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에이즈에 걸렸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추측했지만 줄곧 난 부인했다.
일부러 속일 생각은 없었다. 단지 준비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을 뿐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겁도 난다. 재활의 의지도 없다.
에이즈는 결코 나을 수 없는 불치병이기에 나의 음악과 영혼이 묻혀 함께
이 세상에서 사라지기 전 오늘에야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여태까지 팬들과 멤버들을 속여 미안하다.
늘 수많은 공연에서 수없이 죽음과 사랑을 노래했지만 아직도 못 다 한 노래가 많이 남았다.
끝없이 사랑과 죽음을 노래하고 싶었지만 삶은 유한한 것 같다.
고향 잔지바르에서 지금 살고 있는 런던에 이르기까지 난 평생 혼자만의 생각으로 살아왔
다. 늘 이기적이었다.
그래서 늘 외로웠다. 난 늘 혼자였다. 다 싫었다. 나를 다른 백인과 차별하는 영국인들도,
끝없이 나를 깎아 내리는 평론가들도 다 지겨웠다.
늘 내겐 함께해 줄 이가 없었다. 그랬기에 브라이언과 존 그리고 로저는
내 인생 최고의 만남이었다. 그리고 내가 무대 밖으로 나가면 팬들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줬다.
무대에서 난 결코 외롭지 않았다. 어쩌면 내 음악보다도 팬들을 더 사랑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홀로 병마와 싸우고 있는 내 몰골은 갈수록 왜소해지고 추해진다.
지금 소원이 있다면, 팬들은 부디 죽어 가는 나의 마지막 모습이 아닌 음악에 대한 나의 열
정을 기억해 줬으면 하는 거다.
언제 떠날지는 모르지만 죽기 전까지 노래하고 싶다.
사랑하는 나의 팬들을 위해서……
출처 : 루리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