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엎고 산을 깎고 언덕을 다림질하고 늪을 메우고...... 그러는 과정에서 행여나 옛 조상의 유적이 발견된 적도 있었고, 천해절경의 자연 유산도 있었고, 지방 토착민에게 있어서 추억과 의미가 서려온 넝마 얽힌 고목도 있었었다.
어느 한번이라도, 과거에서 내려온 그런 의미있고 상징적인 것들이 소중하게 취급 받아온 적이 있나?
청계천 공사를 하며 발굴된 유물들이 지금 공사자재처럼 어느 석공소에서 비 맞아가며 방치되어가고 있다는 걸 아는가? 4대강 공사한다 하며 잔인무도하게 유린된 강변과 그 강변에 널렸던 초목들과 생태계를 기억하나? 산을 깎아 길을 낸다하며 옛 산성의 돌벽이 어떻게 산산조각 나고 버려졌는지 혹시나 들어본적이라도 있는가?
이 나라 대한민국처럼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것과 자연에게 받은 선물을 쓰래기 취급하는 나라가 없다.
당장 주판알을 튀기고 스탑워치를 눌러가며 뒤집어 엎고 갈아엎고 박살을 내놓은 뒤에 아스팔트로 덮고 콘크리트를 부울 생각만 할 뿐이다.
정신적, 상징적인 형이상학적 가치를 가진 것들에 대해 이렇게 천박한 자본주의적 가치관으로 대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다. 이 사실을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이런 가치관은 옛 성터의 돌벽를 그 역사적 가치는 철저히 배재한 체 그냥 흔해빠진 돌쪼가리 취급하게 한다. 구렁비 바위를 그저 한낱 흔해빠진 돌바위중 하나로 만들어버린다.
그런 논리로 사람에 대한 값어치 역시 인권이라는 상징적 값어치는 철저히 배재하고 그저 흔해빠진 단백질 덩어리로 만들어버린다.
용산참사가 어떻게 생겼겠나? 위정자들이 인간을 인간으로 생각했으면 결코 생길 수 없는 그런 비극이었다. 손익계산에 걸리적 거리는 그저 단백질 덩어리였으니 그런 취급을 할 수 있었던 거겠지.
재개발지역의 빈민들이 식사를 하는 그 와중에 용역깡패들을 투입시켜 개난장판을 만들고 불도저로 헐어버릴 수 있었던 거지. 인간으로 보지를 않으니.
지금 안보 안보 하는데, 그 잘난 안보가 뻑하면 한국은 북한과 대치중인 분단국가다! 라는 북풍에서 한발짝도 더 나아가지 않은, 전형적인 수꼴들의 논리라는 걸 잘 안다.
그렇게 안보가 중요하다고 핏대를 세우며 외치고 지역주민을 짖밟고 피눈물을 흘리게 할 정도라면, 도데체 왜 군대 내의 차마 하나하나 읇기도 민망스러운 저열한 비리들에 대해서는 사열과 검열이 그리도 헐거운 것인가? 도데체 왜 국방예산은 난도질 당하고 군 장성들은 무능의 소치로 분단 50년이 되어가도록 미국없이는 바들바들 떨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놓은 것이냐?
중국과 일본에 대한 자결권이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
단 한번도 중국과 일본에 대해 당당한 외교를 한 적이 없는 병신같은 나라였으면서, 먼저 군사기지를 만들어놓는다고 우리가 더 당당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구렁비 바위따위..?
좋다. 구렁비 바위 따위라고 하자. 흔한 돌 쪼가리라고 하자. 사방팔방 어디서든 볼수있는 흔하디 흔한 돌쪼가리라 하자.
그렇다 하더라도 지역구민에게 의미가 있고 지켜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라면 그걸 무엇보다 존중해주는 것이 민주국가 아닌가?
지구상에 50억이 넘게 있고, 이 한반도 전역에서도 5천만이나 볼 수 있는 사람따위에게도, 닥치고 국가가 원한다. 죽어라. 라고 말 할 수 있는게 지금의 당신들이고, 지금까지의 대한민국이다.
난 내가 국가를 위해 죽어야 하는 선택을 하는 때가 오더라도, 내가 국가를 사랑하기에 기꺼이 죽는 선택을 하고 싶다. 국가가 나를 살해하는 형태라면 난 죽을 수 밖에 없겠지만 통곡을 하고 저주를 하며 죽을 것이다. 적어도 내 한 목숨 버리는 때에 나의 죽음이 의미 정도는 가지길 원한다.
흔해빠진 바윗덩어리라 구렁비 바위를 취급해도 좋다. 그런 구렁비바위를 국가가 폭파하길 원하는 현실까지도 좋다, 인정하겠다.
그러나 그 때에는 지역주민들이 구렁비 바위의 죽음을 아련한 마음으로 보내는 현실이길 원한다. 구렁비 바위가 국가에 의해 살해당하는 이 현실이라면, 지역 주민들은 국가를 저주하고 가슴에서 피눈물을 쏟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