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과 상황' 2002년 9월호에 실렸던 유시민 의원 인터뷰 내용 - 이것 때문에 한나라당과 기독교계의 반발을 사서 보건복지부 장관 못할뻔 했음. 지금 새삼 이말이 구구절절 맞다는 생각이 강하게 듬.>
<본문>
기자(지유철) - 한국 기독교에 평소 어떤 생각을 하는가.
유시민 - 우리 기독교라? 예수님이 하지 말라는 것 골라가면서 다 한다. 기도는 골방에서 하라고 했는데 통성기도 하고, 왼손이 하는 일 오른 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는데 드러내 놓고 자선행위를 한다. 외식하지 말라고 했는데 성전 엄청 크게 때려 짓는다. 얼마나 많은 교회의 설교들이 대중을 무지와 미몽 속에 묶어 놓는가.
징역 살면서 조 아무개 목사의 설교를 열성 신자가 틀어주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들었다. 들어보니 미국이 어떻게 불황을 극복했는지를 이야기하는 데 전부 거짓말이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엉터리로 이야기하더라. 그런 헛된 선전을 어마어마하게 해 댄다. 대한민국에 교회가 많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나는 생각한다. 아무 종교도 없지만 감옥에서 성경은 많이 읽었다. 정말 한국 교회는 어쩌면 이렇게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가면서 할 수가 있는가.
그런 점에서 나는 기본적으로 종교 기관을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정신적 안정, 그것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이든 단기간에 사람을 마취시키는 것이든 그걸 주는 대가로 헌금을 받는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도덕은 지키고 하자. 지금 한국 교회가 하는 것을 보면 이것은 거의 절망적이다. 내가 사는 일산에 교회 엄청 많은 데 밤에 네온사인 켜져 있는 것을 보면 엄청 무섭다. 끔찍하다.
기자 - 독실한 크리스천인 한완상 전 부총리도 예수가 한국에 오면 일요일에 교회안 갈 것이라고 했다.
유시민 - 왜 교회는 사람들을 어린애로 만드는가. 나는 교회가 무섭다. 종교는 무섭지 않은 데 한국 교회는 무섭다. 겁이 난다. (침묵) 오늘의 대한민국 사회와 가장 닮은 데가 한국 교회다. 총체적 부패, 총제적인 불투명성, 총체적인 권위주의, 총체적인 무비판, 이런 게 다 집약되어 있는 게 한국 교회다. 나는 교회를 다녀보진 않았지만 곁눈질로 구경은 해 보았다.
기자 - 부끄럽다, 할 말이 없다.
유시민 - 교회가 그렇다는 것이지 신도들 개개인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기독교인이라면 교회 안 나가고 그냥 혼자 신앙을 지키거나 아니면 정말 바른 신앙, 이 표현도 문제지만, 그런 신앙을 가진 사람들과 조그마한 교회를 이루지 큰 교회는 안 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