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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참 못났다
게시물ID : gomin_17594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GRia
추천 : 3
조회수 : 28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10/07 23:09:21
대학때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주변에서는 뭘해도 할 애라는 소리를 듣고 살았다.

지잡대라는 타이틀을 조금이나마 벗어나고자 노력해도 문과의 벽을 넘지 못하고 취업은 좌절의 연속.

넘다 넘다 도저히 안되서 내려와 떠돌다 다시 다른 산을 공략한지 2년만에 공무원에 합격으나 내 나이는 이미 30대를 넘었다.

기쁨은 찰나였고 헛헛하고 허망한 기분은 잊을만하면 나를 덮쳤지만 적은 월급이라도 엄마 아빠 신발 한 켤레 사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늦은 만큼 더 아끼고 살았다. 

중고등학생들이 입는 검은색 싸구려 슬랙스 바지 한 벌로 반년을 버텼고 백화점이라는 곳은 달나라 궁전같이 생각하고 사는 동안 잊고 지내던 친구의 소식이 들려 왔다.

장사가 잘돼 외제차를 끌고 다니며 명품으로 휘감고 다니는 그 친구는 카드 값이 모자라 나에게 10만원을 빌리던 그때의 그 아이가 아니었다.

부모 잘만난 덕이라고 하기엔 애인까지 완벽했다. 

주변엔 성공한 사람들만 가득했고 더 큰 물에서 놀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에 시골 면사무소에서 민원인들과 실랑이 하는 내 모습이 겹쳐보였다.

그때 알았다. 내 노력은 나를 구원할 수 없다는 것을.
버티고 버티며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현실은 누가 그렇게 하라고 했냐 비아냥 댄다.

그래... 누가 그렇게 하라고 했을까....

나를 사랑하지도 못하면서 질투로 속앓이하는 스스로가 증오스러워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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