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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쓰레기는 어디에 버려야 하나?
게시물ID : gomin_17655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GJkZ
추천 : 1
조회수 : 648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9/02/11 21: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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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저녁 식사 후 멍하니 내 방바닥에 앉아있다가 책상 및 쓰레기통이 눈에 들어왔다.
 
언젠가 어머니께서 필요한 그릇 사러 갔다가 겸사겸사 사온 쓰레기통.
 
많이 모으면 냄새나니 2L 크기로 구입했더랬다.
 
일주일도 채 안되어 가득 찬 쓰레기통을 비우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32년 된 102L 대형 쓰레긴데 어디다 버려야 할까?
 
쓰레기들은 다들 저마다의 쓸모를 다하고 버려진 것들인데 나는 어디에 진정 쓸모가 있었던적이 있었나...
 
생각해보면 살면서 열심히 했던 건 하고싶었던 것들 뿐이었다.
 
어릴 땐 노래, 축구, 게임 어른이 되어서는 당구, 음주......
 
남들 말하는 금수저는 아니지만 돈걱정은 안하는 집에서 태어나 대학도 부담없이 졸업했다.
 
20대 초반 군복무 마치고 정문을 걸어나올 때는 차오르는 자신감과 포부로 행복하고 세상이 반짝거리는 것 같았는데,
 
결국은 아무 것도 이룬 것 없이 10년이 넘게 흘러버렸다.
 
얇은 귀에 판단력까지 얕아 보험 영업을 하다가 빚을 지고, 그 빚을 가족 도움없이 몰래 갚으려다 오히려 더 큰 빚을 지게되고.
 
돈에 쫓겨 여기저기 전전하다 결국은 아무런 경력없이 나이만 더먹었다. 생각없이 살다보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던가...
 
오늘 저녁식사 때 어머니께서 나이도 있는데 언제까지 임시직, 알바만 할순 없지 않느냐, 어쩔 계획이야라고 물으셨을 때
 
아무 대답도 못했다. 평소에 문득 내 자신에게 물을 때마다 폭식과 게임과 무협지로 도피해오던 질문이었기에...
 
이런 저런 직업을 얘기하며 반주를 하시는 아버지와 걱정으로 쳐다보는 어머니 눈빛에 가슴이 답답하고 견딜 수 없이 슬퍼져서
 
방으로 도망쳐왔다. 종량제 봉투에 쓰레기를 비우듯이, 종이와 플라스틱들을 모아 분리수거 하듯이 나란 쓰레기도 쉽게 버려지면 좋을텐데.
 
구글에서 쉽게 죽는법을 검색했더니, 죽을 용기로 살라는 개소리와 영혼없는 격려와 약간의 조롱글들이 있어 금새 창을 닫았다.
 
죽으려는 건 아니다. 죽을 깜냥도 안되고 살고 싶은 이유가 더 많다.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예전처럼 다시 연애도 하고싶다.
 
조카 대학들어가고 결혼하는 것도 보고싶고 친구들 사는 것도 보면서 살아가고 싶다.
 
무언가를 이루려고 노력했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몇번의 실패는 노력하기 전에 포기하는 습관을 만들었고,
 
결국 나이 서른둘에 익명뒤에 숨어 이런 글이나 쓰고있다...
 
 
 
 
 
그냥 누가 읽어줬으면 했어요. 오유에 쓰는 첫 글이 이딴 글이네요...... 살 겁니다. 최선을 다한다는 말은 못해도... 살아야죠.
 
익명의 여러분들은, 다들 잘 살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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