간 연애를 하면서 한번도 허락을 해주지 않았으면서, 단 하루 만난 남자한테는 어떻게 허락을 해줄 수 있는지.... 새삼 이런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 저도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였나봐요.
근래 서로 소원해졌다고 한들, 저는 여자친구가 저에게 용서를 빌 줄 알았어요. 그래 못이기는 척 용서해주자. 나는 그만큼 좋아하니까 이해 할 수 있어. 나도 가끔 이쁜여자, 몸매 좋은 여자 보면 침 흘리며 좋아 할 때도 있잖아? 그래 그럴 수 있어...... 나도 능력만 있었다면 다른 여자를 만나지 않았을까? 그래 나도 가끔 한눈 팔 때가 있잖아? 야동도 보는걸? 그래 이해해주자.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저에게 화를 내었어요. 헤어지자고 말했어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던거 같아요. 멍 했어요. 헤어지지 말자고, 다시 잘 해보자고, 오빠가 더 잘 할테니 다시한번 생각해보자고 말해야되는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어떻게든 잘 얘기를 해야되는데 자꾸 눈 앞을 가리는 눈물이 저를 얼마나 비참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어요. 여자친구가 알려준대로. 사람과 대화 할 때는 눈을 보며 얘기하기, 오빠가 라는 말 쓰지 않기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네요. 눈을 보며 얘기를 해야 되는데 보이지 않았어요.
얼마나 제가 비겁하고, 한심한 사람인지.. 결국엔 다시 그녀가 돌아오면 못 이기는 척 받아줘야지... 그런 호구 같은 생각도 했어요.
남들은 헤어지고, 차이고, 연인이 바람피우고, 어떻게든 잘 이겨내고 버텨내는데, 저는 버텨낼 수가 없었어요.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털고 일어 설 수 있는건지.... 도저히 모르겠더라구요. 몸이 반으로 찢어지는거 같았어요. 산산이 조각나는거 같았고, 사정없이 짓이겨지는거 같았어요. 평생 살면서 가장 아팠어요.
너무 아팠어요.
정말 많이 아팠어요.
3일? 4일인가? 1주일동안 제가 어떻게 지내왔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언제 헤어졌는지도요.
회사도 가지 않았고, 뭘 먹었는지 뭘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잠도 잤는지 안 잤는지 그냥 혼이 빠진듯 정신이 나가있었어요.
침대에 누워 천장만 하염없이 바라봤던거 같아요. 이대로 계속 시간이 지났다면 정말 죽었을지도 몰라요.
계속 울리는 핸드폰 벨 소리도 무시했어요.
전화 벨소리를 계속 무시하다가 퍼뜩 핸드폰을 집어들었어요. 왜 인지 모르겠어요. 그녀가 전화를 했구나. 그냥 알 수가 있었어요.
똑같은 벨소리였는데 그냥 알았어요. 그녀한테 전화가 왔다는 것을요. 못 믿겠지만 사실이에요.
미안하다고 다시 시작하재요. 남자답지 못하게 엉엉 울었어요. 마지 못해 용서해주고 다시 시작하려고 했는데.... 그게 안 됬어요.
이상하죠? 마지 못해 받아주려고 했는데... 안 되드라구요. 예전 같은 마음이 아니었던거 같아요.
'다시 너와 내 사이가 연인이 될 수는 없을거 같아. 아니 우리가 다시 사귄다고 하더라도 내 마음이 예전같지 않을거 같아. 지금도 그래.... 그냥 다시 그 이전으로 오빠 동생 사이는 될 수는 있겠지만, 너랑 나는 아닌거 같아.'
그냥 이렇게 끝냈어요.
더 많은 얘기를 나눴던거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