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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제게는 절름발이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게시물ID : humorbest_1764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샤이캣☆
추천 : 74
조회수 : 1246회
댓글수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7/09/07 17:21:43
원본글 작성시간 : 2007/09/07 12:42:20
제게는 절름발이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그 걷는 모습이.. 늘 기우뚱거리는 게... 멀리서 보면, 항상 어깨를 흔들며... 즐겁게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는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제가 자주 봉사활동을 다니는 고아원에서... 저는 그녀를 처음 만났습니다... 새로 온 자원 활동가라며, 고아원 원장님께서 소개시켜주셨고, 저희는 어설픈 눈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얼굴의 빈 곳 없는 여드름까지...그녀의 첫 인상에 전... 한순간 눈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 순수한 사람이었습니다.. 세상을 혼자서만 맑게 볼 수 있는 사람이었고... 항상 곁에 있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고, 배려해 줄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처음과는 달리 저는 그런 그녀가 싫지 않았습니다... 아니, 전 그런 그녀가 점차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전 그녀의 웃는 모습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봉사활동하면서 아이들을 향해 흘리는 그녀의 웃음을 볼때면, 전 마치 하늘에서 내려운 천사를 보는 듯 합니다... 하루는, 고아원에서 한 아이가 그녀를 보고 물었습니다.. 누나는 왜 다리를 절룩거려? 전 그 아이의 말에 크게 당황했습니다... 혹 그 아이의 말에 그녀가 상처를 입을까... 하지만 그녀는 살폿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더군요... 누나는 어릴 때 나쁜 짓을 많이 해서,하늘에서 벌을 준거야.. 그러니까 너는 누나처럼 나쁜 짓 하지 말고, 착하게 커야 한다... 그런 그녀였습니다... 그녀는 비록 몸이 불편하긴 했지만, 그 어떤 정상인들보다도 더 정상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안개꽃을 참 좋아했습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작고 하이얀 안개꽃을 보면, 마음이 맑아 진다고 합니다... 왜인지...안개꽃이 그녀와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는, 제가 그녀를 집에까지 바래다 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집을 향하는 골목길에서,불량배 두 명이.... 그녀와 저의 모습을 보고... 저런 병신하고 사귀는 새끼도 있네 라는 말을 하고는.. 지들끼리 '히히덕' 거린적이 있었습니다... 전 순간 불같은 화가 솟구쳤지만... 억지로 끄는 그녀의 손에 이끌려 그냥 그들을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그녀의 집 앞에서, 그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작별 인사를 하고는 집으로 들어갔지만... 저는 그 불량배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습니다... 전 곧장 그 불량배들을 찾아내서, 그녀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지만, 그들에게는 씨알도 먹히질 않았습니다... 결국 그들과 전 싸움에 이르렀고.... 전 그날 숨 쉴틈 없이.. 그들에게 흠신 두들겨 맞았습니다... 전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가 싸움을 못 하는 것에 대해... 원망해보았습니다... 그때는 제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 했지만... 그녀와 제가 스스럼없이 대할만한 시간이 흐른... 어느 날....... 그녀가 저에게 부탁할 일이 있다며, 어렵게 말을 꺼낸 적이 있었습니다... 그녀가 너무나 싫어하는 사람이, 그녀에게 결혼을 요구한다며... 저에게 하루만 그 사람 앞에서.. 애인 행사를 해 달라고 부탁 해 왔습니다... 다음날...전 말숙한 정장 차림으로 그녀와 함께... 그녀에게 결혼을 요구했다는 그 남자를.. 작은 커피샾에서 대면하게 되었습니다... 저란 존재에 그 남자는 많이 당황해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모든 걸 체념한 사람처럼.... 아무 말 없이... 그 자리를 떠나갔습니다.... 그녀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전.... 아무 말 없이, 쓸쓸한 표정을 짓는 그녀를 보며 알 수 있었습니다... 그녀 역시도 그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그녀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동네 오빠라고 합니다... 어릴 때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못쓰게 된 그녀에게, 그는 유일한 친구였다고 합니다. 또래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아왔던 그녀에게... 그는 늘 백마 탄 왕자처럼 그녀를 보호해 주었고... 그런 그가..얼마전 그녀에게 청혼을 해 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대학 석사과정까지 밟고 있는 그에게, 더 이상 짐이 될 수는 없다며...제게 그런 부탁을 했었답니다... 훗날..전 그 남자의 이름이'성 청심(맑은 마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왜 안개꽃(안개꽃이 꽃말은 '맑은 마음'입니다)을 좋아하는 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전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그녀는 외모가 예쁜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정상적인 사람도 아닙니다.... 하지만... 전 그녀를.... 그런 그녀를........... 오랜 고민 끝에... 몇일 후.... 전... 그 남자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전... 저를 보고 적잖이 당황해하는 그에게.... 이 한마디를 던져 주었습니다... "그녀는 여전히 안개 꽃을 좋아한다고.... 한순간....그 남자의 얼굴이 환해지는 것이..제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전.... 그 남자를 뒤로 한채... 걸음을 옮겼습니다... 이제 그녀는 행복해질 겁니다... 그녀에게 그 남자는 정말로 필요한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그 남자 역시도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니까요... 저는 제 행동이 얼마나 옳은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그녀는 행복해 질테니까요.... 하지만, 이 씁쓸한 기분..... 밀려오는 답답한 가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갑자기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제 머리를 가득 채워옵니다.... 점차 어두워지는 석양속에서... 전 속으로 외쳤습니다.... 그녀는 못 생겼다...그녀는 절름발이다... 나는 그런 그녀를 결코 사랑하지 않았다....라고... 제게는 절름발이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그 걷는 모습이.. 늘 기우뚱거리는 게... 멀리서 보면, 항상 어깨를 흔들며... 즐겁게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는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 버린... 제게는 너무나 소중한 친구가 있습니다.... -몇 일 전에 태어난 수민이와 수민이 부모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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