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 내내 수많은 보직을 봐왔지만 취사병이 넘사벽 원탑임. 행정병 출신이라 누가 더 힘들다 뭐 이런 비교 짱 싫어하는데 (단순 육체노동적 측면에선 압도적으로 편했으니까) 취사병은 그냥 인정. 아닥하고 인정. 훈련이 아무리 힘들어도 매일 하는 거 아니고 작업이 아무리 개같아도 다 때가 있고 계절이 있는건데, 밥은 하루 3번, 휴일까지 고정적으로 반드시 먹죠. 군생활 해보면 다 알지만, 결국은 업무가 무엇이냐보단 업무가 어떤 빈도로 있느냐가 난이도를 좌우하죠. 잘 먹었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 중에 제일 육체적으로 편리한건 간부식당 취사병입니다. 병사 출신이면 잘 모르는게 당연한건데 오로지 간부밥만 하는 취사병도 존재합니다. 얘들은 휴가도 자주 나와요..모두가 힘든건 아니랍니다.물론..스트레스는 더 받을 수 있긴 하겠는데 내무 생활도 그리 힘들지는 않다고 들었습니다.
간부 출신이시면 잘 모르실 수도 있는데, 병사가 시간이 남으면 또 다른 데 돌리는 것이 군대입니다. 제가 있던 곳 간부식당 취사병들은 취사병이자, 테니스병이자, 나물재배병이자, 눈에 띄는 족족 심부름병이었습니다. 한 여름엔 수박 두 통 씩 들고 산길을 뛰어다니며 과일셔틀까지 하더군요. 미리 잘라가면 맛 없다고 과도까지 챙겨서요.
보직에 따른 꿀 토론은 사실 무의미합니다. 징병되어 노동착취를 당하는 것 자체가 고역이지요. 저는 처부에서 에어컨 쐬며 영관급 이하 간부들에겐 존대말 받고 부사관들은 눈도 잘 못 마주쳤으며, 100일이 넘는 휴가를 나가고 해외출장도 다섯 번이나 다녀온 꿀보직 병사였지만, 군생활 생각하면 아직도 이가 갈립니다. 자기 보직이 세상에서 젤 힘든거죠. 그와중에 19개월 동안 밥 안 하는 날이 단 하루도, 단 한 끼도 없는 취사병들을 리스펙한다는 취지였구요. 어느 보직이 꿀빤다, 라는 표현은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관사에 있었습니다만 간부식당 조리병이랑 관사조리병이랑 밥때마다 말똥가리들이랑 스타들 한입한입 뜨는거 숨어 보면서 벌렁벌렁 하고 있는거 보면 진짜 몇년씩 늙어 나가는 것 같아 참 안쓰러웠죠... 물론 스타님 밥 다 먹고 나면 제 차례라 제가 몇년씩 늙기도 했지만... 으어어ㅓㅓ어어.. 우리 조리병애는 눈 앞에서 만든 음식을 지네 개 불러다가 개 먹이면서 이거 먹으라고 만든거지?? ^^? 말들으면서 연병장 뺑이 돈 적도 있었죵..
한창 자유를 만끽하고픈 나이에 끌려가면 뭔 짓을 하건 다 힘들죠.. 전역한 예비역 여러분 도중에 전역한분들 지금도 개같이 끌려가고 있는분들 다들 너무 고생많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