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에서 약 10년 일했습니다. 원고 마감, 광고 마감, 보도자료 마감, 신간 기획, 저자 섭외, 외주자들 미팅... 항상 바쁘게 발 동동거리며 일해왔습니다. 어딜 가든 대체로 업무 강도가 셌습니다. 섬세함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 많아서 정신적으로 소모될 때가 많았어요. 퇴근 이후에 저자 강연이 잡히면 밤 11시나 되어야 겨우 집에 들어갈 수 있었고, 주말 행사도 종종 있었죠.
출판도시가 있는 파주에서 집까진 1시간 30분 거리였습니다.
그렇게 일만 하며 집-회사만 오가다 심신이 지쳐 결국 탈이 났습니다. 올 3월에 마지막 회사를 퇴사했어요. 완전히 소진된 채로.
그땐 제가 이렇게 무력해지고 우울감에 젖어드는 걸 쉬이 받아들이지 못해 심리상담도 받았습니다. 쉬면 좋아질 거야, 쉬면서 기력 충전해서 다시 재취업해야지, 다시 예전처럼 초롱초롱하게 일할 수 있게 될 거야, 굳게 믿었고 그렇게 믿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좀처럼 회복이 되지 않아요. 벌써 일을 쉰 지 반 년이 넘어가는 데 말이죠.
처음 석 달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책은 가까이 하지도 않았죠. 여행도 다녀왔고, 엄마가 계신 본가에서 쉬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나 자신에 스스로 실망하는 날이 늘었고, 괜찮다며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려 애쓰는 날도 있었습니다. 마음이 자주 휘청거립니다. 사막 한가운데 있는 듯 느껴지기도 하고요.
한두 달 전부터는 면접도 보았고 그 중엔 합격한 회사도 있었으나, 전혀 기쁘지 않았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갑갑함이 더 컸죠.
번아웃증후군을 앓고 있거나 극복하신 경험이 있으신 분. 어떤 시간을 보내셨는지,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도움을 얻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