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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이별
게시물ID : gomin_17590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mdva
추천 : 0
조회수 : 123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10/01 01:09:28
저를 오랫동안 좋아해주던
여자친구에게 환승이별로 헤어짐 당했었어요.

과거에 상처가 많았던 애였어서
일부로라도 더더욱 누구보다 사랑받는 여자로 만들어 주려고했죠

원래도 여행일화나 제 일상을 sns에 재미있게 정리하는 편이었는데
사귀고 나서 그 소소한 취미를 그 애에게 포커스를 맞춰서
데이트일상을 올리고
모든 지인들이 저희의 데이트일상을 같이 즐거워하고
궁금해했었죠.

저를 만나기 바로전 나쁜남자에게 고생햇던 애라서
더더욱 그애의 가치를 올려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늘 행복하기만 했으면 좋았을까요.
저는 직업특성상 정말 바빴어요.

연애초에도 그거때문에 가끔 투덜대고 서운해 했지만
항상 외롭지 않게 쉬는날엔 최우선으로
그애에게 시간을 투자하고

특히 이성적문제는 원래도
깔끔했지만 더더욱 조심하고 최선을 다했어요.


그렇게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편안해질때
그 애는 서서히 저에게 식어갔어요.

조금씩 다툼이 생겼어요. 여러사소한 문제들이지만
대체로 저는 혼나는편이었고 그애는 짜증을 부리는 편이었죠

억울한부분도 섭섭한부분도 있지만
순진하게 다제잘못 같았어요. 왜 난 센스있지못할까
왜난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리드하지 못할까 등.

아마 외로움이 많은 그애에게 충분히 같이 있어주지 못한다는
마음의 짐이 항상 있었나봐요.

(그래도 돌이켜생각해보니 가끔 시즌이 있긴하지만
일주일에 한두번씩은 꼭 보았고 한번보면 2박3일도
같이 있을만큼 나름 최선을 다했던거 같아요.)

저는 27살이었고 사회초년생이었고
차가 없었어요(물론 일때문에서라도 차를 구매할 계획이 있었죠)

만나면 누구보다 편하고 즐거운 사이지만
차가 없는건 가끔 불편했어요.
데이트계획도 여행계획도.

전 남친들은  차가 있었거나 없었거나
아마 최소한 가끔 차타고 여행가고 그랬던거 같아요

가끔 농담반진담반 차에대한 투덜거릴때

저는 항상 확신에 차서 난 이제 27살이고 이제 사회초년생이다
지금은 차가 없는게 당연한거야 하고 씩웃으면서 말했어요

지금 제나이에 차가없다는게 정말 부끄럽지는 않았거든요.


사귄지 11개월정도 됐던날 한번 헤어졌어요.
꼭 차에대한 문제는 아니었어요. 성실하고 바르지만
바보처럼 어리숙한 성격
(그애에게 특히 그랬던거같아요 좋아하니까 헤헤거리고) 또 바쁜 오빠.


저는 그때 참 많이 미안한 감정이 많았어요
그래서 괜시리 1년전에 딴 면허도 다시꺼내 쉬는날 혼자 쏘카 빌려서
동네도 매일 주행연습 했어요 

꼭 그애 때문에서보단 그냥 그거밖에 생각이 안낫어요.

헤어지고 직후에 한번 붙잡기는 했지만 절박한 심정보다는
그냥 나는 항상 니편이란걸 알아줘 라는 심정으로 한번 잡았었어요

한 2-3주가지나고 연락이 왔어요.
간단한 안부중 우연찮게 제가 운전연습 하고있는걸 알게됐어요
(나중에지만 헤어지고 혼자 운전연습 하고있는게 짠하기도 하고 뭉클 했었대요.)

서로 그리운 감정으로 설레기도 덤덤히도 하면서
 대화하다가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차사기 전까지 당분간은 필요할때 차를 빌리면서 데이트하는걸로요
차가있으니 행동반경도 꽤 넓어지고 나름 좀더 편하게 연애하게 됐어요.

하지만 둘의 성격은 그대로니 오래가지는 못했어요.
몇개월이 지나 다시 익숙해지니 
그애는 원래대로 갑의 위치에서 
저는 을의 위치에서 연애를 아슬하게 이어갔어요.

어떻게보면 상대가 상대를 만든다고 저의 태도도
 그애를 더 콧대 높게 만들었던것 같아요.

(첫만남인 고등학교 다닐때는 그애가 제번호를 따가고 몇년간 쫒아다녔어요. 그때는 제가 엄청 시크하고 차가웠죠. 저는 호감은 있어도 좋아하는 감정은 아니니 그때는 그애가 저한테 매달리는상황이었어요)

제가 생각해도 무조건적인 사랑은
그사람이 가치가 떨어져보이고
매력도 없어지는거같아요.

조금더 스스로 자신있고 당당해도 됐는데 아주 조금씩 조금씩
냉대와 하대에 익숙해져있었던거죠.

그러다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해서
직업의 특성상 많이 바빠졌었어요.

일주일에 2~3회만나던게 1회정도로 줄었고
크리스마스 당일에도 쉴지 못쉴지 불투명 해졌거든요.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못만날수도 있으니 
선물을 미리 주었어요 갖고싶어하던 롱패딩으로.

몇번 위기는 있었지만 그래도 그시기에 그애는
친구와 한번 이태원 사주집을 다녀옹 이후로
저에게 엄청 친절하고 잘해줫어요(롱패딩 선물받기 전부터요)

업무에 스트레스 받고 힘들지만 그애가 있다는게 
참 힘이되고 든든했어요.

 가끔 성격이 모난점이 있어도
사랑스럽고 여린점이 있어 결혼도생각 할정도로
책임감 있게 생각했었거든요

제가 일하는곳으로 그애랑 그애친구를 초대햇었어요
축제랑 공연을 기획하는 업무라
제가 바쁜 이유를 한번쯤 보여주고싶었어요.

서울사람들이면 다알정도의 크리스마스관련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거든요

정작 왔을때 여기저기서 불려다니게되서 잘챙겨주지는 못했어요
(아직도 가끔 마음이 무거워요)

조금 서운해했지만 큰 문제는 없이 통화도하며 전처럼 지냈죠

며칠뒤 롱패딩을 돌려주겠다고 연락을 하는거에요.
이유는 받기만하고 주는게 없어서 미안하다는 말이었죠

순진하게 절대 그렇게 생각 말라 다독였어요.
근데 그날이후부터 조금씩 달라졌어요.

말투도 단답이 많아지고 짜증도 자주내기 시작했어요.
갑을의 연애를 했기때문에 바로 캐치는 못했어요.

단순히 제가바빠서 서운해서 그렇구나하고
모든 제 행동과 상황이 미안해졌어요

크리스마스 전전날 만났어요.
표정이 싸늘햇지만 여느때처럼 영화도보고
웃고. 편하게 지냇어요.

그렇게 헤어지고 다음날 카톡을 하는데 
답장이 아주늦고 단답으로 왔어요.

저도 서운한감정에 하루종일 걸려서
온답장이 고작이거냐라고 섭섭한 감정을 말했어요.

그만하자..라는 카톡으로
답장이 오더라구요.

그렇게 저희는 끝이 났어요.

그 어느때보다 안좋은 직감에 저를 많이 잃어버리고
엄청나게 매달리게 되었어요.
나름 자존감 높고 긍지 있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제 자신도 놀랄 정도로

모든걸 내려놓고 많이 붙잡았아요.

지금 생각하면 우습기도 유치하기도 한데,
정말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이고, 우린 운명이였다고 생각했었어요.

뒤늦게,알게되었지만. 바람으로 인한 이별이었더군요.
심지어 바람상대에게 버림받고 또다른 사람과 연락중이었더군요.

(안타깝게도 그 또다른 사람에게도 버림받고 결국에는 저에게 지적한 모든 단점을 고루 지닌사람과 사귀더라구요) 

갑작스런 이별은 그리고 환승...이별은 상대방의 영혼에 씻을 수 없는 고통을 남기는 거같아요.
생활하는 매 1분 1초가 문이 열리지 않는 사우나에 갇힌 것처럼,

숨이 턱막히고 가슴이 답답한데 나가고 싶어도 절대로 열리지 않는 문에
매일 절규하고 고통스러워 했어요.


꽤 시간이 지났어요.
항상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독특한 기획으로 회사에서 아이디어 뱅크, 분위기 메이커였던 저는

어느순간 현실적이고 꽤 신경질적인 사람으로 바꼈어요.

지금에서야 그 바뀐 기점이 어느정도 양분이 되어
밸런스를 갖추게 되었지만.

초반에는 정말 주변 사람들의 믿음과 끈기가 없었으면 진즉에 짤리고도 남았을거에요.

다른 사람들에게 비하면 조금 우습기도하지만,
저한테는 너무나도 컸던 역경과 고난의 시간이 조금 더 저를 성숙하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몽상가에서 현실주의자로, 낙관적이고 긍정적이었던 사람이 염세적이고 냉소적으로
바뀌어버린 지금, 누구는 철이 들었다. 성숙해졌다.할 수 는 있겠지만.

컬러 화면에서 흑백화면으로 넘어 간 것처럼 무언가를 더이상 미친듯이 사랑할 수 없게 되었어요.

바뀐 외양에, 분위기에 주변에 사람이 전보다도 많아졌고
1년도 안된 기간동안 고백도 4번이나 받을 정도로

외적으로는 이제는 괜찮아 할 수 는 있겠지만,

오늘 같이 지난 상처가 아무 이유없이 찾아오고 혼자서 고통을 삼킬 때면
생각이 마비되어서 이렇게 아무글이라도 써야지 조금은 진정이되어요.


마음의 불치병을 얻은 사람처럼 
앞으로의 인생이 별로 기대되지도 기쁘지도 않지만.
남들처럼 계속 바쁘게 살다보면 언젠가는 저도 조금씩 다시 색깔을 찾게 되겠죠.
남들만큼은 웃으면서 살 수 있겠죠.

모두가 다 상처를 숨기고 살아가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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