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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일기.
게시물ID : animal_1755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몽믜
추천 : 10
조회수 : 70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02/02 15:37:28
저는 동물을 꽤 많이 키운 편이었지만 애틋할 정도로 가슴에 담아둔 애완동물은 없었어요. 무심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뭐..저는 그랬네요.

2013년 여름, 가족과의 갈등이 절정을 달리던 시절, 남동생이 고양이를 데려왔어요. 너무 작아서 두손에 쏙 들어오는 새끼 고양이를 보자니 동물을 싫어하는 엄마에게 혼날 것은 생각못하고 어떻게든 되겠지 싶었죠.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똥도 제대로 안치우고, 네이버 카페를 가입하고 하나둘씩 알아가는 초보 집사였습니다. 분명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집사는 되지 못했어요. 저도 학교를 다녀야 했고 지금 돌아보면 우리 냥이에게 100프로 관심을 가져주지 못한 것 같아요. 아쉽게도 우리 냥이는 엄마에게 많은 미움을 받았고 나와 동생은 말끝마다 고양이 내다버리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이제까지 있었던 갈등에 고양이라는 또다른 갈등이 생기니 얼마나 골치가 아픈지... 내다버릴까 생각도 몇번 했어요, 사실. 정이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키울수는 없으니까....

그러다가 동생이 냥이에게 친구가 필요하다고 안락사 되기 직전의 아기고양이를 또 데려왔습니다. 아. 나는 책임질 수 없어. 내일 보내버려.
한바탕 싸우고 방을 나서는데 애옹애옹. 하고 고양이가 울더라구요. 어라. 우리 냥이는 평소에 말이 없는데 고양이가 이렇게 말도 하네.. 싶어 가만히 쳐다보았니까 이 고양이가 애옹애옹 울고 저에게 온갖 애교를 피우며.. 온몸으로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나를 데리고 있어주세요. 라고.... 
다음날 학교를 가는데 어제 고양이가 눈에 아른거려서, 오전수업이 끝나고 서둘러 동생에게 문자를 했어요. 오늘 하루만 더생각하고 보내. 그리고 다음날 나는 오전수업쯤에 또 문자를... 오늘 보내지 말고 하루 더.. 하루만 더 생각해보자. 그 다음날도, 그 그 다음날도, 하루만 더 생각해보자. 하루만 더....

그렇게 저는 고양이 두마리의 집사가 되었습니다'-'

집에서만 자란 첫째는 쥐를 무서워 하고, 밖에서 조금 굴러먹은 둘째는 뭐든 무서워 하지 않아요 ㅎㅎ. 
첫째는 발톱을 항상 숨기고 둘째는 놀다가 흥분하면 자기도 모르게 발톱을 세워요. 
둘째는 자기에게만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고 첫째 자리까지 빼앗으려 들고, 첫째는 그런 거에 별 생각없어요.
둘째는 아무리 내가 늦게 와도 졸린 눈을 하고 문앞에서 기다리는 장한 놈이에요.
이놈의 고양이들은 항상 제 눈이 닿는 그 자리에 있구요. 맨날 세면대에서 자서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처음 보는 게 고양이에요 ㅎㅎ.
배 고프면 평소에도 안하던 애교를 부리며 밥을 달라고 하구요. 먹었는 데도 안먹은 척도 해요!
삐지면 침대 밑에 들어가 나 삐졌소~ 그러니까 날 찾아서 사과하시오~ 라고 하는듯이 꼬리만 삐죽 내밀고 있는 적도 있고요. 
학교에서 쪼이고 집에 와서 고양이를 꼭 안으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먹는 모습을 보면 이뻐 죽겠어요. 가끔 못해 준 것이 생각나서 울컥. 가끔 무지개 다리를 건널 생각을 하면 울컥. 그런 기분이 들기도 해요. 암튼, 지금의 제 인생은 고양이를 위주로 돌아가요. 엄마는 드디어 고양이를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요물은 요물인지 고양이 덕분에 집안이 좀 잠잠해졌다고 해야하나... 하여간 그렇게 됐네요.

아직까지 저는 제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집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고양이에게 사료를 먹이고 일반 모래를 써요. 간식도 자주 주지 않고, 중성화 수술 이후 둘째는 아직 중성화 수술로 인한 비만에서 벗어나질 못했어요... 첫째랑 둘째는 맨날 서열싸움을 하고, 저는 아직도 학생이에요. 그렇지만 저는 고양이를 키우게 된 것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얘들은 제게 이제까지 제가 알지 못했던 세상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옆방에서 자고 있어도 보고싶은 냥이들. 못난 집사가 무지개 다리 건너는 생각을 하니 또 울컥해서 한 자 적어보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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