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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 신문사 사설 비교
게시물ID : sisa_1764짧은주소 복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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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 6
조회수 : 345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04/03/14 21:48:46
탄핵정국, 신문사 사설 비교 by 진중권 신문의 사설이야 원래 어느 정도 당파성을 드러내도 되는 공간입니다. 하지만 그 당파성의 표출도 적절한 근거를 갖추어야 하는 겁니다. 신문은 정당의 기관지가 아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탄핵 사태에 관한 각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보기로 하지요. 그 전에 먼저 언론에서 흔히 써먹는 장난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지요. 신문 지면 위에서 대개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데에는 몇 가지 방식이 있지요. 대표적인 것은 유리한 사안은 언급하고 불리한 사안에는 침묵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반드시 언급해야 할 두 가지 측면 중에서 자기한테 유리한 하나만 언급하고, 다른 하나에 대해서는 그냥 입을 씻어버리는 거죠. 다른 하나는 소위 양비론입니다. 여기서는 유리한 측면, 불리한 측면 모두가 언급이 됩니다. 양비론의 문제는 대개 "둘 다 잘못했다"고 말하는 데에 있는 게 아니라(실제로 그 놈이 그놈인 경우가 있으므로), 엉터리 계산 즉 즉 큰 잘못과 작은 잘못을 서로 맞바꾸는 거저 먹기에 있지요. 이런 관점에서 각 신문사설을 봅시다. 조선일보 먼저 조선일보는 탄핵정국에서 연이틀 노무현을 공격하는 사설을 올렸습니다. "여당 안 찍으면 대통령 안 하겠다는 건가", "사과도 표결도 거부한 대통령"이라며, 탄핵을 부추겼습니다. 탄핵이 가결되자, 슬쩍 양비론으로 돌아섭니다. "노 대통령 못지않게, 어떤 의미로는 그보다 더한 책임감을 느껴야 할 대상자는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킨 야권이다." 하지만 여기서 공격의 촛점은 여전히 대통령에게 놓여 있습니다. 중앙일보 중앙일보를 봅시다. 여기서는 아예 야당에서 탄핵을 추진한 것이 과연 정당했는지에 대한 지적은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이미 벌어진 상황을 기정사실화하는 데에 급급합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합당한 절차에 따른 합법적인 결정이다. 국회의원 3분의 2의 판단으로 결정된 이번 사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국회 표결 과정에서 박관용 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것은 불가피했다고 본다." 조선일보가 뺀질이라면 중앙일보는 뻔뻔하다고 할 수 있지요.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원래 개념이 없지요. 회장님처럼 사설도 늘 술에 취해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노 대통령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인 측면을 간과하기 어렵다. 좀 더 마음을 열었더라면 극한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 자신의 ‘소신’을 앞세웠던 대통령의 편협한 리더십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의 잘못을 비호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그 잘못을 노무현에게 돌리고 있네요. 이건 도착증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문화일보 문화일보는 이번 탄핵의 책임을 대통령에게 돌리고, 사태를 기정사실화하는 데에 주력합니다. 심지어 방송매체에 보도의 냉정함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며, 탄핵으로 불어올 후폭풍까지 차단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이고 있네요. "가장 걱정되는 것은 국민이 ‘친노 대 반노’로 양극화돼 감정적 격돌을 벌일 조짐을 보이는 현상이다. (...) TV방송들의 보도태도가 시청자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도 걱정스럽다. 시청자가 흥분에서 벗어나 냉철한 대안을 찾도록 유도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징그럽게 정치적이죠? 한국일보 황당한 것은 한국일보 사설입니다. 거의 동아일보 수준의 사설을 올렸네요. "거듭 말하지만 이번 사태는 노 대통령의 자업자득이다. 노 대통령은 중앙선관위의 선거법위반 논란에 대한 국민의 사과요구를 끝내 거부했다.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큰 극한 상황에서 국민들은 노 대통령이 한발 양보해 파국만은 막아주길 바랐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런 기대를 외면하고 오기에 다름아닌 정면승부를 택했다." 조중동이 한나라당 버전이라면, 한국일보는 어쩐지 민주당 냄새가 납니다. 한겨레신문 한겨레는 역시 여당지입니다. 앞의 신문사들과 정반대의 편향을 보이고 있지요. 대통령에 대한 책임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고, 거의 격문에 가까운 사설로 국민 총동원령을 내리고 있습니다. "짓밟힌 민주주의를 국민들이 나서서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온몸으로 민주화를 지켜온 국민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의회 쿠데타를 감행한 낡은 세력들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읽어 보면 거의 총학생회장 출사표 같습니다. 여기에는 이번 탄핵사태를 노무현이 방조한 속셈 및 책임에 관한 언급은 없습니다. 대한매일 대한매일은 양비론으로 기계적 중립을 지키고 있네요. "이같은 헌정위기는 무엇보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그것이 국가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무한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아울러 의회권력의 힘과 영향력 그 폐해에 대해서도 심각히 고려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고 본다.그러나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탄핵 결정은 법치 차원에서 존중돼야 한다." 이건 안 쓰니만 못한 사설입니다. 경향신문 제가 보기에 가장 객관적이고 균형잡히고 이성적인 사실은 경향신문의 것입니다. 일단 이번 책임의 소재가 탄핵을 추진한 야당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고 이를 질타합니다. "누가 ‘구국의 결단’이라고 했나. 누가 ‘의회 민주주의 승리’라고 했나. 누가 ‘정의로운 힘’의 승리라고 했나. (...) 당신들은 나라를 구했고, 국민들은 나라를 잃었다. 당신들은 의회를 살렸고, 국민들은 의회를 잃었다. 당신들은 정의를 얻고, 국민들은 정의를 잃었다." 동시에 이번 사태를 방조한 여권에 대한 비판의 시각도 놓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야당에 대한 불신이 곧 노무현정부에 대한 신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국민들의 분노와 저항이 지지를 상승시키고 결국 선거도 유리해졌다고 믿을 것이다. 총선에 유리한 환경을 위해 여야대결을 원했고, 그 대결상태를 조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탄핵소추를 피하지 않은 이가 노대통령이었다." "노대통령 주재의 국무위원 간담회에서는 일부 국무위원이 대통령에게 공연이나 영화를 보러 다니라며 농담까지 하며 희희낙락했다"며, 탄핵정국을 은근히 즐기는 여당과 대통령을 비판하며,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입니다. "국민들은 아직 그런 농담을 들을 기분이 아니다. 표계산으로 기분이 좋아졌는지 모르지만, 국민의 기분은 여전히 더럽다." 아주 정확한 지적입니다. 다만 그 더러운 기분이 아직은 소수의 기분이고, 대다수의 시민들은 아마 총선이 끝난 다음에야 느끼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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