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엄마랑 마트를 갔다왔어요.
장봐서 나오는 길에 엄마가 나온 김에 점심 먹고 집에 갈까? 이 말을 하는거에요.
평소 엄마 스타일을 아니깐 그 말을 듣는 순간 솔직히 <또 그럴것 같다>이 생각이 들긴 했어요.
역시나 하는 말이, 냉면이나 막국수가 먹고싶은데
본인은 아침을 먹은지 얼마 안 되었고, 다이어트를 하는 중이니
둘이 가서 하나만 시켜서 나눠먹자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대답했죠. 그럴거면 그냥 집에 가자. 나 그냥 집에 가서 남은 밥이나 먹을란다.
그러니 투덜거리네요. 아니 다른 집 딸들은 엄마랑 외식도 많이 하고, 좋은데 알아와서 별거별거 다 하러 다닌다는데
너는 엄마가 차도 태워주지, 엄마가 사주기까지 할건데 늘 왜 싫다고 하냐.
-_-
그런데 싫다고 하는 이유를 제가 엄마한테 100번쯤 이야기 했어요.
저희 엄마요? 가족 넷이서 외식 가면 2~3인분 시켜서 먹자 그러고요. 둘이 먹으면 꼭 1인분만 시켜서 먹자 그래요.
늘 핑계는 아직 배가 불러서, 지금 배가 아파서. 저기 저번에 먹어보니 양이 많아서.
1인 1식 기본인 곳 가서도 꼭 그렇게 말해서, 점원에게 싫은 소리 한번 듣거나
모처럼 외식 가서 가족들 가게 눈치 보게 만들어요.
그리고 그렇게 시켜서 먹더라도 음식양이 부족하니깐 사람들 젓가락질 더디고.. 서로 안먹고.. 눈치보다 그냥 놓고.. 하..-_-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
그걸 지금 평생 그러고 있으니, 제가 엄마랑 외식을 하고 싶겠나요.
집이 100원 200원 아껴서 사는 형편인데, 그 와중에 딸이랑 추억 쌓고 싶다 이런 것도 아니고
가족 네명인데 가족 네명 다 벌만큼 벌고, 냉면 한그릇 값 5천원 아껴서 부자될 생각 있는 집구석도 아니고..
시골 살만한 집 막내딸로 태어나서 밥 굶어본적도 없고, 아빠랑 결혼해서 살면서도 식대 아낄정도로 없이 산것도 아니면서..-_-
보아하니 사람 마다 돈 아까운 부분이 특정 하나씩은 있는데, 우리 엄마 입장에서는 그게 딱 외식값인것 같아요.
그럼 그냥 안사먹으면 그만이지, 일이주에 한번은 우리가족은 왜 외식을 안 하고 싶어하냐고 가족들을 들들 볶으니..
엄마 또 가서 음식 모자라게 시키고 외식 나간 사람들 기분 상하게 하려고 그러지?
이렇게 대놓고 말해도, 아니라고 이번에는 정량으로 시킬거라 그러고는 식당 의자에 앉자마자 배아프다고..-_-
한번은 너무 짜증이 나서 제가 그냥 음식을 가족들 실컷 먹게 푸짐하게 시켰더니 밥 먹는 내내 표정 안 좋더니
집에 돌아오는길에 너 적금 얼마나 넣냐고..-_- 지금까지 얼마나 모았냐고.. 너 엄마가 보니 큰일날 애 같다고..
하..-_-
결국 엄마랑 마트 가서 장만 보고 들어와서 지금 글 쓰는데,
아빠한테 딸이 살갑지 못해 밖에서 냉면 한그릇을 못 먹고 들어왔다고 아빠한테 말하고 있네요..
진짜 굶었음 굶었지 엄마랑 외식하기 싫어요. 징글징글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