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33살 여자 35살 3년 반 사귄 커플입니다.
내년 초에 결혼 하려고 예식장도 잡았어요.
그런데 좀 특이하게 저희가 상견례도 아직 안했고
양가 부모님께 인사도 아직 안드렸어요.
서로 결혼 생각이 확실하고 식장도 잡아서
11월 초에 제가 남친네 집에 인사를 드리러 가기로 했고
11월 말에 남친이 저희 집에 인사 드리러 오기로 했어요.
그리고 상견례는 12월에 하기로 했구요.
남친은 사귀기 전부터 서울의 모 대학에 세무학과에 다닌다고 저한테 말했고
직업은 공무원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다 거짓이었습니다.
사실은 경기도 소재의 대학에 전혀 세무와 관련 없는 공과계열 학과 였습니다.
그리고 본인 말로는 공무원..이었던 것은 맞는데
저와 사귀던 도중 너무 업무가 자기와 안 맞고 힘이 들어서
공무원을 그만두고 이직했다고 합니다.
언제였는지는 저도 짐작이 갑니다.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야근이 매일 같이 있었고...
주말에도 출근에 어린이날, 석탄일 꼈던 황금연휴에도 출근을 했었습니다.
그 때 너무 힘들어서 그만뒀었다고 하네요.
그 시기가 무려 2년 전입니다.
사귀기도 전부터 학력을 속이고
2년 동안 직장을 속였습니다.
그 동안 직장 속이느라고 저에게 거짓말 참 많이도 했더군요.
공공기관인 회사 근처로 간다고 하고 거기서 만나면...
그리로 헐레벌떡 왔었던거였고........
최근에 자질구레한 거짓말을 들켰었습니다.
하나는 사소하게 온라인 쇼핑몰에서 뭐 좀 사놔달라고 했는데
본인이 실수로 결제할 카드 정보를 잘못 입력해서 결제가 안되어 구매가 안됐었는데
저한테는 분명 구매 했는데 택배가 분실 됐다고 뻥쳤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현역 갔다 온 행세를 엄청 냈는데
사실 군대도 공익 다녀온거였습니다.
이 두 가지 일이 최근에 터져서 제가 거짓말에 매우 민감해져 있었습니다.
절대 다시는 거짓말 하지 말라고
또 한번만 거짓말 하면 그 때는 정말 헤어질거라고 신신당부 하며
혹시 다른건 또 숨기거나 속인거 없냐며 물어봤습니다.
학교도 나한테 말한 그 학교 그 학과 나온거 맞냐
직장도 내게 말한 그 직장 잘 다니고 있는거 맞냐
고도 물어봤더니
그렇다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그래서 믿고
아까 밤에
내일 출근해서 사원증(공무원증) 사진 찍어 보여주고
학교 홈페이지 로그인 해서 캡쳐 해서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속인게 아니면 오히려 보란 듯이 척 보여줄 줄 알았습니다.
분명 맞으니까 사람 의심 그만 하라며 보여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뭐 너는 계속 사람을 의심 하네 어쩌네 이런 상태로는 나는 못견디네 어쩌네 하면서
우린 너무 멀리 온 것 같다며 헤어지자고 하는겁니다.
이게 더 이상해서
계속 캐물어보니
학교는 사귀기도 전부터 그냥 허세로 다른 학교를 말했던 것이고
공무원은 너무 적성에 안 맞아서 2년 전에 때려치고 이직했다고 하네요.
도대체 이 큰것들을 언제까지 속일 생각이었냐고 하니까
자기도 모르겠대요.
그냥 겉잡을 수 없이 커졌대요.
나는 우리 부모님한테 이미 남친 직업이랑 출신 학교 다 말한지도 옛날인데.
도대체 언제 사실대로 실토 할 생각이었냐고 하니까
모르겠대요.
그냥 처음부터 잘못 시작 됐는데
들키고 용서 못 받는게 무서웠대요.
지금 다니는 직장은 네이버나 구글 치면 나오지도 않는 아주 작은 하청회사예요.
공무원 벌이도 시원찮지만 지금은 더 적어요.
사실 그런건 아무래도 괜찮아요
회사나 연봉 보고 사람 만난거 아니니까요.
저는 얘가 다리를 하나 잃고 와도 내가 먹여살리려고 했어요.
속이지 않고 배신하지 않는다면요.
그냥 속이지 않고 솔직하게 말해주기만을 바란건데.
학력이 좀 별로면 어떤가요 저는 학력이 좀 좋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저도 모잘라고 무식해요.
솔직하면 그걸로 됐는데.
공무원 때려친건 솔직히 넘 아깝단 생각이 들지만 공무원 아니면 어때요
공무원 일이 너무 힘들었었으면 저한테 너무 힘들다 이직 하고 싶다 같이 상의 했으면 좋았을걸....
그럼 걔 행복 우선으로 나는 이직 하라고 응원 해줄 수 있었을텐데...
이것들을 숨기느라.. 그동안 한 거짓말들이 도대체 몇개인지 셀 수도 없네요..........
나 혼자만 속은것도 아니고 우리 부모님도 내 친구들도 전부 ...
지금 본인은 잘못했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 너무 좋아하고 얘 없으면 못살 것 같아서
용서 하고 싶은데 용서 하면 안될 거 같아요.
모르겠어요 어떡해야 할지.
저는 서른다섯에 경력도 시원찮고 (현재 실업급여 받고 일을 쉬고 있어요.)
재취직을 해도 벌이는 정말 적어요.
그 학벌에 그 페이 받고 일하냐고 할 정도로 페이가 적은 분야입니다.
그리고 못생겼고 뚱뚱해요.
이런 저도 썩 괜찮은 사람이고 장점이 있는 사람이라고 저는 스스로 생각하지만
낼모레면 서른여섯인데
이제와서 진실된 새 사랑 만날 자신도 없고 만날 수도 없을 것 같아요.
웬만큼 자존감은 있지만 그 정도 자존감은 없는 것 같아요.
비혼도 아니고 독신도 아니예요
결혼해서 신혼 생활도 하고 싶고 언젠가는 한 명이라도 아이도 갖고 싶은 생각 있고 그래요.
차분하고 싶은데 차분하기가 힘드네요.
출근을 안하고 있어서.... 소소한 부업으로 하는 작업들이 여러건 쌓였는데
일이 손에 하나도 안잡혀요.
다른 것도 아니고 이런 큰 것들을
여태 속았단게...
스스로가 너무 바보 같고 창피해서 절친들한테도 이 소식을 아직 말 못해주고 있어요.
너무 좋아해서 얘 없으면 못살 것 같은데
용서 하면 안될 상황인 거 같아요.
용서 하면 안될 사람인 거 같아요.
만에 하나 내가 용서 한다고 쳐도
우리 부모님의 마음을 녹일 자신도 없습니다.
예식장은 다행히(?) 아직 100% 환불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