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역사
조금씩 조금씩
틈이 벌어지고 있었다
땅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내가 딛는 곳마다 절벽이 되었다
몇 갈래 갈라진 땅 위에
찢어진 채 서 있는 내가 보였다
공허한 말들이
구름과 함께 무심코 지나갔다
그 말들은 위로라는 가면을 쓰고
시간이 멈춘 나를 어루만졌다
봄 한 철 따스히 부는 바람에도
나의 조각들은 폭풍에 휩쓸리듯
공중을 부유했다
사람들이 지나간 거리를 거닐며
떨어진 나의 얼굴들을 주워 덧붙이자
나의 얼굴도, 그들의 얼굴도 아닌
낯선 모습이 되었다
놀란 자들이 떠나간 곳에
비어져가는 내가 서있었다
나는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더럽혀진 기억들을 기록해야만 했다
2014.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