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 벽면 구석에 길고양이 가족이 있었다. 어미 한 마리, 새끼 두 마리. 지나치며 보면 늘 굶주린 모습, 꾀죄죄한 모습. 보다 못해 우리 고양이 먹이던 밥을 가끔 주곤 했다. 내가 있으면 밥을 먹지 않기에 언제나 밥을 주면 바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안심하고 먹게 하려고.. 그 날은 밥을 주고 나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유심히 지켜봤다. 조금 지났을까...어미가 사방을 경계하며 조심스레 나온다. 그러다 나를 보고서는 멈칫한다. 하지만 거리가 꽤 있음에 안심해서일까 이내 밥에 코를 댄다. 순간 나는 어미에게 실망스런 동조를 했다. '그래 니 몸뚱이가 먼저겠구나. 하긴 그게 맞는 거겠지.' 그런데 딱 다섯 알 먹더니 구석으로 가고 만다. 그러더니 새끼들이 나온다. '아, 일단 먹어도 괜찮은 지 확인한 후에 같이 먹으려는 거구나' 어미에게 미안했다. 그런데 새끼들이 게걸스레 먹는 동안 어미는 두 발짝 뒤에서 꼼짝하지 않는다. 그저 누가 오는지 주변만 살필 뿐이다. 새끼들이 밥을 다 먹을 동안 어미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겨우 다섯 알 먹었을 뿐인데. 그렇구나. 너는 어미였구나. 새끼노릇도 제대로 못하는 내가 어미 마음을 헤아리려 했구나. 어미란......어미란...... -올해 여름 어느 날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