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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readers_176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맥콜같은인간
추천 : 0
조회수 : 23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2/13 00:52:03
 
 
2087년 4월 22일 오후 2시 29분 한반도 신의주
 
 
 
 
 
 
지구연합군의 대외계생명체 결전병기 '신립'이 적진을 휘젓고 있었다. 자기장으로 수성외계인의 무기는 물론
정신교감체계까지 완전히 무력화시켜버리며 그야말로 푸른 피의 난장판을 만든다. 지구연합군 소속 한국군 72 기갑사단의
제식장비인 '신립'은 'RSF18 공중부양전투로봇' 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양산형 로봇이다. 양산형이라고는 하지만 건조시간이
오래걸리는데다가, 수성외계인의 파상공격으로 인해 한국군 관할전선인 한반도 남단의 울산에서 부품을 생산하고 다시 그 부품을
조각으로 나눠 심해와 야간운반을 통해 포항-대전-평택-서울-개성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이동한 뒤 신의주의 지하벙커에서
수백명의 노동자들이 수천명의 다국적군에게 엄호받으며 만들어진 거대로봇이였다. 애시당초 생산 자체가 무리라며 금전문제와
국제 이해관계가 얽혀 연합군 본부에서도 전세계에 단 일곱대밖에 없는 전투로봇의 숫자를 더 늘리지 않겠다고 했지만 러시아군
극동방면지상군이 수성외계인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연길주에서 중국군 22기갑사령부와 함께 패퇴하며 연합군 작전회의에서
병력충원문제를 거론한 뒤 공식 해체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당장 태평양의 제해권을 지켜야 했던 연합군 사령부가 전투로봇의 생산 지원
라이센스를 한국에 부여한 것이였다.
 
 
 
 
- 관제센터 나와라 오바. 현시간부로 깡패가 양아치들을 믹서기에 갈아버리고 있다는 보고!
전선 상황 매우 양호하다! 반복한다! 현시간부로 깡패가 양아치들을 믹서기에 갈아버리고 있다! 전기톱으로 시원하게 갈아버리고 있다!
 
 
한국군 7군단 사령부 소속 직할 관측중대의 중대장 이기범은 한껏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본래는 통신을 담당하는 하사가 이야기했어야 했지만
3개 중기갑사단을 투입해도 뚫지 못했던 압록강 전선이, 거대한 전투로봇의 등장으로 모두 정리되고 있었다. 때문에 신이 오를 대로 오른 이기범
대위가 직접 관제센터에 무전을 친 것이다. 깡패는 신립을 지칭하는 암호였고
양아치들은 수성외계인들을 지칭하는 암호였다. 이기범대위는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9회말 투아웃 상황에서 구원타자가 등장해 주자만루를 만들어놓은 일등공신인데, 깡패라니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옆동네에서 이름붙인 '건담' 보다는 낫지 뭘'
 
 
 
이기범대위는 담배를 물어 불을 당겼다. 항구는 원래 금연구역이였지만 전쟁통에 항구고 뭐고 바다와 땅만 구분되는 시점에 그따위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훅 하고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관제센터에서 곧 답신이 왔다.
 
 
- 치직, 보고 받았음. 현시간부로 '깡패'는 깡통천사들이 엄호한다. 눈까리들 철수하라는 통보 이상 치직 -
 
 
"깡통천사? 야! 깡통천사가 뭐냐?!"
 
 
신이 나서 한껏 들뜬 이기범대위가 통신장비를 정리하고 있던 한 병사에게 물었다. 온몸에 덕지덕지 전자장비를 두른 그 상병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공중강습기갑부대요"
 
 
"뭐?! 내가 아는 그거?...걔들이 어떻게 여길...?"
 
 
이기범대위가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그 상병이 하늘위를 가리켰다. 이기범대위가 하늘을 쳐다봤다. 거대한 날개식 낙하산에 제 몸을
맡긴 채 급강하하는 수십대의 펄스건과 레일건 장비로 무장한 전차와 장갑차들이 눈에 띄었다. 이기범대위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연변과 블라디보스톡을 잇는 전선이 모두 함락된 이 시점에 어떻게 공중지원이 가능했는지 궁금했지만 부대가 알아야 할 상황은 아니였기에
들은 정보가 없었다.
 
 
"전선교착상태는 아니라는거죠. 잘됐네요! 이제 저 깡패새끼가 삥뜯도록 놔두고 똘마니들이 쟤를 보호해줄테니, 
우리는 빨리 철수하라는 대대지통실 명령입니다. 돌아가면 잠좀 주무시고요."
 
 
한국군의 악폐습은 대부분 사라졌다. 작전중의 실책이나 경계중의 문제, 훈련시의 기강해이만 아니라면 무조건 다나까를 쓸 이유도 없었고
상급자에 대한 무리한 떠받들기식 군기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병사와 장교의 관계도 직장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같이 변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문제가 군대의 전투력을 저하시킨다며 강력하게 군대문화의 부활을 주장했지만 오히려 편한관계에서의 훈련 및 전투가
성과를 올려준다는 것이 입증되자 이런 주장들은 곧 비웃음을 받았다.
 
 
 
 
"야. 근데 만약에 쟤가 무너지면 어떻게 되는거냐?"
 
 
 
 
"뭐... 무너진다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쟤가 무너지면 일단 우리나라 북부전선은 거의 괴멸이라고 봐도 되고요.
저-으기 현해탄 건너 일본애들 '건담'이 출동하겠죠?"
 
 
"난 우주세기건담이 좋던데. 흠흠. 농담이다. 내가 물어본 건 작전계획이 아니야. 그정도는 내가 너보다 더 잘 알지."
 
 
"그럼 무슨 이야기입니까? 무너진다는건?"
 
 
"아니, 실제로 무너지면 쟤 만든 비용청구가 의미없으니까 고철값이라도 제대로 나왔으면 좋겠어서."
 
 
 
 
이기범대위의 실없는 발언에 상병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나머지 장비를 챙겼다.
 
 
꽈웅! 하는 거대한 소리가 들리며 수성외계인의 거대병기가 부자연스럽게 쓰러졌다. 굉음에 놀라 몸을 웅크린 부대원들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굉음이 난 곳을 보자, 푸른빛으로 불타는 수성외계인의 거대병기를 뒤로하고 신립이 어디론가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
 
 
멀리 여기저기서 다른 부대 생존자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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