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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락치는 존재한다
게시물ID : society_17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우울하지않아
추천 : 2
조회수 : 36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1/14 08:37:07
쁘락치는 존재한다. 이들은 크게 세 분류로 나뉜다.

첫번째는 누군가 심은 것 같은 쁘락치들이다. 이들은 대체로 4~50대, 많게는 60대 아저씨들이고, 술냄새를 약간씩 풍기고 있으며, 뜬금없는 분위기에서 어색한 연기 톤으로 어울리지 않는 대사들을 읊는다. 예를 들자면 조용한 와중에 혼자 갑자기 " 와!!! 가자!! 청와대로!!" 한다던지 "내 배때지에 어디 한번 총을 쏴봐라!! 나는 목숨이 아깝지 않다! 내가 선봉에 서겠다! 뚫자!!" 하는 식이다. (둘 다 오늘 현장에서 직접 들은 말이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그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싸하고, 이들을 말리려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되는데, 그런 상황이 되면 이들은 아주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심지어 같은 시위대를 때리기까지 한다. '순수한 시위대'라고 보기는 여러모로 어색한 존재들이다.


그러나 이들과 다른 '자발적 쁘락치'들도 존재한다. 이들이 바로 두번째 쁘락치들인데 이들은 보통 30~40대 남자들이고 검은색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있으며 많은 인원들이 한꺼번에 몰려다닌다. 객관적으로만 보면 가장 반정부적인 것 같지만 행동은 꼭 의경과 충돌해 '평화 시위'를 변질시키고, 결국 정권이 정국을 반전시켜 나갈 빌미를 주려 안달난 것 처럼 한다. 이들은 이들의 행동을 만류하면 '순진한 소리 하지말라'는 식으로 대응을 하는데 오늘 같은 경우엔 '평화 시위 한다고 평화가 오냐? 지난 주에 20만이 광장에 나왔어도 박근혜는 퇴진하지 않았다. 그러니 우리 뒤에 100만 국민이 있는 이럴 때 의경들을 밀어버리고 청와대로 진격해 승리를 쟁취해야 한다.'는 식이었다. 이렇듯 현실감각이 떨이지고 학습력도 부족한데 본인들을 혁명가라도 되는 것 마냥 여기고 있고, 심지어 본인들의 신념에 매우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어 결코 주변의 만류에 굴복하지 않으며 되려 만류하는 사람들을 '새누리당 알바새끼'로 몰아간다. 심지어 나까지 새누리당 알바새끼라는 말과 함께 쌍욕을 들었으니 이들의 병은 가히 중증이라 할만하다.


마지막, 그러니까 세번째 쁘락치는 바로 '분위기에 휩쓸린 군중들'이다. 사실 이들은 이들 자체만으로 적을 이롭게 하진 않지만 이들이 크게 신경쓰지 않고 외친 구호 또는 함성들에 앞서 소개한 '자발적 쁘락치들'이 광전사 모드로 돌변하곤 하기에 문제가 된다. 예를 들자면 오늘의 '길터라! 비켜라!'라는 구호가 그랬다. 오늘 현장에는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서 충돌을 방지 하기 위해 어깨 동무를 하고 완충 역할을 하던 시민들이 있었고, 이들과 앞서 말한 자발적 쁘락치들이 '밀지 마라. 충돌은 없어야 한다'와 '밀어야 한다'로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었는데 뒤에 있던 민중 연합당 연설 트럭에서 '길터라! 비켜라!'하는 구호를 누군가가 선창하고 뒤에 있던 군중들이 그 구호를 다같이 따라 외치면서 그 대치가 깨졌다. 그 함성에 자신들이 다수라고 확신한 그들이 '새누리당 알바새끼들 꺼져라''밀어버리자'를 외치며 거칠게 몰아쳤고 결국 나를 포함해 그들을 만류하던 이들은 하나 둘 씩 그 상황을 포기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 '밀면 안된다. 자리에 앉자'고 열심히 외치던 권영국 변호사님마저 결국 대열에서 이탈했다. 그렇게 터덜 터덜 뒤로 빠져 종로쪽으로 걸어오는데 집회에 처음 나온 듯한 사람들이 신난다고 '길터라! 비켜라!'를 외치고 있던 그 천진난만한 표정을 보니 참 기분이 묘하더라. 그들에게 그들이 외치는 구호와 함성에 책임을 갖기를 바라는 게 좀 과한 것 같긴 하지만, 슬프게도 그들의 그런 무책임함이 그런 현상을 발생시킨다는 것은 사실이다.


다음 시위는 없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우리 공주님이 한 주를 더 버티시어 다음 주에도 주말 시위가 열리게 된다면 이 글을 읽은 분들 만이라도 다 함께 이런 쁘락치들을 막기 위해 힘 써주셨으면 한다. 그 철옹성같던 새누리당과 청와대도 내부의 문제로 무너지고 있다. 지금은 압도적으로 보이는 이 95%의 반정부 시위 역시 분열되고 무너지고 실패한다면 그 원인은 내부의 문제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 앞서 적었듯 이런 부분을 경계하고 있는 시민 분들이 현장에서 단합해 이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여 마음의 위안이 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어떻게든 의경과 충돌해보겠다고 기를 쓰던 이들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나도 나름 최선을 다했으나, 그래서 결국 귀가해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는 기사를 보자니 영 씁쓸하다.


나는 다음주 시위 때 또 다시 경찰과 시위대 사위에서 충돌을 유도하는 이들을 만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다. 11월 19일 시위 때는 이번 주보다 한 분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행진의 선두로, 경찰과 시위대의 사이로 와서 나와, 우리와 함께 완충 역할을 도와주시길 부탁드린다. 가능한 한 덩치가 좋은 남자 분들이면 더 좋겠다. 여고생들이 그 작은 체구로 '우리 평화 시위 합시다'라고 울먹이듯 외치면서 여기 저기 밀쳐지던 그런 광경은 다신 보고 싶지 않다. 또한 그런 쁘락치들 때문에 이 많은 이들의 염원이 아무것도 못 이뤄내는 끔찍한 상황도 보고 싶지 않다. 부디, 이기자.


ps. 13일 새벽 개인 페북에 올렸던 글이라 반말체이며 시점이  맞지 않는 것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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