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신입생되는 고등학생들이 입학 예정인 학교 근처 자취방을 알아보려고 제가 사는 원룸을 찾아오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제가 이 원룸에서 3년 넘
게 지내서 주인 아저씨, 아주머니와도 잘 알아서인지 아주머니께서 저에게 전화로 방을 보여주어도 괜찮은지 물어보시고 저도 딱히 거부할 이유가 없어서 괜찮다고 했습니다.
특히 저녁 때 학생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아주머니께서 제 방을 보여주느라 제가 밥을 먹다가 급하게 치우거나 널브러진 옷들을 급하게 정리하는 일이 최근에 많았습니다. 물론 제가 수락을 한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학생들이 방을 보는데 1분도 안 걸려서 상관 없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저녁에 아주머니께서 찾아오시더니 자꾸 귀찮게 해서 미안하다며 비타500 1병과 과일 2개를 주셨습니다.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받았는데 어제 저녁에 아주머니께서 오시더니 또 미안하다고 하시며 치킨 한 마리를 주신겁니다. 불시에 방을 보여주는 것을 허락하는 것 치고 받기에 조금 거창한 거 같아서 사양했지만 아주머니께서 방 구경을 허락한 다른 세입자들에게도 치킨을 주셨다며 받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거듭 감사 인사를 드리고 받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제 방에 놀러온 친구들 중 한 명이 어제 먹고 남은 치킨을 보고 왠 거냐고 물어봐서 대답해 줬더니 그런 식으로 답례를 받는 것은 불법 아니냐며 함부로 받으면 위험하다고 했습니다. 제가 개소리(?) 하지 말라고 하며 웃어 넘겼는데 친구가 진지한 얼굴로 먹을 것이든 물건이든 중요한 일도 아닌 것 가지고 함부로 사례를 주고 받으면 나중에 큰일 날수 있다며 치킨을 뇌물로 둔갑시켰습니다. 제가 혹시 김영란법을 말하는 것인지 물어보자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괜히 무엇을 함부로 주고 받으면 나중에 문제가 생긴다고 하며 다음부터는 함부로 사례를 받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고는 일단 받은 건 먹자며 다 식은 치킨을 집어 먹었습니다.
아무튼 친구의 말을 듣는 순간 저도 괜히 받았나 싶은데 제가 혹시 치킨을 받은 것은 잘못한 일일까요? 저는 그냥 아주머니의 호의를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