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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피난 간 정부 그리다 분노 치밀기도"
게시물ID : readers_175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유체이탈가카
추천 : 1
조회수 : 31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2/09 00:29:37
http://media.daum.net/entertain/culture/newsview?newsid=20141208195006197&RIGHT_REPLY=R31

[한겨레]'인천상륙작전' 완간한 윤태호 작가


해방공간서 전쟁 한가운데까지


민초들의 풍경화 그리려 했죠


시작 전 도저히 못하겠다 싶었는데


끝나니 공부 잘했다 느낌 들어


단순한 그림체 '미생'과 달리


'파인' 그리며 다시 손에 발동

윤태호(45) 작가는 이틀에 한번 잠을 잔다. 웹툰 <이끼>와 <미생>을 연재할 때부터 그랬다. 지난 5일 밤, 포털사이트 다음에 주2회 연재중인 웹툰 <파인> 33회를 올리고 잠에 빠지기 직전인 그에게 책으로 나온 <인천상륙작전>(한겨레출판 펴냄) 6권을 배달했다.

<인천상륙작전>은 <한겨레> 토요판에 2013년 3월30일부터 2014년 8월23일까지 연재했던 만화다. 처음 그려낸 역사만화를 책으로 받아든 작가에게 <인천상륙작전>이 남긴 흔적을 물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철구네) 가족이다. 원래 이렇게 될 운명이었다." 철구네 아버지와 어머니뿐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까지를 <인천상륙작전>의 주인공으로 치자면 손톱이 빠지도록 바닥을 긁다가 허망하게 바스러져버리는 주인공들에겐 끝내 자비도 기적도 없었다. 만화의 무대가 된 1945년 8월15일부터 1951년 1월4일 사이에 벌어진 해방과 남북 분단, 한국전쟁, 인천상륙작전과 서울 수복, 그리고 중공군 개입에 따른 '1·4후퇴' 등의 역사는 다 아는 사실이지만 주인공들 하나하나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연재 당시엔 짐작하기 어려웠다. 작가는 "해방공간과 전쟁의 한가운데 처한 민초들의 풍경화를 그리기 위해" 펜을 들었다. 오직 살아남기 위해 용을 썼던 그들이다. 그중 누구는 일제강점기땐 일본 앞잡이 노릇을 하고, 해방공간에선 자기보다 더 약한 사람들의 것을 빼앗기 위해 몽둥이를 휘두른다. 양심이나 이념은 여유있는 자들에게 맡겨라. 생존본능이 지배하는 정글에서 작가는 "내일을 모르고 그때그때 살 길을 도모하던 사람들이 애써 찾아낸 작은 출구조차도 포화속에서 막혀버리는" 비극적인 운명을 미리 예정해두었다고 했다. "이 만화는 대한민국 전쟁사라는 방대하고 자세한 원작을 각색하려는 의도였지, 소설 <태백산맥>처럼 가상의 인물들이 역사적 서사를 어떻게 헤쳐갈까를 보여줄 생각이 아니었다"고 작가는 밝힌다.

'인천상륙작전'이란 소재는 빛과 진공의 이미지로 작가를 사로잡았다. "당시의 민둥산과 벌거벗은 도시를 재현하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영화론 한국전쟁을 제대로 그려낼 수 없다고들 하는데 그림으론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원래는 인천 팔미도에서 상륙을 유도하는 등대가 밝혀지던 순간 만화를 끝내려고 했다." <미생>을 통해 이야기꾼으로서의 윤태호 작가를 새삼 조명하지만 <인천상륙작전>은 팔미도 밝은 빛 아래 비극적인 풍경을 그리는 그림쟁이로서의 그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컴퓨터에 저장된 수천장의 자료 사진을 보며 전쟁을 소묘하던 작가는 시시때때로 분노에 몸을 떨어야 했다. "재빠르게 피난 간 정부에 대해선지, 그 말을 믿고 서울을 지킨 사람들에 대해선지 대상없는 분노를 감당해야 했어요. 한강다리가 폭파되면서 수북히 쌓인 시체를 그려야 하는데 예쁘게 피를 그려볼까 그런 생각은 안드는 거죠."

게다가 역사물이 주는 무게는 작가의 허리를 휘게 만들었다. 연재가 시작되기 직전엔 <한겨레> 고경태 토요판 에디터에게 "도저히 못하겠다"는 장문의 편지를 쓰기도 했다고 한다.

<인천상륙작전>은 <미생>과 함께 연재했던 작품이다. 당시엔 그는 기본 스케치를 주로 하고 6명의 문하생과 디테일을 완성했다. 요즘 '그림쟁이' 윤태호 작가는 더 이상 문하생과 함께 작업하지 않는다. <미생>은 "더이상 돈 때문에 하고 싶은 작품을 미루지 않아도 된다는 선물을 안겨줬지만" 그림쟁이로서는 숙제를 남겼다. "<미생>은 예쁘게만 그리면 되는 거라서 누가 해도 상관없는데 <파인>은 묘사가 많은 그림체라서 그럴 수 없어요. 게다가 <이끼>와 <미생>으로 아주 많은 사람이 제 만화를 봤잖아요. 이제 새로운 그림체를 찾아야 할 때에요. <미생>처럼 단순한 그림체로 1년7개월 연재를 하다보니 손이 많이 퇴화됐다고 느꼈어요. 운동선수들이 극한으로 자신을 몰아붙이듯 지금 남은 힘을 쥐어짜내야 은퇴할 때까지 그림 그려서 먹고 살 수 있을 만큼의 동력이 생길 것이라고 판단한 거죠." 근력이 더 떨어지기 전에 퇴행과 싸워야 한다는 것은 그림쟁이의 숙명이다. "다시 손에 발동을 걸기 위해" 새로운 그림체로 혼자서 <파인>을 그리면서 "오른쪽 어깨와 팔을 잘라버리고 싶을 만큼" 통증과 싸우게 됐다.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세게 자신을 두드려야 내년 상반기에 다시 <미생2>를 연재할 때쯤엔 긴장을 풀어도 좋다는 신호가 올 것"이라고 했다.

여전히 생존불안에 시달리며 부끄러움 없이는 전작을 말할 수 없다는 작가에게 <인천상륙작전>은 어떤 기억이냐고 물었다. "아, 공부 잘했다, 이런 느낌? 나 자신의 비극에 갇히지 않고 지도를 그려보려고 애썼던 거죠." 출판본 <인천상륙작전>엔 역사저술가 구완회씨가 권마다 역사해설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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