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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게시물ID : humordata_17611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냥노동자
추천 : 5
조회수 : 150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7/13 07:20:39
 
나도 열네살때는 병신이였어요.
하지만 그때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방구석에서만 은밀히 병신같을 수 있었죠.
- 윌 스미스 -
 
 
 
우리는 때로 우리도 알 수 없는 병신짓을 하고 산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상에 말하지 못하는,
범죄는 아니나 그러면 안되는 일을 해 놓고도 '그땐 왜 그랬지?' 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가령, 담배를 사려고 했지만 오백원이 모자라 소주 빈병
다섯개를 마카오 카지노 칩마냥 들고 사천원과 함께 내며 '마일드세븐 팩 하나 주세요' 라고
말했다가 거지취급을 받은 경우등이 해당되겠다.
애초에 병 다섯개를 오백원으로 바꾸고 사천오백원을 내면 되는 일인데 말이다.
 
 
 
 
 
 
 
물론 내 이야기는 아니다.
 
 
 
아무튼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병신짓을 할 수 있고
그것은 누구나 원치 않는 일이므로 순간의 실수라고 믿고 싶지만
온라인에서 만난 이들은 돌이킬 수 없는 병신짓과 함께 부모님의 안부를 묻는
효자들이 많아 몇 가지의 재미있었던, 순간을 영원처럼 빡칠 것 같았던 사례들을 남겨보고자 한다.
오늘은 첫번째 이야기.
 
 
 
 
간만에 오늘의 이야기는 온라인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첫번째.
부정기 연재 시리즈물이 될 것이지만 반응이 좋을때의 이야기다.
 
 
 
 
요새 짬나는 시간에 스타크래프트 2 협동전모드 라는 것을 즐긴다.
그게 뭐냐면, 스타경기처럼 1:1로 사람끼리 쥐어뜯고 싸우는게 아니라 개성을 가진
유닛들을 조작해 다른사람과 협동하여 컴퓨터를 쥐어패는 뭐 그런식의 게임이다.
언뜻 공통의 적이 있다는 개념만 놓고 보면 분쟁의 요소는 없을 것 같지만 난이도가 상당히
괴랄하다. 해서 한사람이 제대로 역할을 못하면 저그나 테란이 아니라 같은편과 우주전쟁을 벌이게 된다.
(ex 팀킬)
 
 
아무튼 매칭 도중 나는 '혁명가전장군'이라는 닉네임의 유저를 만났고, 게임 시작과 동시에 인사를 했다.
물론 닉네임만 보고도 머리가 아파왔지만 사람을 닉네임으로만 판단한다면 세상이 얼마나 각박할까.
 
나 : 안녕하세요.
 
그놈 : 예.
 
나는 그놈을 거기서부터 알아차려야 했다.
보통 안녕하세요. 하면 그쪽에서도 안녕하세요. 라고 해야 보통이다. 그런데 안녕하세요. 라는 말에
예 라고 대답하는 그놈은 범상치 않은 인격의 소유자라는 것이... 나에겐... 조금...
아무튼 초반 임무타이밍이 좀 늦은 상황이였는데 큰 문제는 아니여서 다들 그러려니 하는 일인데
그놈이 갑자기 꾸짖을 갈을 외치며 나에게 말했다.
 
그놈 : 이 ㅆ발 ㅇ미뒤진 미니맵 쳐 안보냐?
 
하지만 이런종류의 욕은 흔하지. 물론 이 상황이 흔한 상황은 아니지만.
 
나 : 왜 그러세요.
 
그놈 : 미니맵 쳐보라고 똘ㅊ 문재앙같은 ㅁ생이 뒤진년
 
...확실히 이야기하지만 내가 그정도 욕을 들을 만한 행동은 분명히 하지 않았다.
...음 그리고 현 대통령같은 사람이라면 그사람은 날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 아닐까.
하지만 그정도쯤 욕을 먹으니 도발은 좀 하고싶어졌다. 나는 이제부터 욕을 한마디도 안하고
저놈을 잡을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게임은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나 : 진정해요. 아침은 먹었어요? 하시는 일은 좀 잘 돼요?
 
그놈 : 뭐래 ㅆ발새끼 느금 매생이 뒤진년아 미니맵쳐보라고
 
나 : 욕 안하면 죽는병에 걸리신 것 같은데 병원좀 가보세요. 좀 씻으시고, 사람도 만나고 그래요.
 
그놈 : 응 미니맵도 쳐안보는 매생이 깨시민 쿨병 오졌고요
 
나 : 제가 쿨병이 있는게 아니라 그쪽이 대단한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것 같은데, 보통 이런식으로
사람한테 욕을 하고 그러지는 않아요.
 
나 : 그리고 욕을 안하고 이성적으로 말하는게 깨시민이면 그쪽은 얼마나 비상식적인 세상에서
살고 계신거에요?
 
그놈 :
 
확실히 기억나지만 쓰지 않겠다. 하지만 이건 내가 고소를 해서 사이버모욕죄로 줄 수 있는
최대한의 형집행과 때에 따라서는 협박죄 등등의 혐의까지 추가할 수 있는 내용정도라는 것만 말하겠다.
물론 그런 상황까지 갔다면 나는 어떠한 선처도 해 줄 생각이 없었다.
대충 말하자면 우리어머니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지금껏 몸을 팔고 다녔던 사람이 되어 있었다는것과
지금도 산을 뛰어오르는 우리 아버지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발목이 잘려 구걸을 하러 다니는 신세였던 것이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내가 지금부터 찾아가 그렇게 만들어버리겠다 라는 뭐 그런 내용이였다.
 
나도 사람이기에 화가 났기에,
 
나 : 가령 제가 너네엄마 최소 타노스라고 하면 기분좋아요?
 
라고 말해버렸고, 그놈은 모욕죄로 나를 경찰서에 고소하겠다는 말과 함께 나간 뒤
친구추가까지 걸어 그 미친 욕을 수십줄이나 쏟아낸 뒤에야 차단과 함께 내 기억속에서 사라졌다.
...그럼 지금까지 님이 나한테 한 말은요...?
나는 공포에 질렸기에 떨리는 손으로 신고버튼을 눌렀고 그놈은 그렇게 오후의 간식 피자빵과 함께
기억속에서 사라졌다.
 
 
 
 
 
 
+ 여담
 
확실히 저번주까지는, 진지하게 고소를 고민했으나 진짜로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작금에 이르러 그것보다 더 한 문제들이 많은 나날들을 보내고 있기에 포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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