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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삶은 실패인걸까요?
게시물ID : gomin_17605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bW1qa
추천 : 7
조회수 : 840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8/10/28 06:02:49
근 16년 이상의 직장 생활.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직업이지만, 그래도 혹자는 갖고 싶어하는 직업이었고, 괴로워도 슬퍼도 취업난 시대에 직업이 있음을 감사하자 자위하며 그렇게 정신승리하며,악을 쓰고 지금까지 버텨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게 남겨진건, 
치유되지 않는 내적 분노와 인간에 대한 혐오. 그리고 절망입니다.
회사의 구조적 문제와 일의 특성상 주어지는 업무는 인간으로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육체적인 고통은 그나마 견디어 내고 있었지만, 정신이 피폐해져 가고 급기야 내게 찾아든 생각은..
나는 이미 살해 당했고 육신만이 살아 움직여 매일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이 육체의 건강도 정신의 건강도 서서히 다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고, 손발의 마비.불면증.극심한 악몽들. 지워지지 않는 그 기억들..

사람을 대하는 직업입니다.
예. 저는 사람들이 흔히들 철밥통이라고 무능력한것들이 세금만 축낸다고 욕해대는 공채출신 공무원입니다.
다들 공무원은 6시 칼퇴근이라고 오해들 하십니다.
아니요. 그건 극히 일부이거나 혹은 편한 보직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고, 보직이나 지역에 따라 그 업무의 강도는 다양합니다.
8시 이전 출근을 안하면, 게으르고 무능력한  부하. 쓸모없는 인간으로 취급받는것은 다반사이며, 저와 제 동료들의 경우 평균 퇴근 시간은 11시~12시.심할 경우는 2시.
집에 돌아와  씻고 자는것 조차 힘겨운 나날이었습니다.
두세시간 자고 일어나면 또 출근준비. 
주말에도 무조건 하루 정도는 출근을 해야 일이 돌아가는 정도입니다.
선택이 아닙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의 양을 감당해 낼 방법은 없습니다.

밝은 얼굴로 찾아오는 민원인은 열중에 한둘.
평범한 사람들도 관공서만 찾아오면, 경계를 하고 신경을 곤두세우고,자칫 조금의 실수라도 보이면 저희들 말 하나하나 비관적이고 나쁘게 비꼬시고..녹취하고.
그 다음엔 자치단체장, 청와대 민원,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습니다.
저도 국민이고 사람인데, 일부러 나쁘게 말할 생각도 없고, 가끔이라도 따뜻하게 대해 주시는 분들 감사해서라도 늘 잘하려고 애를 쓰지만.
이젠 사람이 무섭습니다.

민원이 일단 접수 되면, 공무원은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질 않더군요. 허위사실로 접수를 해도..저는 저의 무죄를 입증하기 전까지는 유죄자 취급을 받습니다.
한 사건은 8개월에 걸쳐 괴롭히더군요. 
결국 개인번호사 알아보고 강럭대응 하니 멈추더군요.(회사차원의 지원은 없습니다.)
 
야 이 썅년아. 야이 개 좆같이 생긴년아.
너 내가 가만 안둔다.  민원인을 뭘보고!
야 너 내가 누군지 몰라? 민원인이 왔으면 커피라도 타와야 할꺼 아니야?

 
예. 매일 수도 없이 듣고 사는 말입니다.더 심한말..참 입에 담을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루 수십통의 전화를 받지만, 이 일에 사명감을 갖게 하거나 일은 극히 드문케이스 입니다.  또한, 제가 불법사항이 있어 조사를 나가도 위협을 받는일도 많습니다.
그런데 더 기가막힌건
그런 쌍욕하시는 분들 하나같이 말합니다.
국민세금으로 먹고 사는것들이! 어디서 감히!!
한번은 법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제게 주먹질을 한 민원인도 있으셨죠.
법은 내가 바꾼게 아닌데 주먹은 왜 제가 ..
입장 바꿔 공무원이 민원인에게 주먹을 날렸다면 온세상이 발칵 뒤집어졌겠죠. ^^;;
우린 옛날로 치면 그냥 천민집단 같습니다.

 
 저도 세금냅니다.죽어라 일합니다.

또 혹자는 말하죠?
야 니들 초과근무 수당 받고 일하잖아!

공무원 초과수당 월67시간 지급됩니다.
1일 4시간 이상은 인정 못받습니다.
또한 한시간은 자동 차감입니다.
즉 오늘 다섯시간을 일을 하면 5-1=4시간 인정입니다.
12시 1시2시에 퇴근을 해도 4시간 이외에 수당은 없다는 말입니다.
또한 67시간이 오버되면 모든 시간은 그냥 개인의 희생일뿐입니다.
그래도 개인의 책임감으로 다들 묵묵히 일합니다.

 그렇게 혹사 당하면서, 건강은 망가질대로 망가졌습니다.
일하는 시간 화장실가는것도 시간이 모자라 소변 참기 일수이며..병원 가려면 휴가 써야 하는데  하루 비우면 또 얼마나 고생을 해야 하는지 알기에  아파도 참는건 일상입니다.

어느날부터인가 민원인이 와서 갖은 욕설과 모욕을 하고 가면 손발이 마비가 오고, 생리는 멈췄고, 늘 15시간 이상씩 움직임 없이 책상에만 있다보니 허리디스크, 목디스크는 파열이 되었습니다.
병원에선 당신 이러다 죽는다고 하더군요.

내게 남은건 아무것도 없더군요.
마음은 이미 분노와 절망이 가득찼고.
육신은 진통제 없이는 견딜수 없는 나날들.

아..
안식을 찾고 싶다.
이 고통으로 부터 벗어나는건 죽는길 밖엔 없다.

정말 착한 마음으로 살아보려 애썼고.
진심으로 사람을 다했고.
한 인간으로 평범하게 살아보려고 애썼는데

이제 왜 내 마음엔 원망과 분노 혐오만이 남게 되었을까요?

고심끝에 휴직을 하고, 병원 가는 날 이외엔 밖에 나가지 않게 되엇습니다. 혹여 나가더라도 사람 많은 곳들은  피하고 숨어 다니듯 다닙니다.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는데, 선생님 말씀으론 그간의 생활들이 트라우마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갑질하는 공무원이라고 말들하시죠?
그 갑질 한번이라도 해본적 있으면 좀 덜 억울하겠습니다.
갑질을 했다면 저 위에 높으신분들이 했을테죠.
우리갈은 말단들은 그저 여기서 치이고 저기서 치이고, 협박받고 모욕당하고..세상 다른곳에서 당한 설움 저희들에게 와서 푸시는것 같습니다.

우리도..나도 사람인데..나도 국민인데.. 나도 존중받아야 할 인권이 있는건데..날이 갈수록 점점 심해집니다.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망가져만 갑니다.

인간이 무섭습니다.
국민들이 무섭습니다.

그리고 점점 죽어가는 저 자신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친하진 않지만 동료가 업무 스트레스로 자살을 했을때
사람들은 신나서 뒷이야기 떠들어 대고, 할일은 다 하고 갔어야지 욕하는것도 보았습니다.

이것이 ..철밥통이라 비난하고 조롱하는..알려지지 않은 공무원들이 삶입니다. 

또한, 이런 생활에 장시간 노출된 직원들은
옆에 동료가 아파서 실려나가도 관심을 두질 않습니다.
오늘 내게 주어진 일이 더 심각하기에..타인의 고통이나 위기에 도움을 주는 마음을 이미 닫아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럼 그 회사 관두면 될것  아니냐? 하시겠죠.
자존감을 완전히 상실하고 정신적 폭력에 장시간 노출되면. 다른직장을 찾고싶다는 의지가 아니라..
아 그만 쉬고싶다.벗어나고  싶다. 어딜가도 이럴꺼야.라는 생각이외엔 뇌가 사고를 못하더이다.


요즘은 전화벨만 울려도 초인종이 울려도  극심히 놀라고 식은땀이 줄줄 흐로고, 더불어 이유없는 분노가 치솟아 올라옵니다. 사람들과 있으면 호흡이 안돼서 숨쉬가가 힘들고 금방이라도 기절할것 같은 증상이 찾아왔습니다. 수면제에 의존해 잠을 자면 온몸이 다 젖어서 일어납니다.

회사도 쉬고 있는데..꿈에선 여전히 민원인들이 고함소리 욕설, 상사의 질책..무한반복입니다.
쉬어도 쉬는게 아닙니다.

너무 심한 날엔 그냥 다 놓아버리고 안식을 취하고 싶다는 생각도 강해지고..

서로가 서로를 조금씩만 더 이해하고, 배려하고, 돕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는데..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비판적이고 비난하는 사회가 되는것일까요?

서로가 서로를 못잡아 먹어 안달이 난것 같습니다
진절머리가 납니다.

지옥이 있다면
제겐 지금이 그 지옥이 아닐까 합니다.


이젠
눈물도 나지 않습니다.

곀어보지 않으면 함부로 매도하지 마세요.
그리고 한 인간으로 존중해주세요.
누군가의 자식이고 누군가의 가장입니다.
그대들과 같은..


살해 되어 버린 내 영혼은 이제 어디가서 찾아 올수 있을까요?
난 다시 예전처럼 웃으며 살고싶은데..
고장나  버렸어요. 완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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